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멋진 거북이가 되어야지.
저번에 내가 친한 오빠에게 우연히 브런치와 내 필명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어쩌다 보니까 그 오빠가 구독해 준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고 나는 반쯤 놀리려는 마음으로 할 거면 뭘 밍기작거리냐, 빨리 하라, 이런 식으로 받아쳤다.
나랑 얘기하면서 게임이 시작하길 기다리던 오빠는 때마침 게임이 시작하면서 모든 게 귀찮아진 모양이었다.
그렇게 게임을 시작해 버린 오빠 옆에서 할 일도, 할 말도 없는 김에 옆에서 계속 괴롭히던 나에게 오빠가 툭 한마디 던졌다.
"에휴, 그놈의 재촉. 넌, 뭐, 브런치 구독해 달라고 애원해서 에원인거야??"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미쳤나 봐, 를 외치면서 민망한 맘을 감추고 다시 폰을 들여다봤다.
그런가, 브런치 구독해다라고 애원해서 에원인건가ㅎㅎ
원래 그렇게 똑똑한 오빠가 아닌데, 게임하다가 어쩌다 그런 언어유희를 만든 건지.
사실 난 그때 매우 민망했다. 내 마음을 오빠가 반쯤 맞춘 것 같아서. 사실 브런치스토리에 도전했을 때 내가 상상했던 브런치의 모습은 내가 원하는 글을 전부 쓰는 일종의 안식처와 비슷한 이미지였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게 만들기에는 내가 부족했다.
난 어렸을 때부터 글을 많이 썼고 덩달아 친구들 중에서도 글을 쓰는 친구들이 꽤 많다. 일부 지인들은 브런치에서 활동 중이거나 활동했던 경력이 있고 꽤 많은 친구들이 수많은 사이트에 글을 올린다. 그런 내 친구들, 지인들을 보며 '열등감'을 느낀다. 질투한다. 바보 같게도.
나는 욕심이 많고 자존심이 세다. 내 글이 세상 멀리멀리 퍼졌으면 좋겠고 내 글이 정말 억수로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글을 열심히 쓰고 또 쓴다. 그런데 나보다 잘난 내 친구들을 보면 또 마음이 무너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나보다 열심히 안 하는 것 같은데도 구독자 수가 많고, 나보다 못쓰는 것 같은데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친구들의 글.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모든 게 잘되는 친구도 있다. 나 보다 객관적으로 글도 잘 쓰는데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내가 차마 미워할 수조차 없는 친구들.
그 친구들은 나보다 착해서 아마 별 감정이 없을 거다. 그들은 신경조차 안 쓰는 거에 내가 이렇게 집착하는 거겠지. 그렇게 또 아무렇지 않게 다정히 다가오는 친구들을 보며 질투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쓸린다. 분명히 질투하는데 미워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연이다.
때로는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사이트에 친구가 이미 너무 잘 되어서 아예 시작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비교될까 봐. 아무도 나와 친구를, 나와 지인들을, 나와 타인의 글을 비교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비교한다. 나 혼자 열받고 나 혼자 미워하고 나 혼자 삭히고.
멍청하고 바보 같고.... '어리다'.
일희일비하는 내가 싫은데, 또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감정이 어리다는 건 이런 걸까, 생각하게 된다.
한동안 정말 애원했던 것 같다. 사람들을 향해서, 내 글을 제발 읽어달라고. 좋아해 달라고. 내가 내 친구들 질투 안 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친구들에게도 묵언의 애원을 했을 수도. 그만 좀 잘하라고. 그만큼 난 이기적이다.
이제 내 친구들은 전부 나를 앞질렀고(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압도적으로 앞질렀다) 나는 그저 구독자가 친분 있는 사람 4명인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는 애일뿐이다.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구독도 받고 댓글도 받는데 나는 그게 꿈인 애일뿐이다. 다른 친구들은 다른 사이트에서 흥행에 성공하는데, 나는 연재 자체가 꿈인 애일뿐이다.
근데, 이제는 그냥 인정하고 살려고 한다.
나와 달리 더 유명하고 사람들이 더 좋아해 주는 내 친구, 지인들을. 나와 달리 브런치 구독자가 몇백 명이 넘어가고 조회수가 쏟아지며 출판을 하고 공모전 1등 하는 엄청난 작가분들.
그런 사람들과 나를 더 이상 비교하지 않고 그냥 나는 있는 대로 달리고 싶었다. 더 솔직히 말해서는, 더 이상 나보다 잘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을, 사람들을 질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악역을 하다 보니까 내가 더 지친다. 그냥 응원해주고 싶었다.
아마 돌아서서 친구가 올린 글에 달린 수많은 좋아요와 라이크, 백화까지 연재되는 친구들의 소설들과 나보다 훨씬 뛰어난 작가분들을 보고 다시 질투할 수도 있다.
난 어쨌든 아직 마음을, 질투를, 감정을 못 다스리는 한심한 열다섯 일뿐이니까.
그런데 이렇게라도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싶다.
이렇게 글 때문에 나와 남을 비교하고 화를 내도 결국 그 화를, 질투를, 열등감을 다시 글로 풀어내는 나를 보니 정말 글이 없으면 못 살겠다 싶다. 브런치가 한심한 내가 털어놓을 수 있는 안식처가 되었으면,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으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 스트레이키즈의 My Pace의 한 구절이 있다.
조급할 필요 없어 My Pace
비교 따윈 하지 마
천천히 달려도 괜찮아
그래, 난 천천히 달려야겠다. 멈추지만 말아야겠다.
토끼들이 날 앞질러가도 뒤에서 천천히 걸어가며 응원할 수 있는 거북이가 되고 싶다.
토끼가 낮잠을 자고 있다면 나도 그 옆에 벌러덩 누워 같이 자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거북이가 되고 싶다.
그냥 내가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걷고 싶어서 걷는, 나아가고 싶어서 나아가는 거북이가 되고 싶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글을 읽어달라고 애원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도 안 읽어도 만족하려 한다.
오늘도 나는 일희일비한다. 내일은 조금 덜했으면 좋겠다.
오늘 이 글은 누가 볼게 될까.
...
... 누가 보기나 할까?
어쩌면 이 글은 다른 독자분들보다 내가 제일 많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혼자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상관없다, 상관없고 싶다, 상관없을 거다.
이 글은 질투에 잠겨버린 성숙치 못한 내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쓰는 글이므로, 앞으로도 이 글은 내가 제일 많이 읽을 거다. 일희일비할 때마다 곱씹고 도 곱씹을 것이다.
그렇게 또 나아갈 것이다.
오늘도 간절함 속에서 피어난 뜨거운 글쓰기를 하는 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