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텃밭은 새벽부터 분주하다.
벌레 잡고 잡초 뽑고 넘어진 가지 세워주시며
손주처럼 농작물을 돌보시던 손길이
오늘은 조용하다.
한가위다.
손주들을 맞이하러 가신 할머니를 기다리는 텃밭 작물들에게 내가 대신 말해준다.
조금만 기다려 할머니들 손주 보시고 얼른 너희들 보시러 오실 거야
명절이 끝나기 무섭게 할머니들은 다시 텃밭에 오시겠지
손주들 이야기 가득 안고
작물들은 손주들 자랑을 노래 삼고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손길에 무럭무럭 자라겠지.
손주들이 가고 난 빈자리를
텃밭작물들이 찬찬히 채워준다.
옆 고랑 할머니 작물보다 더 쑥쑥 자라서
우리 할머니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러면 할머니는 이렇게 튼실하게 자랐다고
손주에게 택배 보내주시며 자랑하실 거야
할머니에게 손주들도 귀하고
텃밭 작물들도 손주들처럼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