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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 Jul 28. 2024

왜 일본잡지 그리고 <턴즈>인가?

ISSUE • 로컬은 잡지로 통한다

기획회의 612호 : 2024.07.20 - #로컬은 잡지로 통한다에 기고한 글입니다.



왜 일본 잡지 그리고 <턴즈>인가?

                                                                                                           자유스콜레 대표 양석원


잡지를 열심히 탐독하는 일을 계기로 지금의 글을 쓰고 있을 줄은 몰 랐다. 지금은 성인들을 위한 시민학교, 인생학교를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하나의 점이고 여기저기 흩어진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어 준 잡지 이야기를 풀어놓으려 한다.


일본어를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배우기는 했지만, 일본어 까막눈인 내가 일본잡지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사회 혁신이라는 주제 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때였다. 한국의 사회 문제를 시간차를 두고 먼저 경험하는 곳이 가깝지만 멀리 있는 나라 일본이었다. 새로운 과거와 오래된 미래의 무대로 지역을 새롭게 조명하고, 지역성을 떠난 변방을 탐 색하고 탐험하는 과정을 위해 선先경험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 주목했다. 그리고 지역의 일과 생활에 대해서 꾸준하게 콘텐츠를 만들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로컬 매거진 <턴즈>를 읽으며 일본의 로컬을 자세 히 알아볼 수 있었다.


우연은 우리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준다.


지역이나 인구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한국보다 먼저 도착했기 때문에 일본을 살펴보는 일에 흥미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의 다양한 프로젝트 등에 관심을 더 가지 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아는 분의 소개로 일본의 <턴즈>라는 잡지를 알게 되었 고, 종이 매체뿐 아니라 내용의 일부는 온라인으로도 만날 수 있었다. 혼 자만 보는 것이 아까워서 좀더 많은 분에게 공유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그때’가 왔다. 코로나19는 여러 가지 제약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만든 계기였다.


코로나19 때문에 외부 활동에 제약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온라인 활 동에 적응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턴즈>를 함께 살펴보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을 했다. 처음 <턴즈>를 추천해 주었던 분이 일본어 를 할 수 있었고 지역사업에 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먼저 섭외를 했 는데, 흔쾌히 참여 의사를 표현해 주었다. 이름은 매거진magazine에서 ‘진zine’을 가져오고, ‘토픽’을 비틀어 ‘토닉’이라고 붙여서 ‘진토닉’이라고 지었다.


진토닉을 함께하는 민주 님이 종이잡지를 먼저 읽은 뒤 그중 몇 가지 토픽을 골라서 소개했는데, 실시간이 아니라 녹화 영상으로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하고 줌을 통해서 그 내용을 서로 살펴보는 형태로 진행했다. 코 로나19 시작과 함께 운영을 시작한 진토닉은 1개월∼2개월에 1회 정도 온라인 모임으로만 운영을 지속해 왔고, 진토닉 시즌 2는 서강대 SSK 지 역재생연구팀의 후원을 통해 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진토닉 홈페이지 : https://zinetonic.softr.app

책이 아닌 잡지를 선택한 이유는 시간성에 있어서 조금 더 살아 있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고, 정보성 내용에서부터 심층 기사 혹은 인터뷰까지 읽어보며 시간성을 반영하면서도 특집에서 다루는 주제 키워드를 함께 따라갈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의 로컬 매거진 <턴즈>를 함께 읽는 모임‘진토닉’을 만들었다. 이름은 매거진 magazine에서‘진zine’을 가져오고‘,  토픽’을 비틀어‘토닉’이라고 붙여서‘진토닉’이라고 지었다. 책이 아 닌 잡지를 선택한 이유는 시간성에 있어서 조금 더 살아 있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고, 정보성 내용에서부터 심층 기사 혹은 인터뷰까지 시간성을 반영하면서도 특집에서 다루는 주제 키워드까지 함 께 따라갈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잡지는 고유한 영역을 정하고 그 안에서 매월 다른 주제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었다. 사실과 이야기는 이제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유혹하고 있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의 축적과 기다림의 시간에는 그만큼 탐색의 여유와 새로운 주제에 대한 기대가 함께한다.


