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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아이의 주도 따르기 - 상 편에서 이어집니다.
의도 읽어주기는 앞에서 다뤘던 찰떡 엄마 아빠 되기의 실전편입니다. “You mean~”기억하시죠? 나현이가 색종이 봉투를 가져오는 순간 “나현이 색종이 놀이 하고싶구나?”하면서 봉투를 열어주는 것이 바로 나현이의 마음을 찰떡같이 읽어주는 것입니다. 어떻게하면 아이의 행동을 읽어줄 수 있을까요?
아이가 온 몸으로 하는 말에 귀기울여주세요.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아이는 지금도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멋지게 표현할 수 있었다면, 이 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만약 나현이가 말을 잘하는 아이였다면, 나현이는 색종이 봉투를 가져오면서 “색종이 뿌리기 놀이 할거야. 아빠 뿌려줘.” 라고 했을 것입니다. 나현이의 “이야!” 짧은 감탄사 안에는 ‘우와 색종이 눈 내리기 정말 재밌다.’, ‘신난다’는 말이 들어있습니다. 아이의 몸짓 하나, 손짓 하나, 눈빛 하나에서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발견해보세요.
꼭 말을 전혀 못하는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말을 잘 하는 아이라도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손을 끌고가면서 ‘이거’ 라고 하면 ‘이거 꺼내줘’ 혹은 ‘이거 해줘’ 등의 의미가 있겠죠? 그럴 때 ‘아, 이거 꺼내줘?’ 라고 찰떡같이 읽어주면 됩니다. 도형끼우기를 하면서 ‘이거 안돼’라고 말하는 아이에게는 ‘이거 잘 안돼? 도와줘?” 라고 읽어주면 됩니다. “도와주세요 해야지” 처럼 아이가 해야 할 ‘정답’을 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이미 한 말 (이거 안돼)을 잘 받아주고, 이 때 ‘아이의 수준에서 엄청 세련된 의사표현을 한다면 뭐라고 하지?’ 에 맞는 말(도와줘) 을 붙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때로는 어른도 세련되고 정확한 의사표현을 잘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엄마 미워!’ 가 진짜 엄마가 너무 밉다는 얘기가 아니듯, 아이가 지금 하는 말에 담긴 의도를 읽어주세요.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지 알게됩니다.
맥락 속에서 찰떡을 발견해주세요.
때로는 아이가 하고싶은 말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을 때가 있습니다. 그림책을 보던 아이가 강아지 그림을 가리키며 ’멍멍’만 반복합니다.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것 같긴한데, ‘어 멍멍이 여기있네.’ 라고 대답하니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멍멍’만 반복합니다. 이럴 땐 아이가 무슨 말이 하고싶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림책을 보니 강아지가 물에 빠졌네요. “멍멍이가 물에 빠졌어?” 아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찰떡 성공! 아이의 의도 찾기는 스무고개입니다.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었는지, 혹은 지금 도움이 필요한 것이 있는지,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맥락 속에서 꼼꼼히 살펴봐주세요. 수많은 콩떡과 꿀떡 속에서 찰떡을 찾아내는 희열을 느껴보세요.
무의미한 소리나 몸짓도 의미있는 것으로 여기고 반응해주세요.
아이의 행동이 아무 의미 없어보이나요?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보이나요? 괜찮습니다. 이제부터 의도를 만들면 됩니다. 아이의 소리나 몸짓을 의미 있는 것처럼 반응해주세요. 아이가 폴짝폴짝 제자리를 뛰면 ‘와! 재밌다’하면서 따라 뛰어보세요. 아이가 ‘이이’ 소리를 내면 ‘이거 하고 싶다고?’ 하면서 옆에 있는 아이가 좋아하는 놀잇감을 쓱 건네 주세요. 아이를 높이 높이 안아주고 내려 놓은 다음에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웃으면서 ‘또?’ 라고 말하며 다시 높이 높이 안아주세요. 어느 순간 아이는 어? 내가 뭘(소리/몸짓/행동) 하면 엄마 아빠가 반응을 하네? 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닿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의사소통의 첫 단계입니다.
