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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정 Jul 10. 2022

뉴저지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


항상 여러가지를 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늘 매일 바빴고 낮과 저녁, 그리고 주말에 할 일을 메모하면서 그걸 하나씩 해치워가면서 살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미국 뉴저지에 있고, 미국인 남편과 사는 한국인 친구네 집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아주 오랜만에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모든 걸 손에서 내려놓은 채 이 부부의 삶 속을 엿보며 종종 동참하는 중이다. 

100년 전쯤 지어진 이 집은 총 3개의 총으로 구성되어 있고 1층엔 거실과 주방, 요가방이 있고 2층엔 손님들용 게스트 룸과 욕실, 3층엔 부부의 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집에서 가장 놀라운 건 거의 매일 동물을 본다는 것. 노루는 기본이고 청솔모와 매가 다녀가기도 한다. 이 집에서 매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창 밖에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길래 물건이 깨졌나 하고 놀라 뛰쳐나와봤더니 거대한 매가 통유리에 와서 부딪쳤던 것. 그 거대한 매가 집안으로 뚫고 들어올까 싶은 상상이 들 정도로 큰 공포감이었다. 



뉴저지는 어디를 둘러봐도 국립공원이다. 미국에는 각 주마다 별칭이 있는데 그래서 뉴저지는 그 별칭이 ‘Garden of City’이다. 한 집당 차고가 기본적으로 다 구성되어 있고, 워낙 집과 집 사이도 넓은 데다가 정원을 다 갖추고 있으니 주차 문제는 없다. 다만, 어디를 가려면 무조건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 물론 다행스럽게도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우버나 리프트가 존재하니 종종 이용하곤 한다. 


아침 저녁 코끝으로 들어오는 나무 향기가 너무 좋아 절로 심신이 치유되는 기분이고, 해가 질 무렵이면 매일 수많은 반딧불이들이 날아다녀 장관을 이룬다. 집 앞마당에서 매일 보는 반딧불이라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집주인의 성향에 맞춰 매일 유기농 음식을 먹고, 집주인이 다니는 컨츄리클럽에 종종 놀러가 골프와 테니스를 즐기는 친구와 함께 파티나 행사에 참여도 해보고, 이웃 동네 주민들과 만나 수다를 떨면서 지내는 중이다. 물론 내가 100% 그들의 영어를 알아듣진 못하지만 그래도 다 이게 내 공부가 되겠거니 하며 위안삼는 중이다. 


가끔은 아직도 악몽을 꾸고, 매일 새벽에 여러 차례 잠에서 깬다. 하지만 이 또한 나아지리라 믿는다. 내가 여기서 그저 할 수 있는 건 현실을 최대한 즐기기. 다시 이곳까지 오기는 힘들 테고, 자주 오는 건 불가능한 데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분명 아쉬울 것이 많을 거라 믿기에 좀더 가열차게 즐겨 보련다. 이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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