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속이 시끄럽다.
외부적인 요인이 대부분이긴 한데 툭툭 날아드는 스트레스를 가만히 맞다가 속멍이 들었는지, 어제는 일찍 잠자리에 누운 게 무색하게도 영 질 나쁜 잠만 길게 잤다.
내내 뛰어 다니는 마네킹에 쫓기는 악몽에 시달리다 새벽 택배 배송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배송 기사님은 옆집에 배달한 물건을 사진으로 찍어서 전송하시는 것 같았다. 집 앞에서 서성거리는 기사님의 발걸음에 맞춰 심장이 쿵쿵쿵쿵 발작하듯이 뛰었다. 기사님은 누가 들어도 살금살금 걸어오셨는데 나만 혼자 놀라서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악몽에 시달리던 지난밤, 물이 범람하고, 땅이 솟구치고, 사람이 죽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는 재난 상황 속에 택배가 무사히 '새벽 배송' 됐다.
뛰어다니는 마네킹보다 무서운 건 바로 이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