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끌려서 책을 잡았다. 부제만 보면 정보만 담긴 약간 지루한 다큐처럼 느껴지는데, 실제 내용은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소설 같다. 전체적인 맥락은 저자가 알래스카에서 순록을 사냥한 이야기로 끌어가고 있다. 사냥 이야기 사이 사이에 ‘부제’에서 언급한 저자의 생각을 뇌과학 등을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다.
사실 나는 책을 두번 읽어야했다. 순록 사냥 부분이 너무 흥미로워서 부제에 언급된 내용이 나오면 일단 패스했다. 드라마 끝날때 너무 아쉽게 끝나면 다음 방영시간까지 너무 기다려지는데 다행히 드라마가 아니라 책이라서 기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부분만 먼저 읽을 수 있었다. 순록을 잡는 장면은 가장 흥미롭고 긴박했다. 도시에서 기자 생활을 해온 저자가 과연 순록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을까? 실패했다면 사냥팀 리더인 도니가 대신 잡아줬을까? 그러면 저자는 순록 사냥 이야기를 자랑하기에 떳떳할 수 있을까? 등 끊을 수 없는 넷*릭스 드라마 보듯 순록 사냥의 결론을 다 읽고 나서야, 빠뜨린 부분들을 다시 찾아 읽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찬찬히 읽으니 순록이야기와 함께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부제’의 의미가 더욱 깊이 다가왔다. 저자는 편안함을 ‘습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우리 삶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은 나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하고 싶은 내용은 많지만, 그중 네 가지 정도를 언급하고 싶다
첫째는 사냥과 육식에 대한 부분이다. 나는 사냥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단순히 사냥은 그저 생명을 죽이는 나쁜 행위 정도로 여겼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매일 먹으면서도 말이다. 정말 단순한 생각이다. 저자가 순록을 사냥할 때는, 순록 무리에서 아무나 재수 없게 걸린 한 마리를 그냥 잡는 것이 아니었다. 순록 무리에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숨어서, 숨을 죽인 채 사냥감을 찾아야한다. 뿔이 크고 나이가 많은 녀석을 말이다. 굳이 이 긴장되는 순간에 나이 많은 개체를 찾는 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인가 싶었지만, 리더인 도니는 그 원칙을 고수한다. 나이 많은 개체는 무리의 이동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순록 무리를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며칠 만에 겨우 마주친 순록 무리였다. 그중 가장 나이가 많은 녀석을 겨냥해 들키지 않고, 한 발에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총소리가 나면 다 달아나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언제 다시 순록 무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충분히 사냥팀은 배가 고픈데 실패하면 그 배고픔이 기약없이 더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에서는 사냥꾼들이 헬기를 타고 도착한 당일에는 사냥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일일 항공기 사냥 금지 / 최대 벌금 5,000달러) 헬기에서 내려다보면 쉽게 순록 무리를 발견할 수 있고, 순록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냥의 공정성이 무너진다고 보는 것이다. 도니는 이런 방식을 “쇼핑"이라고 표현했다. 보통 순록의 죽음 네가지 경우이다. 포식자에게 산 채로 20분 만에 잡아먹히거나, 나이가 들어 지방을 축적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먹이를 찾지 못해 굶어 죽거나, 이빨이 닳아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영양 부족으로죽거나, 이동 중에 익사하거나 동사하는 경우, 수컷은 서로 싸우다 죽는 경우도 있다. 이 팀의 사냥 방식은, 마치 가축에게 동물 복지를 주장하듯 사냥 윤리를 철저히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도니팀의 사냥은 순록 무리에게도, 인간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게다가 나는 채식주의자도 아니기에 이제는 덮어놓고 사냥이 나쁜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둘째는 청결에 관한 부분이다. 야생에서는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냄새가 날 수 밖에 없다. 냄새는 모든 동물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컹크처럼 방어용 냄새를 분비하기도 하고, 천적의 냄새를 맡고 도망갈 수도 한다. 며칠씩 씻지 않은 인간의 체취도 순록이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사냥할 때는 바람의 방향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는 냄새조차 생태계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언제든 따뜻한 물이 나오는 환경에서 매일 씻는 것이 청결하고 건강한 삶이라고 교육받았다. 하지만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매일 항균 비누로 샤워할 경우, 피부 표면의 미생물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또한 잦은 샤워는 면역 체계의 본래 기능 발휘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배 속에는 은하의 별보다 많은 박테리아가 살고 있고, 이 중 건강에 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100종 미만이라고 한다. 우리는 미생물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미생물은 우리에게 면역력과 스트레스 저항력을 선물하는 것이다. 결국 과도하게 씻고 닦는 행위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요즘은 놀이터에서 조차 흙을 보기 어렵다. 모래는 비위생적이라고 여겨 전부 우레탄으로 덮었다. 저자는 밖으로 나가 흙과 가까운 환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직접 흙을 만지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말한다. 자연과 가까이하며, 강박적으로 씻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연이 주는 저항력이라는 선물이라고 말이다.
