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본 것은 명확했습니다.
아니, 선명했어요.
그러나 그것을 전부라고,
그렇게 제 스스로를 우물 안에 가두지 않게 해주세요.
만약 제가 본 세상이 전부라면
그 전의 나는 지금의 이 세상을 보지 못했을거에요.
그러니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게 해주세요.
그러나 제가 본 것들의 그 모습이
흐릿해지지 않게 해주세요.
세상을 보는 눈을
다시 가리고 싶지 않으니까요.
공허,
허무
그 순간에도 살아있고자 했습니다.
그 감정들은 내가 살고싶어 내보내는
저 너머의 미지의 세계로 가고싶다는 한자락 희망이었다는 걸,
모든걸 끝내면, 그 이후에 더 좋은게 있을거라는 희망이었다는 걸.
어찌 이런 슬픔을 안기시고,
부족함을 한가득 채워두셨나이까.
슬픔에 행복을 바라고,
행복을 바라보고,
행복을 향해 가는 저를 보기까지 오래도 걸렸습니다.
부족함의 인과를 겪어내는 동안,
채워야 할 것들이 눈에 보였고
결국 하나씩 삶을 완성해가려 애를 쓰는 저를 보기까지도요.
그러니,
이 다음이 있게 해주세요.
이 인생말고 다른 인생이 아니라,
이 인생에서
다음을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