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도 미술관에 입장하는 '손'

마드리드 - 생기넘치는(Vibrant) 3

by 김정옥

프라도 미술관(Museo Nacional del Prado)은 1819년 11월에 '왕립 회화 조각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관하였다. 200년이 훨씬 넘었다. 예술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미술관은 초기에는 바티칸이나 우피치처럼 왕실이나 교황의 개인 소장품에서 출발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미술관인 루브르를 시작으로 프라도, 내셔널 갤러리 등으로 확산되어 현재까지 유럽 3대 미술관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프라도 미술관은 페르난도 7세 때 벨라스케스, 고야 등 궁정화가들과 엘 그레코, 루벤스, 보쉬 등의 작품 300여점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으로 자연사 박물관으로 예정되어 있던 현재의 건물을 용도 변경하여 탄생하였다.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높다랗고 너르게 이어진 프라도 거리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주변의 공원과 고전 건축물들과 어우러져 거리에도 그런 평가를 할 수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품위와 격조'가 느껴졌다. 그 예술적 분위기의 진원은 바로 프라도 미술관이다. 멀리서 보면 그저 단순한 형태의 매우 큰 건축물이지만 사실 프라도 미술관은 바로크 건축의 화려함으로부터 탈출하여 고대 그리스 로마 건축을 이상으로 삼은 신고전주의 건축물이다. 고딕과 바로크의 수직적 공간 대신 수평선을 강조하면서 절제된 장식과 이성적이고 지적 안정감을 갖추어 단순하지만 장엄함 그 자체이다.


미술관의 외부에는 스페인 미술사에서 중요한 화가들을 기리는 동상들이 주요 출입구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미술관의 정체성과 인물들의 예술사적 위상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먼저 프라도 미술관 정문에는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팔레트와 붓을 들고 앉아 있다. 그 팔의 제스처는 그의 대표작 ‘시녀들(1656)’ 속 자화상 동작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한다. 그의 탄생 300주년인 1899년 6월에 이 동상을 정문 앞에 세운 것은 미술관이 이 위대한 화가를 중심으로 스페인 미술사를 정립하고자 한 상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으로 미술관 북측 입구에는 고야가 외투를 입고 왼손에 모자를 든 채 산책하고 있다. 기단에는 ‘마하 누드’ 같은 그의 대표작들이 낮은 부조로 새겨져 있다. 프라도 미술관이 고야의 작품을 대규모로 소장하고 있는 만큼 미술관이 그 업적을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술관 남쪽 정원의 무리요 광장에는 젊은 무리요가 펜을 쥔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고 왼손은 종이를 누른 채 새로운 그림의 데생을 준비하는 듯 서 있다. 그의 고향 세비야에 있는 무리요 동상의 원작을 그대로 복제판 형태로 제작했다고 한다. 세비야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미술관이 휴관이어서 그 앞의 무리요의 동상 아래서 허탈해한 적이 있어 그때 사진을 찾아보니 정말 동상의 포즈가 똑같다. 평소 애정해 왔던 세 스페인 국민 화가와 사진을 찍고 관람객 주 출입구인 북쪽 고야의 문쪽으로 가서 대기줄에서 기다려 온라인 예매 티켓을 보여주고 실물 종이 티켓을 한 장씩 받았다. 핸드폰 크기 반쪽 만한 티켓에는 아름다운 '손'이 있었다.

image.png 입장 티켓 도안 관련한 프라도 미술관의 공지

2022년 4월 6일 수요일 프라도 미술관은 위와 같은 공지를 포스팅했다. 2022년 봄에 전 지구인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이 넘게 고통을 받다가 겨우 희망을 가지게 된 즈음이었다. 그 봄날 4월에 프라도 미술관은 소장 그림 가운데 12개의 ‘손 디테일’을 제안하고 시민들의 투표로 8개를 정했다는 것인데 이런 미술관이 있어서 마드리드 시민들은 훨씬 더 행복했을 것 같다.


온라인 예약으로 2025년 9월 23일 11:00 입장을 예약하고 프라도 미술관 입구에서 우리는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에서의 천사의 손과 반데르 바이만의 십자가에서 내림의 성모와 예수의 손을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입장 티켓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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