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못 버리겠다.
오늘도 현관 앞에서 무엇을 신어야 할지
잠시 고민한다.
그러다 결국 이 운동화를 또 신는다.
운동화는 나를 닮았다.
닳고 헤어지도록 견딘 세월이.
운동화도 나처럼 버티고 있는 것 같아서
처음 운동화를 봤을 때도
쏙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저
오래 신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모양과 색도 튀지 않아서였다.
그저 평범하고 무난해서였다.
낡은 운동화는
내가 견뎌온 시간을
나보다 더 잘 기억할지 모른다.
공치사 없이 긴 시간
내 무게를 지탱해 온 너를
내가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