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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정 Nov 29. 2021

모든 것이 그대로인 듯 아닌 듯, 그렇게 뉴욕.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살았던 도시 외에, 공항에서부터 길이 훤히 보이고, 도시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무언가 익숙한 냄새가 감지되는 곳이 있다면? 그런 곳을 감히 제2의 고향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그런 곳이 내게 있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YES' 이다.



 먹고살겠다고 하루하루 일상에 지쳐 악몽을 꾸면서 행복하지 않은 하루하루가 이어지던 어느 지루한 날, 거짓말처럼 대한항공 특가가 눈에 들어왔고, 이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통장을 탈탈 털고 영원한 나의 좋은 친구인 신용카드의 힘을 빌리면 내가 뉴욕을 다녀올 수 있겠다 싶으니 세상이 갑자기 무지개 빛으로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항공권 구매를 결정한 뒤 바로 뉴욕의 친구들에게 하나 둘 연락을 했다. 내가 곧 간다고, 늘 만나던 그곳에서 다시 보자고! 그리고 나는 우리 집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캐리어 2개를 꺼내어 친구들의 이름을 써 붙인 각각의 선물 주머니를 만들어 그것을 하나씩 채우면서 그날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맨해튼에서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도착한 뉴욕, JFK공항에서 퀸스를 거쳐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도착하기 전부터 보이던 황홀한 맨해튼 마천루의 풍경! 나도 모르게 택시 안에서 괴성을 지르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웠고 그만큼 반갑던 그 풍경에 그만 눈물이 또르르…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나의 뉴욕을 만났다.


 옛 친구를 만나고, 그 친구와 가족의 안부를 듣고, 기쁘거나 혹은 슬펐던 그간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나누며 메신저와 SNS 상으로는 이내 다 느끼지 못했던 감정에 가슴이 찡해지기도, 그리고 행복해지기도 했다. 매일 낮이면 뉴욕의 새 레스토랑과 스폿 속으로 나는 취재를 다녔고, 그 사이사이 내가 예전에 즐겨 찾던 쇼핑 숍이나 슈퍼마켓에 들러 추억을 회상하며 마음껏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다시 밤이 찾아오면 나는 뉴욕의 친구들을 하나 둘 만나 수다와 함께 와인을 한 잔씩 기울이는 행복한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매일 뉴욕의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가슴 가득 행복의 조각들을 쌓으며 말이다.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고 나는 이제 다시 현실로 복귀해야 할 시간. 뉴욕에서의 1분 1초가 아까워 시차 적응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집어치웠고, 늦잠 한번 안 잔 채 매일 맨해튼을 즐겼지만 떠나려니 또다시 아쉬웠던 건, 내가 이방인이었기 때문이었겠지. 그리고 그 아쉬움 덕분에 나는 늘 여행자를 자처하며 살고 있는 것일 테고.

 

 사실 맛있는 음식도, 아름다운 맨해튼의 풍경도 감동이었지만 가장 좋았던 건 거기에서 예전 그대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고 안아주던 내 오랜 뉴욕 친구들이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인연 덕분에 다른 여행지와는 너무나 다르게 내게 크나큰 행복을 주는 도시, 뉴욕. 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음 뉴욕 행에서는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걸 베풀 수 있는 더 멋진 내가 되기를. 그리고 그들이 지금처럼 그 자리에서 뉴욕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사심을 넣어 빌어 보자면, 부디 다음에는 어느 멋진 날 우연한 듯 뉴요커와의 달달한 로맨스가 이루어지기를, 아멘(참고로 필자는 무교임, 여기서의 아멘은 간절함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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