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일
힘겨웠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진정한 기쁨의 여정이었음을 깨닫게 하여 주소서
시험이 다가오면서 엄마들은 아이들의 컨디션 관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마음을 쏟는다. 감기 걸리지 않을까?, 숙면을 취하기 위해 어떻게 관리해 줘야 하나? 시험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시험당일날 도시락은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시험 전부터 청심환을 먹여야 하나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엄마들의 그런 지극 정성이 있었기에 그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랐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아이에게 더 미안해진다.
시험이 다가오며 아이는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말도 하지 않고 어떤 물음에도 답하지 않고 심지어 다시 전화를 차단했다. 밥을 차려 놓아도 라면만 먹는다.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 걸까?, 공부는 하는 걸까?, 시험을 포기한 건 아닐까?, 올해는 대강대강 보내려고 하는 걸까? 이러다 시험 보러 안 가면 어떡하지. 시험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의 마음 상태가 이러해서 수험생 엄마들하고의 대화에 마음 편히 낄 수가 없다.
아이의 행동 때문에 매일의 내 마음의 상황이 좌우되는 것도, 아이가 여전히 나에게 함부로 하는 것도, 그렇다고 스스로 알아서 마음 들게 생활을 하지 않는 것도 너무 화가 나는데 그러면서도 나는 주님께 매달린다. 모든 게 내 잘못 같아서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아이들의 아침도, 저녁도 잘 챙기지를 못했다. 초등학교 때는 시어머니께서 챙겨주셔서 마음 편하게 출근을 했고, 중학교 시절은 코로나로 배달음식을 주로 시켜 주었다. 그리고 음식을 안 하다 보니 잘 못하는 엄마가 되었고 아이들이 내가 해 준 음식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더 음식을 하지 않았었다.
주변 다른 엄마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 먹거리에 정성이었다. 음식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아이와 대화도 많이 했을 거고 그러면서 아이의 기분도 잘 파악했을 거고 아이의 마음을 잘 읽었을 거고 아이와의 신뢰도 자연스럽게 쌓였을 거다. 아이들을 알뜰살뜰 챙기면서 그 노력의 대가로 아이들이 바르고 성실하게 따뜻한 마음으로 성장했을 것 같다. 뭐든 공으로 되는 건 없으니까.
그 엄마들의 그런 노력이 부럽고 그렇지 못한 시간이 후회스럽고 제일 아이에게 미안하다.
나는 아이를 몰라서 내 욕심으로 내 기준으로 여전히 아이를 바라보게 된다.
수험생이 이렇게 지내면 안 되는데, 늦게 공부를 시작했으면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왜 간절함이 없을까?, 시험시간에 맞추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시험날 컨디션이 좋으려면 먹는 것도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으로 먹고 잠도 규칙적인 시간에 자야 하는데... 이런 생각뿐이니 내 눈에는 못마땅한 모습만 보인다.
그런 마음으로 기도를 하다가 오늘은 문득 아이가 만약 지금 은둔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런 것보다는 지금 상황이 내 마음이 훨씬 편안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몇 달 전만 해도 아이와 다시 말을 하게 되면서 너무 감사했었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게, 다시 학교에 가게 된 게,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게.
우리 아이를 살려주신 주님께 너무 감사했다고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전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불과 몇 달 전의 기억이, 그때의 감사한 마음이 벌써 잊힌 것 같다. 본래의 나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작은 일에 여전히 감사할 줄 모르고 무엇이 소중한지 잘 모르고 세속적인 기준으로만 아이를 바라보게 되는 나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아이가 학교에 나가게 되면서 올해 졸업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더 나아가 다른 친구들처럼 수능시험을 응시하고자 한다.
아직 아이는 온전히 마음이 회복되지 않았고, 아직 나와의 관계에서,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신뢰가 회복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여전히 아이의 마음을 더 살펴야 했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며 아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아이가 나의 마음을 이해해 줄 것을 기대하면 안 되고 아이가 나에게 고마워할 것을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다.
허영 된 마음을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다시 그냥 존재만으로도 너무 귀하고 감사한 마음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주님께서는 저희를 일일이 보호하시고 저희의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시며 오늘 이 시간까지 함께 동행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감사드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