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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Sep 10. 2022

탕자의 형의 고백

요한복음 15장


한번도 아버지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아버지의 요청, 아버지의 필요를 채워드리며

철없는 동생과  비교해 효자라고 칭찬받으니

스스로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저 적당한 선에서 하는 척만 하고 있는 것을,

남들에게 보이는 부분에서는 더 드러나게 하고

남들에게 드러나지 않으면 아버지의 말씀을

못 들을 채 하였다.

그래도 나는 칭찬을 받는다.

철없는 동생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잘 모신다고 말이다.


내가 아버지의 마음을 정말로 헤아렸다면

일을 하시다가도 먼 동구밖에 누군가 오는 모습이 보이면

행여 동생일까 유심히 살피시던 아버지를 생각한다면

방탕하는 동생을 찾는 노력을 할 수도,

그래서 집으로 오라고 아버지가 걱정하신다고 설득도 할 수도 있었으나

나는 동생이 방탕할수록

내가 더 돋보일 수 있으니

그것을 즐겼다.


어느 날 동구밖에 거지 하나가 걸어오고 있다.

아무도 관심도 없고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먼데

아버지는 한 달음에 달려가 그 거지를 맞이하셨다.

동생이었다.

몸에서 악취가 나고 누더기 옷을 걸치고 신발은 다 떨어져 아무도 동생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아버지는 아셨다.  

지독한 냄새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안고 입 맞추고 기뻐하신다.

씻기고 먹이는 아버지를 보며 동생은 죄스런 마음에 고개도 못 들고 있다.

아버지는 동생의 그런 모습에 더 마음 아파하신다.

“내 아들아 괜찮다 마음껏 먹어라.” 하신다.


나는 안다.

매일 아버지가 동생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그리고 아버지는 아신다.

내가 얼마나 효자인 척 흉내만 냈는지

그럼에도 남들이 나를 칭찬할 때 아버지는 지지않으시려는 듯  나를 더 칭찬하신 것을 말이다.


이제 동생에게 효자 자리를 뺏길 위기다.

동생이 돌아와 내 사랑을 빼앗겼다고 잠시 느꼈지만


나는 확실히 안다.

내가 동생처럼 방탕한 생활을 했어도 아버지는 동생을 기다리셨듯 역시 나를 사랑하시고 내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셨을 것임을 말이다.


아버지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나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한 번도 시원케 해드린 적도 없는 나다.

이제 돌아온 동생과 함께

정말 아버지 마음을 제대로 시원케 해드리는 장남이 될 것이다.


매일매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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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완 목사님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 그 후’를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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