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와 수안
월요일에 윤우네 집에 셋째 루돌프가 태어났다. 배가 산만하던 엄마는 배 속에 아기를 낳으러 가마고 가신 후로 다섯 밤이 지났는데 아직 못 봤다. 그래서 그런지 첫째 윤우는 스쿨버스를 타면서 운다. 엄마랑 산 세월이 둘째보다 많아서 그런지 엄마에 대한 갈급한 그리움이 더 올라온다. 친절한 아빠도 그 공간은 채울 수가 없다. 엄마가 해주던 밥 맛이 그립다. 엄마품도 그립다. 동생에게 뺏기는 날도 많았지만 밤마다 안아주던 엄마 품과 엄마 냄새가 그립다. 잘못했을 때 혼나는 건 싫지만 혼이라도 내는 엄마가 없으니 불안하다. 윤우 속에 올라오는 이런 감정을 윤우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울음으로 퉁친다. 이 울음 속에 슬픔 불안 그리움 불만족이 다 들어있다. 동생은 생글거리고 웃으면서 먼저 혼자 탔다. “아빠한테 갈래“라며 아빠에게 호소해 보지만 아빠는 윤우를 스쿨버스 의자에 앉히고 내리신다. 차는 천천히 움직인다. 아빠의 안타까운 눈과 느린 빠이빠이에 응답하고 싶지 않다. 여동생 유주는 해맑게 웃는다. 윤우는 웃는 유주가 얄밉다. 그래도 울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 녀석이 울면 어차피 윤우가 토닥여줘야 하니 옆에 있어도 위로가 되지 않는 동생은 보기만 해도 책임감이 느껴진다.
다른 집 첫째 수안이
수안이 눈에는 오늘 엄마가 유난히 바쁘신 것 같다. 어린이집 마당에 주차하시고 평소대로면 수안이 손을 잡고 교실로 바로 데려다주셨는데 오늘은 뒷좌석에서 묵직한 상자를 꺼내셨다. 상자가 무거우니 엄마 손은 잡을 수가 없다. 담임선생님께 그 상자를 드리니 선생님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다. 상자 속에는 노란 떡이 촘촘하게 세워져 있었다. 몇 개를 접시에 담으신 선생님은 수안이에게 다른 반에 갖다 드리라고 하신다. 떡을 갖다 드리니 “수안아 무슨 떡이야?”물으신다. “몰라요”라고 답하자 뒤에 따라오신 담임선생님이 수안이 귀에다 대고 소곤거리신다. “동생 백일이라서 드리는 거예요라고 해” 내 귀에 이야기하셨지만 앞에 계신 선생님께도 들리는 것 같다. “동생 백일이라서요”라고 답했다.
동생은 똥을 눠도 건강하다고 칭찬받고 말도 못 하고 옹알거리기만 해도 말 잘한다고 박수치신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모두 다. 수안이도 태어나서 웃기만 해도 온 가족이 이뻐하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기억해 낼 수가 없으니 그저 동생 수호가 부럽기만 하다. 첫째들은 둘째의 탄생도 지켜봐 주고 둘째의 자람도 기억해 준다. 기억에도 없지만 내가 온전히 사랑받던 시절을 동생 백일 떡을 돌리면서 양보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책임이 무거워서 삶이 힘든 날에는 책임져 줄 사람이 많은 둘째 들의 삶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