세 번째는 ‘삼시 세끼’와 아침밥이 정말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다. 삼시 세끼는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일까? 사냥을 하며 살아가던 우리 조상들은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여러 명이 함께 힘을 모아 사냥에 성공한 날에는 배부르게 먹었겠지만, 항상 일정하게 먹을 수 있지 않았다. 즉, 인간의 몸은 삼시 세끼가 기본값이 아닌 셈이다. 저자는 현대인의 삶을 "냉난방이 조절되는 멸균된 장소에서, 도전이라고는 일절 없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과식하며 살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삼시 세끼가 우리에게 건강을 안겨주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가포식(Autophagy)’을 방해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자가포식은 몸 안의 손상된 세포들을 스스로 없애는 기능인데, 이 기능이 활성화되려면 몸이 완전히 음식을 대사하고 난 뒤 최소 12시간에서 16시간의 공복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 전에 음식을 많이 먹고,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게 되면 몸은 자가포식 모드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몸이 스스로 ‘쓰레기 수거’를 하지 못하고, 그 결과 노폐물이 축적되어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일으키며, 궁극적으로는 사망에 이르는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 12시간에서 16시간의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아침은 가볍게 건너뛰고, 오전 12시에 첫 끼를 먹고 저녁 식사는 7시 이전에 마치는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야식은 가급적 먹지 않으며, 다음 날 아침에는 따뜻한 소금물 반 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가포식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키 160cm에 몸무게 52kg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이다이어트를 하느냐고 묻는데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면 건강과 다이어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네 번째는 ‘러킹(Rucking)’이다. 군사용 배낭인 럭(Ruck)을 메고 걷는 운동 방식이 바로 러킹이다. 저자가 순록 사냥에 성공한 후, 엄청난 무게의 순록 고기를 메고 기지로 돌아와야 했던 장면이 있다. 고기를 내려놓을 때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무게에서 해방되니 엔도르핀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흐르고, 마치 몸이 튼튼한 날개
위로 공중부양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캐리어스 하이(Carrier’s High)’라면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들어봤지만, ‘캐리어스 하이’는 처음 듣는 단어인데 바로 느낌이 왔다. 나처럼 50세가 넘으면 근손실을 막기 위해 근력 운동을 해야 하고, 동시에 지구력 운동도 필요하다. 하지만 직장인이 이 두 가지 운동을 모두 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러킹은 모두를 포함할 수 있는 효율적인 운동이다. 예를 들어, 키 160cm, 몸무게 52kg인 여성 기준으로 5kg에서 20kg 사이의 짐을 지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4km 이상 걷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40분정도면 할 수 있다. 짐의 무게로 인해 근육이 단련되는 동시에, 심박수도 올라가 유산소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뛰지 않고 걷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도 가지 않는다. 요즘은 헬스장에서 체력 단련을 하다가 오히려 다치는 경우도 있다는데, 러킹은 그런 부상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백팩에 결혼할 때 받은, 30년 된 큰 글자 가정용 오래된 성경책 한 권과 2kg짜리 아령 세 개를 넣어, 총 8kg를 만들었다. 성경책이 아령으로부터 등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매일 ‘말씀’(^^)과 함께 건강을 챙기고 있다. 지면이 한정되어 다 적지는 못했지만 이 네가지 외에도 죽음, 따분함, 고요함 등에 대해서도 깊은 고찰을 하게 해주었다. 신간이라 도서관에서 쉽게 구할 수 없었지만, 교회 옆 도서관에서 결국 대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현대를 사는 젊은이에게 그리고 건강을 챙겨야 하는 중년에게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