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는 내 친구

이야기를 좋아하던 나

by 진희도

정말 친한 친구가 두 명 있다.

많다고 하긴 어렵다.

적다고 느낀 적은 있다.


그래도 확실한 건

그 둘은 일당백을 한다는 것.


이 친구들 이야기는

언젠가 기회가 오면 하자.


오늘은

조금 다른 친구들 이야기다.

어렸을 때

TV 속에서 만난 친구들.


이러면 내 연식이 드러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응답하라 1988’에서

선우의 막냇동생이

TV 앞에 붙어 앉아 있던 장면을 보는데

괜히 웃음이 났다.

저거, 딱 나였다.



TV속 만화영화는

나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데려갔다.


‘로봇 태권 V’, ‘우주 소년 아톰’은

과학에 눈을 뜨게 했고,

‘플란다스의 개’를 보면서는

어린 마음에도

같이 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모래요정 바람 돌이’와

‘요요 아줌마’가 나오는 날엔

세상에 마법 같은 게

진짜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그 시간만큼은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본방 사수를 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 만화들로

문학이 뭔지,

과학이 뭔지,

사람 마음이 뭔지를

배웠던 것 같다.


나에겐 그게

요즘의 ‘해리포터’였고,

‘반지의 제왕’이었다.


그래서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은

적어도 나에겐 해당이 안 된다.


그 시간은

위험하지도 않았고,

해롭지도 않았다.

대신

내 머릿속을 아주 바쁘게 움직이게 했으니까.


지금도

내가 좀 쉬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화면을 켜게 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몸이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나 보다.


만화영화에서

영화로,

드라마로

모습만 바뀌었을 뿐.


이 정도면

만화영화가

나를 키웠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못 자서 죽은 사람은 없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