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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Feb 13. 2017

글을 쓰는 이유

부족해도 그래도 자꾸 쓰고 싶어요.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해도 저는 저의 글에 제 목소리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저는 화를 낼 줄 모르는 아이였어요.

남들이 화를 내면 왜 굳이 화를 낼까?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화를 낼 줄 모른다는 것은 화를 내지 않는 것과는 달라요.

저는 화를 낼 줄 몰라서 폭발하는 아이였습니다.


바깥에서 꾹꾹 눌러왔던 스트레스를 집에 오면 펑! 하고 터뜨리는 아이였어요.

모두에게 착하고 싶어서, 칭찬받고 싶어서 웃기만 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살짝 건드리는 순간 온갖 서러움을 쏟아내는 아이였어요.

아빠를 닮고 싶지 않았지만 저는 어렸을 때 아빠를 참 많이 닮았던 것 같아요.

화가 나면 물건을 부수는 게 취미였거든요.

창문을 깨기도 하고 의자를 집어던지기도 하고 책상을 마구 마구 두들겼어요.

그렇게 한바탕 하고 나면 부끄러웠어요.

제일 싫어하던 아빠의 행동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나고 부끄러웠어요.

친구들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없으니까

인터넷에서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어요.

당시엔 지금보다 인터넷 세상이 그리 흉흉하지 않았거든요 :)

학생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는 카페를 알게 되었어요.

서로의 계획과 일기를 공유하고

채팅방에서 함께 공부하는 신기한 곳이었어요.

그 공간에서 저는 솔직할 수 있었어요.

엄마와 아빠의 싸움도

누군가의 폭력도

전부 다 이야기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죠.

그리고 그 카페 활동이 점점 지겨워질 때쯤

친구가 블로그를 만들었다며 함께 블로그를 하지 않겠냐고 물어왔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블로그라는 공간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죠.


저는 글을 쓰면서 저를 위로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물론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사적이고 무겁죠.

그런데 저는 그런 제 글을 좋아해요.

누군가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인생을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리고 동시에 그 연민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

(물론 제 인생이 지나칠만큼 복이 넘치는 인생이기도 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잘 살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고

그렇게 되고 싶은 이유는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인데.. 조금 무리일까요? ㅎㅎ


아직 자라야 할 부분이 많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도 많아요.

하지만 계속 쓸 거예요.

이 불완전하고 미숙하고 어설픈 글을 저는 계속 쓰고 싶어요.

오늘 느낀 것들을 불특정한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고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불특정한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지나친 자기연민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저는 이 연민이 사랑이 되고 자신감이 되길 바라요.

그렇게 크고 싶어요.



담담한 마음도

지나치게 감정적인 모습도

어리숙한 단어들도

전부 다 제 목소리예요.



누군가가 들어주고 있다면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존재를 저 역시 알고 싶어요.

소통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참 어렵네요.

하지만 제 인생의 가장 큰 친구인 글을 계속 계속 좋아하고 싶으니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꿋꿋이 안고 살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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