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가 있는 날 시간은 빠르다

중학생의 일상

by 에원

수행이 있는 날은 시간이 빠르다.


(사실, 기말고사 18일 전인데 공부를 하나도 안 한 지금 할 말은 아니긴 하나) '수행평가'가 몰려있는 주간은 어쩌면 지필고사 준비보다 더 힘들 때도 있다.

비주요과목까지 더하면 하루에 네다섯 개 넘게 있을 때도 있다.


정말 몰아치는 수행평가의 돌풍 속에 갇혀있는 날들은 심적으로 부담이 될 때도 많다.


지금은 수행 주간이 아니다.

(당연하지, 지필고사 18일 전이니까.)


그래도 당연히 한두 개의 수행은 보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게,

수행이 있는 날은 시간이 빠르다.





수행평가가 한 4교시에 있을 때,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는 시간은 갈고닦은 운동 실력을 뽐낸다.


만약 그 수행이 수학과 같이 정말 중요한 과목인데 준비조차 할 수 없는 수행이라면,

시간이 내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을 파는 것 같다.


'아 맞다, 수행이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시간이 열심히 파놓은 100m 땅굴에 내 연약한 심장이 똑- 떨어진다.


비주요과목이나 엄~청 외워야 하는 수행이라면,

시간은 삽을 내려놓고 운동화 끈을 질끈 묶어대며 달릴 준비를 한다.


쉬는 시간마다 외우고 또 외우고.


가리고 외우고

친구랑 확인하고 외우고

놀면서 외우고

걸으면서 외우고.


외우고 외우고 외우고.....


외우는 방법도 다 다르다.



내 친구는 준비해 온(프린트해 온) 프린트물에 여러 가지 표시와 수정을 한 후 그것을 예쁜 손글씨로 하나의 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리고 그것에 최소한의 첨삭을 더하며 외운다.

안 외워지는 거에 형광펜, 이 정도. 형광펜도 정갈하게 친다.


깔끔하지 않으면 못 외우는 성격.


나는 완전 다르다.


나도 집에서 준비해 온 프린트물과 적어온 필기들이 있다. 대신, 내가 프린트해 온 프린트물은 글자가 남들보다 독보적으로 크다.

일단 눈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던하게(?) 자료들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컴퓨터로 끝낸 다음에 프린트한 경우에는 거기에 엄청난 표시를 하며 외워댄다.

동그라미, 의미 없이 밑줄 긋고, 형광펜으로 키워드를 칠해대고, 정말 지저분하게 표시를 해댄다.

그렇게 외우면서 표시를 해야 잘 외워진다.


만약 내가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학습지만 외우면 되는 수행이라면 학습지의 내용을 나의 엉망인 손글씨로 노트에 옮긴다.

그리고 그걸 또 형광펜 칠하고 동그라미 그리고 밑줄 긋고...


(내가 외우는 방법. 두 번째 사진 밑에 낙서는 스키즈 컴백에 설레하는 낙서이다)




수행 바로 전 쉬는 시간에는 외우다 지쳐 다들 논다.

미련이 남아 놓지 못한 프린트물을 쥐고 최후의 발악이랄까, 열심히 딴짓한다.


이면지에 프린트해서 뒷면에 별의별 게 있는 프린트물은 좋은 놀거리다.


(첫 번째 사진은 초등 교사인 우리 엄마가 다 쓴 이면지에다가 내 친구가 낙서한 것.

두 번째 거는 내 프린트물 뒤에 아빠 서류? 가 있었는데 친구가 '개인정보야!!' 라며 화이트로 다 지워버렸다..)


그렇게 딴짓하다 보면 시간은 뛰다 못해 날아버리고...


"야, 2분 뒤면 수행인데??"


"으악! 외워야 하는데!!"

"지금 외운다고 뭐가 달라지냐~~~"


그렇게 수행이 시작한다.


휴, 오늘도 수고했다.


...



놀러 가느라 못 본 역사수행은 언제 보지?



오늘도 간절함 속에서 피어난 뜨거운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에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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