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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Apr 07. 2022

이준석에게

휠체어를 탄 친구와 서울 나들이 이야기 


차기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에는 교육 전문가로 분류되는 인수위원은 0명이다. 과학 기술 분야 전문가들로만 채워져 있다. 교육이 기술발전과 인재양성에만 집중하게 되면 인간을 효용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에 대한 깊은 배려와 이해보다는 효용가치를 가지도록 경쟁하는 사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이미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장애인 시위를 두고 당선인의 당대표인 이준석 씨는 "선량한 시민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비문명적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시위하는 장애인은 선량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나는 전신마비 장애를 가진 친구와 서울에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할 때부터 휠체어 탑승 가능한 전용 벤을 배차 요청하여 한참 기다려 타고 겨우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탑승 수속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전동 휠체어가 배터리가 들어있어서 기내에 바로 타고 갈 수 없어서 기내용 휠체어로 옮겨 타야 했다. 소변줄이 빠지면 안 되니 조심조심 두 사람이 앞 뒤에서 친구를 들어 옮겼고 전동 휠체어는 화물칸으로 실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도 같은 과정을 반복했고, 우리는 전철을 타기 위해 무빙 워크 옆을 한참을 걸었다. 환승을 위해 내린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계단에 설치된 리프트를 친구는 염려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점검되지 않은 듯 낡은 리프트에 몸을 맡기는 것이 두려운 것이었다. 양손 발을 묶은 채 그네에 태워지는 느낌일 것이다. 떨어져도 손을 뻗어 나를 보호할 수 없는 그 느낌 말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강의를 듣기도 전에 이미 우리 둘은 녹초가 되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점심시간을 넘겼기에 친구는 당이 급격히 떨어져 고개를 들 힘도 없어졌다. 급히 식당을 찾아야 했다.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왜냐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으면 그림의 떡이니 음식 선호도보다 그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으로 가야 했다.      


강의를 다 듣고 돌아오는 길은 더 험난했다. 대국에서 승리한 판을 복기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진 경기를 다시 복기해보는 것은 아픈 것처럼 나는 집으로 가는 길을 생각하니 벌써 지친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둘은 다시 공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하철 입구 계단 앞에서 당황해하며 엘리베이터를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향하는 다양한 시선들 그 시선이 긍휼이건 냉대건 시선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었다. 나는 하루지만 내 친구는 이 시선을 평생 느끼면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찾아 거리에서 헤매는 시간을 계산하지 못해 시간이 촉박하게 공항에 도착했다. 일반인들은 바로 달려가 탑승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배터리가 있는 휠체어를 태울 화물 문도 닫혔고, 탑승시간이 오래 걸려서 출발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우리를 버려두고 출발했다. 둘은 망연자실했다. 공항 근처 호텔로 이동하려면 다시 휠체어 탑승 벤을 신청하고 배차를 기다려야 하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린단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호텔 엘리베이터에 휠체어가 들어가느냐, 진입장벽이 있느냐를 체크하는 것보다 서울 사는 오빠 집으로 가는 것이 호텔 앞에서 거절당하는 것보다 나을 듯하였다. 오빠 집에 도착했다. 신발 신고 남의 집에 들어가면 실례다. 친구는 휠체어 바퀴를 닦지도 않고 급히 들어가는 것에 연신 미안해했다. 우리 둘은 일단 침대에 누웠다. 잠시 쉬다가 친구의 압박 스타킹을 벗기고 소변줄을 정리하였다. 친구는 이때가 가장 수치스럽다고 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곳을 매번 자주 바뀌는 도우미나 사춘기 아들, 초등 딸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직도 익숙지 않다며 한탄하였다. 이때 적절하게 친구에게 위로해 줄 말을 찾지 못했다. 휠체어가 지나간 자리를 걸레로 닦는 새언니에게 눈으로 감사인사를 드렸다. 마음이 정말 복잡한 하루였다.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사고든 노년이 되었든 언젠가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옮겨져야 할 때, 내 손으로 내 뒤처리를 할 수 없을 때가 올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글을 쓰는데도 그날을 생각만 해도 지친다. 그때 나는 임신 7주였는데 그 날이후 하혈이 계속되어 병원에 갔더니 아기의 심장이 멈춰 있었다. 둘의 서울 나들이가 여린 생명에게는 너무 힘든 과정이었나 보다. 나는 그 후로도 친구가 집에만 쳐 박혀 있는 것을 가만 두지 않고 제주도 여행까지 시도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 시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격하게 공감한다.  “우리가 불편하다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비난하면 지금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사람들이 언젠가 우리의 권리를 빼앗게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  


시위의 목적은 본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2022년 2월 7일 오전 9시 울산 농소 운동장에 코로나 검사를 위해 서 있는 줄이다.  나는 막내가 밀접 접촉자라서 아침 일찍 검사하고 바로 출근하려고 정장에 힐을 신은 복장이었는데 날이 꽤 추웠다. 한 시간을 넘게 서있었는데 발도 시리고 온 몸이 추워서 발을 동동 거리며 몸에 열을 내고 있는데 내 눈에  휠체어가 들어왔다. 임산부나 장애인은 당연히 먼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시간 넘게 계속 같이 줄을 서 있었다. 내 친구 경우를 보니 스스로 몸을 움직여 열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추위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관리자에게 가서 먼저 해주는 규정이 없느냐고 물었는데 '일반 시민들이 항의가 들어와서 해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왜 그 대답이 나를 더 화나게 하는지! 나는 대한민국 시민의식이 그 정도라고 생각지 않는다. 코로나 검사 공지를 보낼 때 임산부 및 장애인은 먼저 한다고 미리 공지만 해도 시민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최소한의 규정과 공지도 없이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탓하는 것에 화나갔다. 


기초가 튼튼한 사회망을 갖추는 것이 내 삶이 설령 어려워지더라도 덜 힘들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기초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추신 : 이준석 고마워,  평생 불편한 내 친구의 어려움을 시민들이 더 알 수 있도록 싸가지 없이 말해주어서. 너도 나이가 든단다. 언젠가는 다른 사람이 너의 휠체어를 밀어주어야 하는 날이 올 거야 그때 아무리 깊이 후회해 봐도 소용없을 거야. 


2022년 3월 봄꽃이 만발한 어느 날 이준석의 글을 보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21063&CMPT_CD=P0001&utm_campaign=daum_news&utm_source=daum&utm_medium=dau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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