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의 혁신과 진화의 발자취
IAA Mobility는 단순한 자동차 전시회를 넘어, 지속 가능성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의 중심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는 2025년 9월 9일부터 14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Mobility는 ‟It’s All About Mobility”라는 슬로건 아래 미래 이동 수단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또 한 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IAA Mobility가 지금과 같은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었다. 소규모 자동차 전시회로 첫발을 내디딘 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행사는 시대의 변화와 기술적 혁신에 발맞춰 꾸준히 진화하며 오늘날의 위상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동시에 미래를 조망하는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확장해 온 것이다. IAA Mobility의 이러한 기나긴 여정은 모빌리티 산업이 걸어온 발자취를 조명하고, 그 발전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이 행사가 어떻게 오늘날의 글로벌 모빌리티 허브로 성장했는지, 그 흥미로운 역사를 함께 되짚어 보자.
IAA의 역사는 1897년 베를린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중유럽 모터차 협회(Mitteleuropäische Motorwagenverein)’가 주최한 이 행사는 ‟자동차 리뷰(Automobil-Revue)”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베를린의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거리에 위치한 브리스톨(Bristol)이라는 고급 호텔에서 단 하루 동안 진행되었다. 자동차가 여전히 새로운 기술로 간주되던 시대를 반영하듯, 전시된 차량은 벤츠(Benz), 다임러(Daimler), 퀼슈타인(Kühlstein), 루츠만(Lutzmann)이 출품한 8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소규모 전시회는 독일 기술의 선구자적 성취를 상징하며, 자동차가 교통의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는 잠재력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1900년대 초, 제조 기술의 발전과 자동차 생산량의 증가는 자동차를 보다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IAA 역시 이러한 자동차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에 발맞춰 초기의 실험적인 전시회에서 정기적인 산업 행사로서의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자동차의 기술적 진보와 상업적 성공이 맞물리며, 전시회는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IAA의 도약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해 갑작스럽게 멈춰 섰다. 가을에 개최 예정이었던 IAA는 전면 취소되었고, 이후 7년간 전시회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군수품 생산으로 전환되면서 정체기를 맞았다.
전쟁이 끝난 후, 1921년 IAA는 베를린에서 화려하게 재개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차량과 기술을 선보이며 전시회의 규모를 대폭 확장했다. 리무진, 트럭,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고무 타이어와 같은 부속품까지 전시 제품에 포함되며, 자동차 산업 전반을 조망하는 종합적인 행사로 성장했다. 이는 전쟁 후 침체되었던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기술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었다. 하지만 1940년대 전후로 치러진 제2차 세계대전은 다시 한번 독일 자동차 산업과 IAA 모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안겼다. 전쟁으로 인해 독일의 주요 자동차 공장과 부품 공급망은 대부분 파괴되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독일은 패전국이라는 위치 때문에 국제 자동차 전시회에 참여할 자격을 상실했다. 세계대전의 여파로 IAA는 일시적인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고, 독일 자동차 산업 역시 재건의 길에 들어서야만 했다.
1951년, IAA는 베를린을 떠나 프랑크푸르트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전후 베를린은 독일 분단과 냉전의 중심지로서, 심각한 정치적 긴장과 경제적 불안정에 직면해 있었다. 소련의 봉쇄와 전쟁으로 황폐화된 도시 인프라는 베를린을 IAA와 같은 대규모 국제 행사 개최지로 부적합하게 만들었다.
반면, 프랑크푸르트는 서독의 재건과 함께 새로운 개최지로 주목을 받았다. 독일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현대화된 교통망은 프랑크푸르트를 국내외 이동이 용이한 허브로 만들었고, 전쟁 이후 복구된 최신식 박람회 시설은 대규모 국제 행사를 개최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또한, 금융과 비즈니스의 중심지로서 국제적 네트워크와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갖춘 프랑크푸르트는 IAA의 새로운 개최지로 선택되기에 충분했다.
1951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첫 IAA는 단순히 개최지의 변경을 넘어, 전쟁으로 침체되었던 독일 자동차 산업이 재건과 부흥을 통해 세계적인 무대로 복귀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상징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45개국에서 57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참석하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고,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1961년에는 95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새로운 정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 자동차 산업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석유 위기로 연료비가 급등한 가운데, 아시아 제조업체들은 연비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겸비한 소형차를 대거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비판적 담론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복합적 도전 속에서 1971년 IAA는 경제 불황의 여파로 개최가 취소되는 사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도 잠시,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산업은 회복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경제성과 연료 효율성을 중시한 모델들이 IAA를 통해 소개되었으며,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온보드 컴퓨터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차량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기술 혁신의 최전선을 상징하는 산업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1989년 IAA는 12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자동차 박람회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관람객 수와 전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자, 프랑크푸르트 전시장은 공간과 운영 역량 모두에서 이를 감당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1991년 IAA는 전시회의 효율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두 개의 독립적인 행사로 분리되었다. 홀수 해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국제 모터쇼(IAA Mobility)가, 짝수 해에는 하노버에서 상용차 전시회(IAA Transportation)가 열리는 새로운 체제가 도입되며, 자동차 산업의 다변화된 요구를 충족시키는 기틀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자동차 산업은 기술 발전과 지속 가능한 이동성으로의 전환이라는 중요한 도전에 직면했다. IAA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내연기관의 효율 극대화, 하이브리드 차량, 배터리 및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기술적 진보를 중심 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아울러 2011년 IAA에서는 ‟미래는 표준입니다(Zukunft serienmäßig)”라는 슬로건과 함께, 전기 모빌리티에 초점을 맞춘 ‛전기 모빌리티 전용관’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 공간은 지속 가능한 이동성의 비전을 탐구하는 장으로, 관람객들에게 전기차 기술과 관련 솔루션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배터리 기술, 충전 인프라, 연료전지 차량 등 전기 모빌리티의 다양한 측면이 전시되며, 미래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또한 ‛CarIT 컨퍼런스’가 개최되어 디지털 기술과 자동차의 융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Connected Driving”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차량 간 연결성, 디지털화된 운전 경험 등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 이처럼 이 시기에 IAA는 자동차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게 될 전기 모빌리티와 디지털 기술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산업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했다.
