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끝!
일어났는데 뭔가 묘하게 심장이 쿵쾅거리고 명치 부분 느낌이 이상하게 꾸물꾸물하다.
뭐지?
아, 오늘 기말고사구나.
오늘을 시작으로 3일간 우린 '기말고사'라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
사실 첫 번째 날 과목은 꽤 자신 있다.
기말 준비를 2주도 안 해서 모든 과목이 불안하긴 했지만, 국어와 과학은 어느 정도 양치기로 커버 가능한 부분.
어제 쌍둥이와 3시까지 공부라고 쓰고 수다라고 읽는 무언가를 하고 잤지만 정신은 말똥말똥하다.
사실, 첫째 날은 놀랄 만큼 긴장이랄 게 안 됐다.
올해 마지막 시험이라고 해이해진 탓이다.
1학년과 2학년 첫 중간고사까지는 긴장을 엄청 했고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는 올백을 맞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시기라 긴장을 좀 했었다. 그러다 이번 학기 중간고사부터 긴장이 풀리며 성적이 조금 하락하더니 기말고사에는 준비를 이렇게까지 안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젯밤, 나 자신에게 욕을 욕을 해댔다.
내일 시험인데 왜 아직도 긴장을 안 하냐고.
제발 긴장 좀 좀 하고 공부 좀 하라고. 왜 공부를 안 하니, 예원아.
아침에 같이 등교하는 친구에게도 그 말을 했다.
"와 진짜? 부럽다. 나 지금 토할 거 같은데."
"아니 근데 내가 공부를 안 한다니까."
"아 그렇네ㅋㅋ 긴장을 해야 공부를 하는구나."
1교시 자습시간 동안 번호순으로 앉아서(나는 1번이라 내 앞에 크롬북 보관함이랑 오붓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열심히 국어와 과학 공부를 했다.
종이 치자 남자애들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들은 1학년 3반(우리가 2학년 3반이다)으로 내려가서 시험을 볼 것이며, 1학년 3반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시험을 볼 것이다. 커닝을 방지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리고 시험이 시작하기 전 그 짧은 쉬는 시간 동안 뛰질 않던 내 심장은 드디어 불나게 뛰기 시작한다.
"아 진짜 진짜 에바라고!"
"내가 왜 이 공부를 하고 있는지..."
"나 국어 망했어."
"거짓말하지 마 너 그러고 100점일 거잖아."
"야, 진짜 내가 우리나라 주변 해류 이름을 왜 알아야 해?"
"쿠로시오 해류 네가 뭔데."
"아니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가는 게 난류야 한류야?"
"염분비 일정법칙 할 줄 아는 사람, 나 설명해 줘라."
"야, 배설계에서 오줌을 만드는 거 이름이 네프론이었나?"
"몰라 나 지금 국어 해야 해."
" 'ㄺ' 발음이 'ㄱ' 앞에서 'ㄹ'이야 'ㄱ'이야?"
저마다 하소연인지 공부인지 모를 것을 쏟아낸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우리는 자리에 앉는다.
종이 몇 번 더 치고 선생님은 OMR 카드를 나눠주신다.
컴싸로 이름을 쓰고 학번을 쓰며 과목코드까지 적고 나면 선생님이 시험지를 부스럭부스럭 꺼내신다.
내 옆 창문으로 눈을 돌린다.
와, 씨 날씨는 진짜 좋네.
그렇게 기말고사가 시작한다.
두 번째 과목이 제일 문제였다.
영어와 역사.
영어는 자신 있는 과목이지만, 문법 때문에 불안했고 역사는 정말 외우는 게 답이라 어쩔 수 없었다.
영어는 중간고사와 수행평가를 잘 봤기에 60점만 맞아도 A가 나오고, 역사는 중간고사를 안 보기에 75점은 나와야 A가 나온다.
이번에도 1교시 자습시간이 끝나고 우리 반 남자애들이 사라지고 1학년 남자애들이 나타난다.
