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있는 줄만 알았던 걸음들은 나의 앞날이 되어주고
가는 길에 아무도 없다 하여 누군가를 찾지는 않으렵니다. 다만 누군가 이 길을 함께 걷는다면, 그의 걸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의 마음이 중도에 꺾이지 않도록 말없이 헤아리며 걸을 것입니다.
서로가 이끌고 있다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음을 알아채는 일이 있습니다. 그 순간은 소란스럽지 않은 듯이 나즈막히 오는데도 알아차리는 길. 미안함과 감사함 물든 그 길 위에서만이 가능하니까요.
아름다운 것이 문득 나의 걸음을 붙잡을 때, 그와 잡은 손을 살며시 당겨볼 것입니다. 그의 걸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찰나를 나 혼자 간직한 채 그와 함께 다시 걷겠습니다. 나의 갈망을 놓아주는 일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하는 일임을 알기에 말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쌓인 시간들은 이내 정원의 아름다움이 되어가는 길. 그 정원은 누군가의 쉼이 되고, 조용히 숨 쉬는 자리가 될 테니까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발걸음은 하나 없으니 더 소중하게 내걷게 되는 길이니까요.
누군가의 모진 말에서 누군가의 따뜻했던 손 하나가 기억의 저편에서 꺼내지고, 누군가의 다정함 속에서 내 기쁨을 비로소 알아차리게 하여, 결국 그 기쁨을 건네는 법을 배우는 그 길에 설령 아무도 없다 하여도 다른 길로 꺾이지 않으렵니다.
누군가 함께 걸었다면, 그의 생이 후회 없이 이어지기를. 그리고 그로 인해 나 역시, 잘 걸어왔음을 향한 길이니까요.
나는 나를 잘 압니다. 그렇기에 나는 나를 쉬이 믿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그 누군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면서도, 믿습니다. 믿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믿을 수밖에 없기에 믿음을 연습하는 길을 걸으니까요.
그러니 내가 걷는 이 길이 외딴 곳일지라도 굳이 다른 길을 택하지 않겠습니다. 누군가 나타나기엔 멀고 좁은 길일지라도 말입니다.
내가 걸어온 세상은 마냥 가볍지 않기에 웃음으로 가득 채우려 애쓰고, 마냥 따듯하지 않기에 잡은 손 귀하게 여겨 그 따듯함 지켜내는 길이니 말입니다.
나 가는 길만큼은, 내가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