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로 살다, 베짱이를 만나다.

느린 깨달음

by 진희도

지난 연말,

어느 모임이 나를 바꿨다.


20년째 이어져 온 독서 모임이었다.

그동안은 여건이 되지 않아

늘 마음만 두고 있었는데,

연말이 되어 마침내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송년회를 겸한 자리였다.


책 이야기는 간단히 나누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기타를 들고 있었다.


나는 마치 라이브 가수가 된 것처럼

노래에 푹 빠져 불렀다.

그 순간,

내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이게 뭐지?’

‘왜 나는 이렇게 살지 못했을까.’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예고도 없이 훅 들어왔다.


그제야 보였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애쓰며 살아왔는지,

얼마나 즐기지 못했는지.

이렇게 살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말이다.


나는 개미처럼 살아왔다.

열심히 노력했고,

그게 더 나은 삶이라고 믿었다.


늘 겨울을 준비하느라

정작 지금은 살지 못했다.


이제는 베짱이처럼 살기로 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베짱이,

애쓰지 않는 베짱이,

여유롭고 자유로운 베짱이로.


대학원 등록금,

환불 마감일이 지나지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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