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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Mar 29. 2016

소소한 제안이 가져다 주는 커다란 울림

우리 모두 손을 내밀어 봐요^^

나도 너한테 우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나에게 제안을 해 줘서.

이불에서 뒹굴거리며 휴대폰을 조금 만지작거리다가... 책을 한 두장 읽다가... 불도 끄지 않은 채 잠이 들어서 엄마한테 구박을 받았을 게 뻔한 월요일 밤.

"글 올렸어. 매거진에 참여해."라는 너의 제안에 몸을 일으켜 컴퓨터에 앉고 보니, '나는 오늘도 네가 잘 차려 준 밥상을 또 이렇게 맛나게 먹는구나...' 싶어서 절로 고마운 생각이 든다.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가 주고 받은 편지를 모아 놓은 책

너의 제안을 듣고 나는 '감히' 고흐와 테오가 주고 받은 편지를 담아 놓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떠올렸어. 남들이 보면 '푸하하하!!!' 웃을 지 모르겠다. 고만고만한 평범한 애들 둘이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운운하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천재적 화가를 운운하고 있으니...


그런데 너의 제안에 이 책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건, 너도 아는 또 다른 내 친구 '정은이'의 15년 전 제안이 생각났기 때문이야.


나는 이 책을 15년 전에 정은이에게서 선물 받았어.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내게, 내 돈 내고 미술관 티켓을 사 본 적이 없던 내게,

"은정아, 미술관에 가 볼래?"하며

'오르세미술관 한국전' 티켓을 사 준게 먼저인지, 이 책을 선물해 준 게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2000년 한국에서 열린 '오르세미술관 한국전' 팸플릿

전시회를 한 번 다녀왔다고 해서, 뛰어난 화가에 대한 책을 한 권 읽었다고 해서, 없었던 예술적 감각이나 문화적 소양이 갑작스레 생겨나는 것은 분명 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알아.


그런데,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이 그림 무식자인 내게도 어지간히 인상을 남긴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었는지 집에 돌아와서 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이 팸플릿을 책상에 붙여 두었단다.


그게 벌써 훌쩍 15년이니, 어쩌면 나는 책상 앞에 붙여 둔 그림들을 보면서 꽤나 오랫동안 이 이국적인 풍경들을 그리워했는 지도 모르겠다. 불현듯, 어쩌면 그 그리움들이 나의 발길을 자꾸 유럽으로 향하게 한 건 아니었는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흐의 자화상

작년에 오르세 미술관에서 고흐의 자화상을 봤을 때는 괜시리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에 왈칵 눈물이 쏟아져서 애써 눈물을 참으며 '후후'하고 호흡을 내쉬었드랬어.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앙 다문 입과 구불구불 강렬한 붓 터치와 신산한 눈빛에서 고단했던 고흐삶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된 것은 아닐까 짐작할 따름이야.


다른 그림을 둘러 보고 한번 더 찾아간 이 사나이를 두고 나오려는데 마음이 너무 짠해서 발걸음이 안 떨어지더라... 고흐에 대한 위로인지, 나 자신에 대한 위로인지 모르게 "그래도 고흐에겐 테오가 있었잖아."하고 조용히 읊조리며 방을 나온 기억이 난다.


정은이가 내게 건넨 티켓과 책이 내 인생에 두고두고 큰 울림을 주는 게 나는 참 고마워.

마찬가지로, "은정아, 이런 책을 읽어 보자.", "은정아, 글을 써 보는 건 어때?", "은정아, 매거진에 참여해."라며 네가 나에게 건네는 숱한 제안들이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 지, 그래서 그게 또 얼마나 고마운 지...


테오가 건넸던 편지들이 위대한 화가가 아닌 '평범한 사나이'에게 위안이 되었듯이 우리가 건네는 편지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편지들이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작은 위안과 제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이 밤에 꿔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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