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위에 지어진 집

함께라는 의미에 관하여-

by 한이루

우리는 평생을 바쳐 거대한 집을 짓는다. 얼핏 보기엔 똑똑하고 더 많이 노력할수록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줄 것만 같은 집. 그러나 그 집을 지탱하는 토대는 단단한 대지가 아니다. 언제든 흩어질 수 있는 타인의 시선, 오늘 스쳐 지나간 사소한 사건, 그리고 실체 없이 떠 있는 뜬소문과 같기도 한 그것은 내면이 비어있는 모래같음을 아는가.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나고 죽음의 엄중한 의미를 묻기엔 당장 오늘 내게 닿은 누군가의 눈빛이 더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본질을 외면한 채, 거울에 비친 겉모습을 닦고 치장하느라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소진한다.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이 위태로운 성이 얼마나 그럴싸해 보일지에만 골몰하며 하루를 태워버린다.


그러다 예고 없이 찾아온 생의 끝, 그 끝에 섰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가 그토록 애면글면하며 쌓아 올린 이 모든 것이 실은 긴 꿈속의 찰나였음을. 손에 쥐려 발버둥 쳤던 것들이 잡히지 않는 신기루였음을.


무너져 내리는 허상의 잔해 속에서 가장 뼈아픈 후회는 관계에 대한 뒤늦은 깨달음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던졌던 날카로운 말과 가시 돋친 마음들이, 사실은 상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된 방어기제였음을 알게 된다. 내가 그토록 상처받기 싫어 몸을 웅크렸던 것처럼, 내게 가시를 세웠던 그 사람 역시 그저 다치지 않기 위해 떨고 있었던 연약한 존재였음을. 서로가 서로의 두려움을 비추는 거울이었을 뿐인데, 우리는 그것을 미움이라 착각하며 서로를 할퀴었다.


그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라고 탄식하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그 허무한 끝에 닿기 전에, 지금 눈을 떠야 한다. 허상 위에 위태롭게 지어진 집을 스스로 허물고, 단단한 진실의 땅을 밟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나'와 걸핏하면 나에게 판단되는 '너'라는 껍데기를 벗어내고, 그저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당신과 나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


내가 상처받기 두려운 만큼 당신도 그러함을, 내가 위로받고 싶은 만큼 당신도 그러함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

그리하여 서로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우리의 하루는 비로소 허상이 아닌 진심 위에 지어질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죽음의 그림자가 아닌, 삶의 온기를 품은 진짜 집을 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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