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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Sep 16. 2016

9월 첫날입니다.

처음은 언제나 설레는 것인가요?



우울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금방 그칠 것 같았던 소낙비는 어느새 장마가 되었다.

이 길고 긴 장마가 언제 끝날 지 모르겠다.

9월의 첫날도 역시나 비가 많이 내린다.


스스로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어서 많이 아프게 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엉망진창이 되었다.

뜨거운 여름의 밤이 어느 정도 선선해졌지만 

나는 여전히 타들어갈 듯한 공간에 혼자 있다.


8월의 마지막 날에는 당연히 9월을 생각한다.

9월엔 무엇을 해야 할까? 를 고민하다가 문득 9월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지금까지 매 해, 매 달, 매주 나는 늘 "해야 할 일"만 생각했다.

더 나은 나를 위해서 - 라며 나는 마지막 날에도 첫날에도 나를 몰아세우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노트에 "하고 싶은 일"이라는 제목을 써보았다.

해야 할 일은 넘쳐났고 자꾸만 떠올랐는데 

이상하게 하고 싶은 일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랍시고 떠오르는 일들은 잘 생각해보면 결국 해야 할 일이었다.

어떠한 책임감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일이 없을까?

고민 고민하다 나는 노트에 "글쓰기"라고 썼다.

좀 웃기지만 만족스러웠다.


글을 쓰는 건 내게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였다.

누구는 내 글을 보고 진지충이라고 했고

누구는 내 글을 보고 감성충이라고 했다.

그리고 누구는 내 글을 유치하다고 했다.

그래서 글쓰기를 좋아하던 어린 소녀는 글을 쓸 때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고민했다.

어느 순간 글을 쓰는 게 두려웠고 힘겨웠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에 쓰인 "글쓰기"는 내 진심이 가득 담겨있는 단어이다.

누가 읽든, 어떤 생각을 하든 일단 쓰자.

내가 느끼는 감정들과 내가 가진 생각들을 부담 없이 풀어내자.

누구를 욕하는 것도 아니요 - 욕을 한다면 스스로를 욕할 테다.

무엇을 탓하는 것도 아니요 - 탓한다면 스스로를 탓할 테다.

이 세상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9월 한 달만큼은 마구마구 써보자.

어디에 쓸 것인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블로그에 10년 가까이 일기를 써왔기 때문에 그곳에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새로운 곳에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의 휴대폰에서 발견한 브런치라는 공간에 찾아왔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 곳에서 풋내 나는 글을 쓰는 이유는

그만큼 잘 쓰는 사람이 많으니 내 글을 보는 사람은 셀 것도 없이 적을 것이니

편안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




9월의 첫날에 새로운 공간에 들어섰다.

설렘보다는 걱정이 많은 처음.

하지만 분명 또 하나의 추억이 될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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