한편, IAA Mobility는 2015년에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New Mobility World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 플랫폼은 자동차 산업과 기술의 경계를 넘어, 미래 이동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기업, 디지털 스타트업, 부품 공급업체, 정치, 미디어,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의사 결정권자를 한데 모아 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New Mobility World라는 플랫폼을 통해 IAA는 이동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창의적이고 포괄적인 환경을 구축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행사는 미래 이동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네 가지 주요 포맷으로 구성되었다. Forum은 강연, 패널, 토론, 워크숍을 통해 이동성의 새로운 방향성과 기술적 아이디어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장이었고, Expo는 첨단 기술과 솔루션을 전시하여 참가자들이 제품과 아이디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Live는 실시간 데모와 프로젝트를 통해 신기술의 실제 응용 가능성을 생생히 보여주었으며, NMW Lab18은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기능했다.
이처럼 New Mobility World는 자동차 산업의 기존 한계를 뛰어넘어, 산업 간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며 IAA의 변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게다가 Expo, NMW Lab 18, Live, Forum이라는 네 가지 포맷은 훗날 뮌헨 IAA Mobiliy의 핵심 구조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Summit, Open Space, Experience, Conference라는 이름으로 재구성된 이 포맷들은 IAA의 핵심 철학인 ‟미래 이동성의 체험과 논의”를 그대로 계승하며, 더욱 광범위한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IAA Mobility는 2021년부터 개최지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변경하며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이러한 개최지의 변경은 프랑크푸르트 IAA가 점차 기존 형식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자동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인터넷을 통해 더욱 용이해지면서, 단순한 차량 전시만으로는 관람객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게다가 프랑크푸르트 IAA는 지나치게 상업화되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시회의 중심이 되었고, 그들의 최신 모델과 기술을 과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전시회의 다양성과 혁신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속 가능성과 전기 모빌리티 같은 미래 지향적 주제가 다뤄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환경 문제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부족했고, 전시회의 성격은 여전히 전통적인 자동차 중심의 행사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년에 도입된 New Mobility World 플랫폼은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였으나, 이 역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지속적인 흥미를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관람객 수는 감소세를 면치 못했고, IAA는 보다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독일 자동차 산업협회(VDA: Verband der Automobilindustrie)는 IAA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단순히 차량을 선보이는 전통적인 행사를 넘어, 전기 모빌리티, 지능형 교통 시스템, 디지털 전환, 지속 가능성 등 미래 이동성의 비전을 구현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변모시키는 데 주력하기로 한 것이다. 새로운 개최지로 선택된 뮌헨은 이러한 변화의 이상적인 무대가 되었다. 뮌헨은 독일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BMW와 같은 글로벌 제조업체의 본사가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과 스타트업의 허브로 명성을 쌓아왔다. 이러한 산업적 강점은 IAA Mobility가 전기차와 지능형 교통 시스템, 디지털 전환 등을 포함한 미래 이동성의 종합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데 적합한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뮌헨 도심의 일부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제안은 IAA Mobility의 새로운 비전과 맞아떨어지는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이는 전시를 단순히 실내 공간에 한정하지 않고, 도심의 주요 구역으로 확장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이동성과 기술을 더욱 가까이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는 의지였다. 게다가 바이에른 주정부와 시 당국의 재정적인 지원과 정책적 협력,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는 뮌헨을 IAA Mobility의 새로운 개최지로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독일자동차협회(VDA)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업체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자동차 산업의 발전가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한다. 또한, IAA 주최사이기도 하다. https://www.vda.de/en
뮌헨에서의 IAA Mobility 개최는 가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3년 행사에서는 약 5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을 뿐만 아니라, 대중과 기술을 연결하고 미래 이동성의 비전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완전히 변화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번 행사에서는 Audi, BMW, Mercedes-Benz, BYD, Tesla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참가해 300개 이상의 세계 최초 공개 모델을 선보였으며, 이를 통해 첨단 기술과 지속 가능한 이동성 솔루션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여기애 더해, 2021년에 한국의 기아와 현대 자동차 또한 IAA의 글로벌 무대를 통해 전기차 및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홍보하며, 지속 가능한 이동성과 혁신 기술 분야에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아울러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넘어 도심 곳곳에서 전기차 시승, 자율주행차 체험, 그리고 공유 모빌리티 솔루션을 직접 경험하며 미래 교통의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뮌헨으로의 개최지 전환은 IAA Mobility가 단순한 산업 이벤트를 넘어선 미래 이동성의 선도적인 역할을 굳건히 하려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IAA Mobility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기술적 혁신과 산업적 진화를 주도하며, 모빌리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 이 행사의 역사는 기술적 진보와 함께 변화해 온 인간의 이동 양식,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적 접근법이 모빌리티 산업에 스며든 과정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IAA Mobility를 구성하는 다양한 포맷과 프로그램을 통해, 이 행사가 어떻게 미래 이동성의 비전을 제시하고, 산업과 사회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더욱 심도 있게 탐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