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뉴욕을 처음 왔던 때가 2002년. 9.11 테러가 터진 다음 해였어서 보안이 무척 심했던 기억이 난다. 신발 속까지 검사하던 시절이었으니.
그때 머물었던 곳이 뉴저지의 Edgewater 라는 곳이었다. 뉴욕과 맞닿아 있어, 뷰가 끝내주게 멋진 동네. 지금 나는 거기서 차로 10여 분 더 안쪽으로 이동해야하는 Palisades Park 라는 곳에 살고 있다. 뉴욕으로 볼 일을 보러 나갈 때면 버스 166번을 탄다. 출퇴근 시간엔 자주 다니고, 그 외 시간엔 10여 분 정도 기다리면
보통은 차가 온다. 버스번호 뒤에 T가 붙은 건 익스프레스.
버스를 탈 때는 NJ TRANSIT 이라는 어플을 통해 버스표(뉴욕까지 출퇴근자가 많으니 Monthly Pass, 1회권 등) 혹은 현금을 내고 탄다. 나처럼 외국의 휴대폰은 이 어플 자체가 세팅이 안되기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고, 결국은 현금이나 버스표를 구매해야 하는 셈. 그래서 버스 드라이버의 자리에는 잔돈을 꺼내주는 돈 통(?), 버스표를 담는 통(?) 등을 여전히 갖추고 있더라. 어찌나 신기하던지.... 대체 이게 언제적 풍경이야!?
내 주변의 지인들은 모두 차를 가지고 다니니 이런 시스템을 거의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열심히 서치를 해봤더니, 버스표는 뉴욕의 정차역인 Port Authority Bus Terminal 혹은 일부 뉴저지의 정류장 내
머신에서만 구매가 가능. ZONE, 버스번호 등을 입력하면 가격이 나오고, 1장 혹은 10장씩 구매가 가능하다.
10장 묶음으로 구매시 버스 1회용 티켓 가격인 4.5에서 4.25달러로 할인이 되나 20일안에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 한국에서는 신용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편했으나 이런 불편함은 정말 너무 오랜만에 겪어본다. 현금을 잘 쓰지 않는 나에게 지폐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건 특히 넘 불편! 그래서 내게 남은 버스표가 몇 장 있는지 늘 세어보면서 뉴욕 나갔다 올때 구매를 해온다.
생각해보면 내가 뉴욕에 처음 왔던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그땐 버스 시간표까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지금도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내가 머무는 이 동네에는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긴, 미국의 국영기차인 암트랙을 타면 차장(?)이 와서 내 자리의 티켓을 확인 후 펀칭을 하고 자리에 다시 꼽아둔다. 난 이 시스템을 보고 몹시도 놀랐던 기억 또한 난다. 우리나라 KTX는 어플로 관리하고 좌석 체크도 안하는데 말이다.
버스터미널의 문은 자동으로 닫히는 시스템이라 늘 버스를 기다리며 긴 줄을 대기하고 있다가 버스가 오면 문을 열고 뒷사람이 탈 수 있게 문을 잡아주는게 이 동네의 예의다. 버스에서 내릴 땐 좋은 밤 되라, 고마웠다 등의 인사를 드라이버에게 한다. 그럼 또 드라이버는 일일이 답을 한다. 서울처럼 각박하고 차가운, 그리고 편리한 시스템의 도시에 살다가 이곳에 올때면 나는 마치 영화속 풍경으로 순간이동한 듯한 기분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오히려 정말 빠르게 휙휙 변하는 건 한국이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올드함과 클래식 때문에 이 동네 사람들은 주변인들에 대한 배려가 더 크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사실 어디가 더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모든 것이 한국보다 훨씬 빠르게 변할 것 같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 아이라니하면서도 재미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