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알아주기보단감정을통제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 나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고 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어렵다.
역지사지의 사고회로가 고장 난 것 같다
사람들 모두 나와 같은 줄 알았다. 남의 감정을 생각해보지 못하고 내 감정도 잘 모르고 사는 것.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울면 왜 우는지 이해가 안 갔다.운 적도 별로 없었고 울면 왜 우는지 순수한 질문을 할 정도로 상대를 민망하게 만든 적도 많았다. 감정은나한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란 것 같다. 내가 품은 감정 또한 부모님의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겉핥기식 인간관계를 가졌었다. 그 가벼움은 상대방이 아마 더 잘 느꼈을 것 같다. 이렇게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그냥 내 행동의 자연스러움이랄까?
냉정하게 보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과도 같았고 나에게 따뜻함이란 걸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밝은 에너지와 낙천적인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항상 많았다. 그걸로 나의 연약함을 가려주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라는 존재를 타인과섞이며지내다 보니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냉소한 모습에 실망하여사람들이떠난것 같다.유감스럽게도 겉핥기식 인간관계라서 크게 실망도 상처도 없었다.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자기 객관화
나와는 정반대인 3살 위친구를 사귀었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에신기했고, 그 친구가 점점 궁금해졌다. 우리는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며 매우가까워졌다. 인간의 감정은 하찮다고 여겼던 내가 겉핥기식 인간관계에서 깊고 심도 있는 관계로 발전해 나갔다. 처음이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따뜻하게 다가왔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가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고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며 같이 울기도 했다. 그렇게 위로하는 방식을 옆에서배워나갔다. 친구는 자신이느끼는 감정에대해 아무렇지 않게 표현했고 그 표현이 절대적으로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가르쳐줬다.
감정 들여다보기
그 이후부터 나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타인이 느끼는 감정도 생각하려 한다. 내가 지금 슬프면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부터, 타인의 감정도무시하지 않고하나씩 노력해나가고 있다. 20대보다 훨씬 더 나은 30대가 되고 싶은 마음에 늘 나는 나를 돌아보는 연습을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