거절도 쿨하게 인정해주세요.
모든 아이는 하루에도 여러번씩 거절의 의미로 많은 표현을 합니다. 고개를 돌리거나, 손으로 밀어낸다거나, 자리를 뜨거나, ‘으으응’ 혹은 ‘아니’ 라고 말하거나, 그것도 저것도 다 안되면 소리를 지르고 울기도 합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님이 아이의 거절을 살짝 모른척합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아니’ 혹은 ‘싫어’라고 제대로 말하지 않았으니까, 싫어도 해야하는 것이니까, 싫다는 표현 인정해주다가 다 싫다고 하면 어떡하나 등등. 물론 모든 삶에서 아이가 하기 싫은 것을 다 안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거절을 존중하는 것과 거절을 받아들여주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no! 라는 의사표현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놀이 시간이잖아요. 놀이 시간에는 아이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싫다고 하면 싫구나, 그럼 다른거 하자.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거절을 받아주는 것만큼 확실한 의도 읽어주기는 없습니다. 아이의 모든 표현이 존중될 때 아이는 엄마 아빠를 괜찮은 놀이 상대로 인정하게 됩니다.
아이 주도의 놀이를 하려고 하다 보면 아이에게 거절당하는 때가 생각보다 자주옵니다. 혼자 심취해서 하는 줄세우기 놀이 엄마랑 같이 하자고 하면 아이들이 기절합니다. 손 치우라고 하고 화내고 줄 세운거 던져버립니다. 퍼즐 놀이 같이 해보려 했는데 손도 못대게 합니다. 이럴때는 일단 후퇴해야 합니다. ‘같이 하는 것 싫구나.’ 인정해주세요. 그렇지만 ‘알았어 네가 싫다고 하니 그럼 난 안할게.’ 하고 지켜볼 수 만은 없습니다. 퍼즐 판에 맞추는 대신 퍼즐 조각을 하나씩 건네주세요. 아이가 자동차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면 옆에서 비슷한 기차놀이를 해보세요. 아이의 의견이 존중되면서 함께 놀이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해주세요.
의도를 읽어주는 것은 ‘네 마음 내가 알아’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네 마음을 내가 안다고 말하면서 네가 알아듣지도 못하게 말을 해서는 안되겠지요?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만큼, 가능하다면 따라할 수도 있을만큼 쉽게 말해주세요. 그러려면 우선 아이의 수준에 맞는 간단하고 짧은 단어나 문장으로 아이의 의도를 읽어주어야 합니다. 아직 말 한 마디도 못하는 아이에게 “네가 도형 끼우기에 조각을 넣으려고 했는데 그게 네 마음과 같지 않게 잘 들어가지 않았구나. 그래서 네가 많이 속상했겠구나.” 라고 말하면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안 돼. 속상해” 라고 말해줘야 아이에게 닿습니다. 색종이가 갖고 싶어 손을 내민 나현이에게는 “줘” 라고 말하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말투와 표정도 말의 내용과 맞아야 합니다. 아이가 “이야!” 하고 신나서 소리를 내는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야 신난다” 하면 엄마 아빠가 지금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죠. 아이가 화가 났는데 방긋방긋 웃으면서 ‘속상했구나’ 라고 말하면 아이는 속상하다는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준호는 엄마와 레고 블록으로 주차장 차단기 놀이를 합니다. 차단기 놀이는 준호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이고, 아주 익숙한 놀이입니다. 준호가 차단기를 올려주면 엄마는 자동차를 몰고 지나가고 준호는 차단기를 내립니다. 다시 엄마의 자동차가 돌아오면 준호가 차단기를 올려주고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준호 엄마는 차단기 앞에 차를 멈출 때마다 늘 ‘차단기 올려주세요.’ 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느 날은 차단기 블록이 똑 떨어졌습니다. 떨어지자마자 준호엄마는 ‘어? 차단기가 떨어졌네. 준호야 어떻게 하지? 위에 끼워주세요.’ 라고 이야기합니다. 준호가 좋아하는 이 차단기 놀이는 과연 준호 주도의 놀이일까요?
