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통합을 위해 이사 온 가정들
우리 어린이집은 울산과 경주 경계선에 위치해있다. 광역시지만 시 경계지역으로 외곽이기에 도심과 거리가 멀고, 발전 속도 그다지 빠르지 않다. 이런 곳에서 비장애부모님들이 꺼려하는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은 ~~~ 같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조용한 지역이 좋다. 아이들이 동네를 산책 다닐 때도 자동차 걱정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고, 논 밭과 산이 근처에 있어서 자연과 가까우니 환경으로 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녹지 지역이기에 600평임에도 건폐율이 낮다 보니 자연스레 마당이 제법 넓다.
희수 자연학교를 찾는 장애아동 부모님들은 이 지역에 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근처에 장애통합 시설이 없으니 찾다 찾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엄마들은 스스로를 ‘맹모’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맹모는 부산 해운대에서 여기까지 오신 이예준(가명) 이네다. 중증장애아동으로 특수학교 유치부와 장애전문 어린이집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는 7세 아이였다. 내년에 학교를 간다면 예준이 같은 경우는 장애아동들만 다니는 ‘특수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며 예준이는 또래 비장애친구들을 만날 기회는 전혀 없어진다.
엄마는 해운대에서 경주 근처인 우리 어린이집으로 입학을 결정했다. 그리고 아침마다 해운대에서 7시 50분 무궁화호를 타고 한 시간 기차를 타고 아이와 여행 오듯 희수자연학교를 온다. 엄마는 근처 카페나 도서관에서 기다리고 하원 시간에 맞추어 데리러 오신다. 이렇게 6개월 기차 통학을 접고 엄마는 비로소 어린이집 바로 앞 아파트를 전세로 들어오셨다. 말하자면 희수 자연학교 최강 맹모로 등극하셨다. 통합 환경은 영화처럼 감동적인 순간도 있지만, 속상하고 마음 아픈 상황도 여전히 있다. 예준이 엄마는 속상하기도 하고 마음 아픈 상황조차도 아이가 경험할 사회생활이라고 인정하시고 이해해주셨다. 그렇게 예준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유예하고 2년간 희수 자연학교에서 친구들 속에 울고 웃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