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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Feb 10. 2017

변화라는 건 참 어렵죠

이제야 번데기가 된 것 같은 기분



블로그에 10년째 일기를 쓰고 있지만 10년 내내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크면서도 변화를 위해 노력 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며 굳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땐 매일이 "지옥" 같다는 생각을 달고 살았기 때문에

이 삶을 버텨내는 것부터가 힘든데 왜 또 다른 것들을 위해 노력해야 해?라는 반항심이 컸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하나하나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서게 되었다.

내 마음을 소용돌이치게 만들던 환경도 꽤 좋아졌고 

나를 괴롭히던 누군가의 말들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문제였다.

나 자신이 가장 큰 적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우리는 "한계"라는 단어의 예로 서커스단의 코끼리를 많이 이야기한다.

새끼 코끼리는 작고 어리기 때문에 자신을 묶어둔 밧줄을 끊지도 못하고 박아둔 못을 뽑지도 못하지만

어른 코끼리는 스스로 그 못을 뽑고 자유로워질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세뇌해 온 "나는 안돼, 나는 못해"라는 생각에 갇혀서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결국 영영 자유와 멀어진다.


내가 그 코끼리다.

나는 환경을 탓하며 나를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변하면 환경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변할 생각이 없었다.)

내 힘은 無와 같아서 결국 상처받고 말 거야, 또 좌절하고 말 거야,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렇게 수많은 기회를 놓쳤고

기회가 와도 내가 아닌 다른 이유때문에 못한거야 라고 방어했다.


말로는 늘 "변하고 싶어" "바뀌고 싶어"라고 이야기했지만

정작 변화 앞에 서면 도망갔다.

노력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크고 무겁게 느껴졌다.

노력을 하면 어떤 결과라도 가져와야 할 것 같았다.

노력하는 과정보다 결과에 연연했다.

사람들의 평가가 내 인생의 척도가 되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노력을 해서 뭔가를 이뤄내지 못하면??이라는 질문이 나를 붙잡았고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남들처럼 10시간 이상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온 벽을 영어 단어가 적힌 메모지로 가득 채워 놓고 공부해야 하는 건지

남들만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냥 무엇 하나 손에 쥐어보지 않고, 쥐어보려 하지도 않았다.



어느덧 나는 26살이 되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내가 일기에 쓰는 하고 싶은 일들, 해야 하는 일들은 10년째 같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또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조금이지만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확신이 서려고 하는 것 같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믿고 싶어 졌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변화다.

그래서 번데기가 되어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앞으로의 내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다시 나를 가두는 오래된 생각들에 굴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하는 만큼의 성적이 아니라도 좋으니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변화란 참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가치 있는 일임을 나는 알고 싶고, 잊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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