아이의 주도를 따른다는 것은 아이의 의도대로 놀이하고 엄마 아빠는 아이를 따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한 번 동생의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함께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는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되고, 엄마 아빠가 너의 놀이 파트너라는 것을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다리기와 돕기를 통해 아이의 주도를 따르며 놀이 할 수 있을까요?
지시와 질문을 줄이세요
많은 부모님이 이 전략을 정말 어려워합니다. ‘생각해보니 나는 모든 말이 지시와 질문이었다’ 라고 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적절한 놀이 어휘를 알려주고 싶어서. 아이가 말을 잘 못하니 내가 오디오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에. 아이가 놀이 방법을 잘 모를까봐. 말을 많이 들려줘야 말이 는다고 해서 등등.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주도적으로 놀이할 수 있게 된다면 아이들은 더 말을 잘 배울 수 있습니다. 놀이도 더 즐겁게 할 수 있고요. 뿐만 아니라, 기다려야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이가 주도하게 하려면 일단은 나의 지시와 질문을 줄이고 아이가 뭘 할 때까지 가만히 애정어린 눈빛만 발사하면 됩니다. 아이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아이를 바라보세요. 그리고 아이가 무언가 행동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나는 너의 주도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어.”를 온몸으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엄마 아빠가 기다리면 아이는 의사소통을 시작하거나 이미 발생한 상황에 대해 반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아이가 행동을 하면 그 때 움직이면 됩니다. 준호의 차단기 앞에 자동차가 끽 멈췄습니다. 엄마는 아무말도 안합니다. 준호가 스스로 차단기를 올려주면 ‘차단기 올라갑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지나가면 됩니다. 차단기 블록이 똑 떨어졌습니다. 엄마가 지시하거나 질문하지 않아도 준호가 도와달라고 하거나, 혼자 끼우려고 시도하겠죠? 그럼 아무 말도 안해야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지시와 질문을 줄인 빈 자리엔 놀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의도를 읽어주세요.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아이의 주도를 따르기 위해 천년만년 아무말도 안하고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시간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3초 이상 기다리기를 권합니다. 그런데 제가 마음속으로 셋을 세면서 기다리세요, 라고 하면 성질급한 부모님은 0.5초만에 하나둘셋, 세고 먼저 아이에게 말을 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열을 세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아무리 빨리 세도 열까지 세려면 3초는 걸리거든요. 내가 성질이 급한 편이다, 열을 세세요. 나는 느긋하다, 다섯만 세셔도 됩니다. 핵심은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아니 선생님, 10이나 기다리면 아이가 가버리는데요. 그래서 그 시간을 잘 맞추는게 되게 중요합니다. 아이가 관심이 충분할 때에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도 되지만 아이가 관심이 별로 없을때에는 짧은 시간을 주고 얼른 따라 붙어야 합니다.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이하고 표현하면 곧바로 아이의 표현에 반응해주세요. 차단기 놀이를 하다가 차단기가 떨어졌습니다. 가만히 기다리면 준호가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냅니다. 그 때 도와주면 됩니다.
한 번에 조금씩 도와주세요.
아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엔 한꺼번에 많이 도와주는 것보다 조금씩 여러 번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계속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기회를 주세요. 사실 우리는 아이의 눈빛만 봐도 다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알아서 척척 해줘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일부러 조금씩만 도와주세요.
도와줄 때는 반드시 엄마 아빠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아차리게 해 주세요.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건네주고 아이의 놀이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됨으로써 엄마 아빠는 활동의 일부가 되고 아이가 엄마 아빠의 말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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