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rry Sep 01. 2022

싸우면서 크는 아이들

학교 폭력 신고를 받은 아들



2022년 8월 31일 밤 8시 51분 다소 늦은 시간 4학년 아들의 담임선생님께서 전화하셨다.  순간 무슨 일이 터진 것을 직감했다.

선생님은 아들이 친구를 때린 것에 대해 이야기하셨고, 상대 아이 부모님이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신다고 하셨다.


상대 아이는 입술이 터지고 볼에 멍이 들었다고 하셨다. 같이 목욕탕에 간 아이들이 나와서 놀이터에서 싸웠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누군가를 저렇게 때렸다니 미안하고 당황스러웠다. 맞은 아이 어머님은 너무 화가 나신 상태라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 지금 아들 데리고 그 친구 집으로 가서 사과할까요?”여쭈었더니 “아닙니다 그 친구 어머님께서 너무 화가 난 상태이시기에 오히려 더 화를 부추길 것 같고요. 사실 아직 전후 상황이 어떤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먼저 사과를 하실 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 기다려보십시오.”라고 말씀하셨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목욕탕에서 그 친구가 소리 지르며 시끄럽게 하니 아들이 조용하라고 소리쳤고 이 때문에 서로 욕을 하니 옆에 있던 6학년 아이가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기나 보자며 싸움을 붙였다. 둘은 싸우기 시작했고, 상대 아이가 다소 약한 듯 보이자 그 6학년 아이는 ‘쫄보’라고 놀렸고, 이에 상대 아이는 더 화가 났을 것이다. 서로 얼굴은 때리지 말자 했는데 아들은 그러면 재미없다고 친구의 얼굴을 때렸고 상대 아이는 얼굴에 상처가 났다.


다음날 선생님은 학교폭력사건 처리로 점심식사도 늦게 드셔야 할 정도로 진상규명과 진술서를 쓰셔야 했다.  오후 2시 반경 선생님은 늦은 점심을 겨우 드시고 전화를 주셨다. 생각보다 아이의 상처는 크지 않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부 들으시고 공중목욕탕에서 소리친 것, 싸움을 부추긴 것, 쫄보라고 놀린 것, 약속 어기고 얼굴 때린 것 전부 반성문을 쓰게 했고, 6학년들에게 동생들에게 본이 돼라 하셨고, 두 아이도 서로 사과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비로소 선생님은 상대 부모님과 통화를 하시면 어떻겠느냐 말씀해주셨다.


상대 아이 엄마께 전화를 드렸으나 일하는 중이셔서 문자를 남겼다. 나는 때린 아들을 둔 엄마로 미안함을 전했고, 상대 아이 어머님은 감정적으로 대처해서 미안하다 하셨다. 다친 아이를 본 부모님의 심정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도 네가 그렇게 다쳐왔으면 똑같이 그랬을 거다’라고 말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은 어제 목욕탕에서 이미 서로 화해했고, 지금도 반성문 쓰고 나서 신나게 놀고 있다고 하셨다. 하루 종일 이 일로 시달리셨을 텐데 선생님께서는 이 아이들을 데리고 짬뽕 먹으러 가신다고 하신다.


일이 터졌을 때 그저 빨리 무마하기 위해 가해자 부모에게 사과하도록 섣불리 권하지도 않으셨고, 피해 입고 속상해하는 부모님께도 현명하게 대처하셨다. 선생님은 하루 종일 사고 처리한다고 방치된 다른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하시고, 사고 친 녀석들을 미워해도 시원찮으실 텐데 짬뽕을 사주시면서  마음을 다독여주셨다. 아이들은 이 일로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배웠을 것이고 법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아름답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다. 이러면서 우정을 조금씩 쌓아나갈 아이들이 기대된다.


교직에 계시면서 다양한 일들을 겪으실 텐데 참 현명하게 일을 처리하시는 모습에 20년도 더 산 나는 젊은 멋진 청년 선생님께 오늘도 많이 배운다.


"전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솔이 친구 어머님께 보낸 메시지와 그 친구 어머님의 답장






 솔이 담임선생님과 주고 받은 메시지


작가의 이전글 가을 입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