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함과는 멀어지고 픈, 그 어딘가의 경계선
우리는 저마다 다른 꿈을 꾸며 잠들고, 다른 모양으로 깨어난다. 애초에 정답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건만, 사람들은 각자가 발견한 답이 유일한 진리인 양 목소리를 높인다. 그 소란스러운 집단 속에서 뜻 맞는 이들끼리 모여 서로의 외로움을 해결하고, 허기를 채우고, 태어났기에 부과된 숙제들을 꾸역꾸역 해치우며 하루를 마감한다.
그들의 확신에 찬 하루를 지켜보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왜 저들처럼 명확한 기준을 갖지 못했을까. 잘 사는 삶이라거나, 남겨야 할 사람 같은 기준들. 어쩌면 명확하지 않고자 하는 모호함 그 자체가 나의 유일한 기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기준을, 기어코 언어로 정립하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서른넷. 지난한 방황 끝에 세운 나만의 기준은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내 앞길을 비춰줄지 알 수 없다. 다만, 이제야 비로소 마음 놓고 발 뻗을 집 한 채가 생긴 기분이다.
세상을 배운다는 건 단순함에서 멀어지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이해하기 쉬운 글이 잘 쓴글 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 말에 온전히 동의하지 못한다. 내게 세상은 단순하게 요약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곳이다. 그 복잡한 덩어리를 억지로 단순하게 깎아내려 보여주는 건, 누군가를 좁은 틀 안에 가두는 억압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틀이 타인의 시야를 넓혀주려는 선의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틀은 결국 틀일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란, 이 복잡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러나 선명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인생은 이렇게나 엉망이고 복잡해"라고 명확하게 짚어주는 글. 독자로 하여금 그 혼란 속에서 스스로 서 있을 자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글. 삶의 비릿함이 녹아들지 않고서는 결코 쓰일 수 없는 그런 글이다.
글을 쓰기 위해 가져야 할 기본은 무엇인가의 기준을 세운 날에는 괜히 글을 쓰기 싫었다. 누군가를 과연 내 틀안에 가두어야 할까. 아니, 내가 그럴 수 있는 글을 써도 되는가 싶어서 말이다.
나의 세계는 타인의 틀을 넓혀줄 만큼 충분히 광활한가. 혹여 나만 홀로 심각해져서,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는 바보가 된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하고.
세상은 시끄럽다. 저마다의 정답을 외치는 소음 속에서, 그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이유로 오답 취급을 받는 꼴을 더는 견딜 수 없어 종종 입을 다물곤 한다. 내 인생의 시점에서 보면, 당신들의 정답 또한 정답이 아님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단순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비치길 원했으므로. 내가 뱉은 말들은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들일 뿐이었으므로.
그렇게 혼자가 익숙해진 지금, 역설적이게도 나는 다시 누군가를 찾고 있다. 단순한 척 연기하는 나의 가면 뒤, 감춰둔 복잡함까지 읽어낼 수 있는 사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 어쩌면 내가 가진 것이 그에게는 필요가 되고, 그가 가진 부재가 나에게는 채움이 되는 존재 말이다. 그 모양새가 어떨지 모르지만, 그러한 존재가 필요하다라는 모순도 인정하는 것처럼, 더욱이 세상은 복잡하구나 싶다.
나의 세계를 부수고 넓혀줄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혼자의 평온함과 함께의 소란함 사이, 나는 지금 어느 길로 발을 떼야 하는가.
글을 쓰기 위해 세상을 넓힌다. 그리고 단단한 기준을 세운다. 누군가에게 닿을 글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