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먹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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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라

배에서 소리가 난다. 무엇을 몇 시에 먹어도 역시 소화되지 않는다. 그래도 꾸역꾸역 먹고 가고, 또 가고 했다. 다른 길로 간다는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다. 당장 해야 할 일에, 그 의무적인 일에 나를 세탁기 안 빨랫감처럼 구겨 넣었다. 그렇게 이십여 년을 살다 보니, 어느 날부터 나의 눈동자가 고장을 일으켰다. 그것은 그 어떤 상황보다도 사람을 자신 없게 만들었다. 잘 보이지 않으니, 눈물도 나고, 생각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무엇보다 책을 집중해서 읽기가 힘들었다.

이것은 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증을 낳게 했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뭘 쑤셔 넣기에 바빴던 나의 삶이, 결국 “이 사람은 지금까지 먹기만 했다.”의 묘비명으로 귀결되는 게……. 그렇다. 나는 세상의 맛있는 것을 내 입에 조금의 주저도 없이 처넣었다. 그런 사람을 흔히 ‘돼지’라고 부른다. 조금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책을 좋아하는 돼지’라고 해도 되지만, 뭐 그것이 별반 차이가 있겠는가!

시력의 소멸은 나에게 하늘나라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이자 상상인데, 결국 마지막 때에 그 분께서 “넌 세상에서 어떤 사랑을 베풀었는가?” 라고 물으실 때 입이 조금도 열리지 않는 것이다. 겸손함의 모습이 아니다. 정말 정말 정말 내 입이 시커먼 구덩이가 되어, 내가 그 속에 구렁이처럼 말려 들어가는 상상이다. 돼지의 귀여운 발가락 때만도 못한 종말이다.

그동안 그렇게 먹었다면 이제는 토해내야 한다. 한평생 적절한 것과 적절하지 않은 것을 시험 문제로 고르게 한 나는, 이제부터 그 죄를 용서받아야 한다. 마치 아마존강에서 마음껏 헤엄쳐야 하는 물고기를 가두고, 수족관 안에서의 헤엄만을 용납했던 나의 삶으로부터. 이것은 옳지 않았다는 것을 고래고래 소리칠 때가 되었다. 여긴 아마존강이 아니라고, 너희는 갇혀 있다고, 바다로, 좋은 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아마존 수족관 집의 열대어들

유리 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중략)

철근은 밀림, 간판은 열대지만

아마존강은 여기서 아득히 멀어

열대어들은 수족관 속에서 목마르다

변기 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여름밤

열대어들에게 시(詩)를 선물하니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이고

아마존 강변에 후리지아 꽃들이 만발했다.


- 최승호, 「아마존 수족관」 중


이것은 대한민국(아마존을 표명한 수족관)의 열대어들인 K고딩에게 진짜 아마존강을 인식시키기 위한 시(詩)다. K고딩이 입시 지옥인 애굽에서 탈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노예가 노예임을 인식하고, 자기 삶의 주인되기를 소망한 지 꽤 되었다. 부디 이 책을 읽는 학생들도 그렇게 되기를. 공부 자립심을 키워, 세상의 바다에 자신의 물길을 내고 뻗어나가길. 홍해가 갈라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