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누가 만든 거야
남편 없이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설레지도 않고, 그냥 크리스마스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메리크리스마스! 하고 인사해 주었는데, 난 메리하지 않은걸.
사실 12월의 어느 한 날일 뿐인데,
내겐 아무 일도 없는데,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한 번 더 우울을 지나야 했다. 조금 억울했다.
우리 교회에는 시각 장애를 가지신 독거노인이 두 분 계신다. 가족들이 더 이상 돌보지 않고 연락도 거의 끊겨 두 분 다 활동 보조 선생님의 도움으로 생활을 하시고, 명절이나 공휴일은 스스로 생활을 하셔야 한다.
자주 찾아뵈어야지, 하면서도 뭐가 그리 바쁘다고 늘 미루는지. 남편이 떠나고 혼자가 되어보니(물론 내겐 유일한 세대원 아들 한 명이 남아있으니 혼자라는 말을 쓰기에도 그분들께 죄송하다), 그분들이 더 자주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그들이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나는 명절이 너무 싫다고, 그냥 너무 싫은 정도가 아니라 명절만 다가오면 속에서 분노가 차오를 지경이라고. 들을 때 공감해 주었지만, 온전히 이해할 순 없는 감정이었다.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들이 지닌 깊은 어둠과 고독...
그때의 나에겐 그냥 스쳤던 그 말들이, 지금의 나에게 이제야 들려온다.
나도 그랬다. 크리스마스는 누가 만들었냐며 속에서 불을 내다가, 아차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주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나신 걸 기념하는 날인데 말이다.
아니, 그럼 예수님 생일을 축하만 하면 되지, 왜 이 날은 유독 커플들이 알콩달콩 보내는 날이 되어야만 했나? 하며 또 2차 분노가 치민다.
잠깐 외출을 했다가 아무 죄도 없는 지나가는 커플들에게 괜히 불똥이 튀어 눈을 한번 흘기고는, 집에 돌아와 한바탕 울었다.
누군가에겐 기다려지고 설레는 그런 날이,
누군가에겐 억울하게도 평소보다 더 우울해져야만 하는 날이 될 수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아는 만큼 들리기도 한다.
전에 들리지 않았던 그 시각장애우 분들의 말이 지금에서야 들리는 걸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