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을 느낀 적이 있다.
평소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지 않고,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그냥 미온한 온도를 가진 나에게도 '아 이런걸 말하는건가?' 하는 순간들이었다.
근데 그 순간들이 꼭 사랑을 나누거나, "사랑해" 라는 말을 주고받거나 하는 순간들은 아니었다.
그 사람들은 그 순간 나에게 '사랑'을 주려고 하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애인이 호기심에 넘쳐서, 너무 맛있는 걸 먹고 나서 양껏 웃는 모습을 보고난 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그냥 그 웃는 모습이 떠올랐던 때가 있다. 사랑을 주는 걸 좋아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그 친구는 그 미소 자체가 사랑인 것 같았다. 너무 신기했다.
나병환자분을 만나 손을 잡고 작별 인사를 한 적이 있다. 나도 내가 그 순간은 왜 손을 잡게 된건지 모르겠다. 그냥 외로워 보였다. 그 분이 그 순간 눈물을 흘리시면서 사람과 스킨십을 한 게 너무 오랜만이라고 하셨다. 그 분의 눈물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이후에 뒤돌아 보았을 때 그 순간도 '사랑'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 10시 30분에 힘들고 지친 상태로 학원에서 나오던 겨울의 어느 평일 날, 갑자기 엄마와 동생이 차를 타고 데리러 온 적이 있었다. 늦은 시간에 피자 한 판을 사와서는 갑자기 차에 타라고 하더니, 엄마가 운전을 해서 양평에 있는 어느 산 중턱에 우리를 데려갔다. 다음 날 출근하셨어야 했을텐데 평소와 다르게 찾아온 상황에 무척 놀랐었다.
알고 보니 내가 간혹 쌍안경으로 베란다에서 달을 보는걸 아시고는 겨울밤 별을 보라고 데려오신거였다. 별이 총총 보였는데 추운 날씨였지만, 쌍안경을 들고 고개를 젖히고는 하얀 입김을 뿜으며 차 밖에서 별을 본 기억이 있다. 그 때 느꼈던 그 추위가 '사랑' 이라고 느껴졌다.
혼자서 품고 끝내는 게 아니라. 상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상대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내가 전달을 받고 있구나 또는 내가 전달을 하고 있구나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돌이켜 보면 그 때 느꼈던 그 감정이 사랑이 아니었나 하는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