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연습장

구부러진 선들

by 진희도

아들과 나는 루이보스라테와

바닐라라테를 각각 주문했다.


자격증 공부를 하는 아들의 연습장이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었다.


글씨가 조금 삐뚤었다.


나는 그 글씨를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말을 떠올렸다.


“신은 구부러진 글씨로도 똑바르게 글을 쓴다.”


돌이켜보면
내 삶도 곧지 않았다.

계획과 어긋났고,
마음은 자주 불안과 자책으로 흔들렸다.


그때는 잘못된 길이라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되지 않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굽은 시간들이 나를 지금의 자리까지 데려왔다.


나는 반듯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신은 그 굽은 선들을 모아
하나의 문장을 쓰고 계셨던 것 같다.


아직 그 문장은 완성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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