어제 하루 봤다고 묘하게 얼굴이 낯익고 정겹다.
영어가 끝나고 역사가 시작하기 전 20분 쉬는 시간에 개념 필기와 암기 노트, 학습지를 쥔 우리는 다급하다.
"야, 야, 야, 양명학이 명나라야 청나라야?"
"명나라."
"확실해?"
"어, 근데 세계 1차 대전에서 독일이랑 싸운 게 누구야, 3국 협상이야?"
"산업혁명 어떻게 일어났더라...."
"선생님이 이거 강조했는데 서술형으로 나오지 않을까."
"애매한데? 몽골 제일주의는 무조건 나올 것 같지 않아?"
"아니 근데 청나라 강압책, 회유책도 중요해서..."
종이치고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또 한 번 시험이 시작한다.
시험이 끝나고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우리 반 아이들이 다시 올라온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시험지를 붙잡고 답을 맞춘다.
왜 틀렸는지, 왜 맞는지 토론한다.
시험 점수를 가지고 불만하고 좋아하고 웃고 운다.
"야, 야, 야, 야, 야!"
하고 외치는 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진다.
찍은 게 맞았다고 좋아하는 아이, 다 찍었는데 20점 나온 것 같다는 아이, 하나 틀린 거 같다고 훌쩍이는 아이.
다 자기 나름대로 싫어하고 좋아한다.
밥을 먹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마지막 날은 한 과목, 수학.
그렇기 때문에 나는 두 번째 날 시험이 끝나자마자 수학학원으로 달려가서 2시부터 11시까지 수학학원에 갇혀있었다.
닮음, 도형파트는 도무지 답이 안 보이고 경우의 수와 확률도 어려우면 답이 없다.
이제 시험이 끝이라는 안도와 수학은 망하면 정말 안된다는 긴장감이 동시에 덮쳐서 마음이 어지럽기만 한다.
그렇게 마지막 날 아침, 일어났을 때 내가 긴장했다는 게 절로 느껴졌다.
학교에 가니 아이들 모두 개념과 오답노트와 필기와 선생님이 뽑아준 문제에서 허덕이고 있다.
마지막 날이라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게 '수학'이란 엄청난 과목이 버티고 있어서 다들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다.
"포기. 포기. 내가 수학을 어떻게 해."
"아 그냥 문과 갈게요."
"문이과 없지 않냐."
"이거 닮음 이거 아는 사람? 진짜 안 보여...."
"어, 나도 모르겠는데;;"
"진짜 망했네 이거."
수학 잘하는 아이들을 두고 아이들은 우르르 모인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다시 우르르 흩어진다.
시험이 시작하기 직전이다.
OMR을 체크하는데 손이 떨리고 긴장된다.
시험지를 받는다.
다른 시험은 10분 만에 풀고 무한검토를 시전 하는데, 수학은 그것보다 오래 걸린다.
그러니까 더 불안하다.
안 되는 문제는 일단 스킵.
결국 한 문제를 찍는다.
마지막 날은 미급식, 아이들은 답을 맞추고 수학 잘하는 애들에게 해설을 듣고 또 탄식한다.
그리고 모두 가방을 싸고 종례를 기다린다.
대부분 아이들은 이제 친구들과 놀러 갈 것이다.
시험이 끝이니까.
"자, 얘들아 고생했어. 이제 가자."
선생님 말씀이 끝나고 회장이 인사를 하자 모두 우렁차게 외친다.
"안녕히 계세요!!"
그렇다. 시험 끝이다.
우당탕탕 중구난방 그렇지만 잘 끝냈다.
시험이 끝난 후 학생들.
그야말로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그렇게 나도 드디어 웃으며 애들이랑 같이 교실 밖으로 튀어나간다.
시험 끝이다!!!
기말고사를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결과가 잘 나왔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인 것 같네요...
이제부터 다시 글 쓰며 달리겠습니다 :)
오늘도 간절함 속에서 피어난 뜨거운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에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