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아주 오래전부터 태엽을 감아온 남자가 있었다.
조그만 다락방. 천장에 달린 호박색 조명이 그의 작업실을 내려다보았다. 손을 꼼지락거리며 인형의 태엽을 감던 그는 목의 피로를 풀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달과 별이 뜨는 밤. 창 밖에는 은빛으로 물든 도시가 있었다.
남자는 안경을 벗고 기지개를 폈다.
《흐우~으으음》
의자가 삐그덕 소리를 내며 울었다.
서랍장에서 태엽을 몇 개 꺼낸 그는 눈을 비비고 안경을 쓴 뒤, 다시 인형을 집어들었다.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는 사막. 한 소년이 배낭을 메고 걷고 있었다. 가죽 물통에 담긴 물이 충만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여행을 떠난 지 16일째인 소년은, 아직도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그가 찾으려 하는 것은 황금빛 연못과 과일 나무가 빼곡하게 우거진 오아시스였다.그러나 그가 가진 식량과 물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4일정도 버틸 몫만 남았을 것이다.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라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신고 있는 가죽 장화는 쇠고랑처럼 느껴졌다.
건조하고 따가운 바람이 소년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모래 폭풍이 오고 있는 것만 아니면 좋겠는데...》
소년은 모래 폭풍을 두려워했다. 그의 형이 소년과 같은 나이였을 때, 마찬가지로 오아시스를 찾아 여행을 나섰는데, 사막에서 모래 폭풍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무거운 발걸음을 서둘렀다.
밤이 되었다. 하늘엔 수많은 별이 차올라 사막을 순수한 빛으로 물들였다. 소년은 바위 옆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바람 소리가 바윗 구멍을 채우며 피리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는 일기를 꺼냈다.
《이제 17일째야, 오아시스는 어디에 있는 거지 도대체..》
사막의 밤은 몹시 추웠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 달궈져 있던 모래는 엉덩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워졌다. 소년은 담요를 뒤집어쓴채 몸을 더 웅크렸다.
잠이 든 소년은 기묘한 꿈을 꾸었다.
차가운 달빛이 오아시스에 일렁이는 밤.
사람 크기만한 태엽 인형이 소년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것(어쨋든 인간은 아니니까.)은 기묘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사람의 것이라고 착각할 만큼 검게 빛나는 두 눈은 살아있다고 해도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였다. 인형은 소년 앞에 멈춰섰다. 달빛이 인형에게서 어둠을 걷어냈다. 소녀의 모습을 한 인형은, 길고 검은 생머리와, 약간 붉게 물든 뺨이 눈과 더불어 생기를 불어넣는 느낌이었다. 달빛의 기묘함 때문인지,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아무것도 없어요. 여기.
가세요. 찾지말고. 오아시스.》
마치 시를 읽는 듯한 그녀의 말투.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에 취하기라도 한 듯이, 소년은 그녀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밤바람이 소년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인형은 서서히 모래가 되기 시작했다. 모래성처럼, 처음에는 천천히 흘러내리다가 어느 지점을 경계로 완전히 무너져 사막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소년이 만들어낸 꿈의 세계는 모래로 변한 인어공주를 품은 채, 무의식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소년의 의식이 그녀라는 존재를 알아채기 전에.
구름을 가른 달빛이 잠이 든 소년을 슬그머니 비췄다. 사막은 어두운 밤의 한가운데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