<턴즈> 들여다보기


<턴즈>는 지역에서 ‘일본을 활기차게(energizing) 한다’는 콘셉트로 지 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이나 이주, 지역 생활을 선택한 사람 들의 이야기 등을 소개하면서, 앞으로의 생활 방식과 일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보고 지역과 지역의 연결 방법을 제안해 가는 로컬 라이프 매거진 을 표방하고 있다. 2012년 6월에 창간한 매체로 10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2개월에 한 번 씩 발행하며 기본적으로는 종이잡지에 내용을 담고, 내용의 일부는 온라인을 통해서 소개한다.

턴즈 종이 잡지 지난호를 온라인을 통해서 구입할 수 있다. : https://turns.jp

<턴즈>의 잡지 이름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내용을 덧붙이자면, 일본에 서는 다양한 이주의 행태를 ‘턴 turn’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서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U턴, 고향을 떠나서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인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J턴,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I턴이라고 부른다. <턴즈>는 그 다양한 삶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와 이벤트를 전달하고 있다. : https://turns.jp

단순히 지역을 소개하는 역할을 넘어서 해당 지역의 활동가, 작가, 사 진작가 등 크리에이터와 연결을 시도하면서 잡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장 소 만들기나 이벤트 기획과 운영, 정보 공유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벤 트 기획과 운영의 경우 각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이벤트 투어와 행사를 잡지와 연계해서 진행하고 있고 이것이 주요한 수익 모델 중 하나다. 독 자의 대부분이 도시에 살면서 지역 이주를 생각하는 20대∼40대인 만큼 독자와 지역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


<턴즈>는 온라인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는데, 종이잡지의 내용을 소개 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지역 관련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참가자를 모집하 는 역할도 하고 또 지역에서 나오는 다양한 제품들을 한데 모아서 소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별도로 구축해서 운영 하고 있다. 

턴즈 온라인 쇼핑몰: https://shop.turns.jp


<턴즈>가 만나게 해준 키워드


잡지를 읽다 보면 시기성이 있는 내용도 접할 수 있지만 <턴즈>의 경우 매 호 다른 키워드를 가지고 그와 관련된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다. <턴 즈>를 통해서 만난 키워드들은 시민학교와 인생학교를 고민하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해 주었다. 그중 세 가지 키워드를 골라 소개한다.


① 고향납세

한국에서 ‘고향사랑기부금’이라는 제도가 2023년 1월 전국적으로 시 행되었다. 이는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지나친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소멸을 막고자 기부자들이 자신들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 기부하고 국가는 세액공제를, 지자체는 금액에 따 른 지역의 특산물이나 서비스를 답례품으로 기부자에게 제공한다. 지자체는 그렇게 모금된 기부금으로 지역 내 필요한 사회복지 또는 지 역발전(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 건 등의 증진, 시민참여/자원봉사 등의 지역 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의 주민 복 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 한정)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모델이다.


일본은 2006년에 시작해서 지금은 9조 원에 달하는 기부금이 모이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의 제도가 개선해야 할 부분과 이 제도를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사례를 살필 수 있었다. 잡지도 고향납세 답례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만하다.


② 지역부흥협력대

지역부흥협력대는 1년 이상∼3년 이하로 활동을 하면서 관광자원 기 획이나 개발, 고령자 생활 지원, 빈집과 빈 점포와 같은 공간의 활용, 이주 자 지원 등의 ‘지역부흥’ 활동을 한다. 60%의 지역부흥협력대원이 활동 을 종료한 다음에 지역에 정주하는데 그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 정도가 지역에서 창업을 하고 있다. 지방 이주를 생각할 때 그것을 독려하는 제 도로 일본 정부에서는 2009년부터 도입했다.


이주를 원하는 지원자들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온라인 플 랫폼을 활용하기도 한다. ‘스마우트SMOUT’는 지역부흥협력대를 모집하 는 주요한 방법으로 지자체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지자체, 지역 사업자, 개인 등이 이주자와 지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직접 스카 우터처럼 스카우트할 수 있는 형태다. <턴즈>를 읽다 보면 지역으로 이주 한 다양한 배경의 사람 중에 젊은이들이 지역부흥협력대의 경험을 통해서 지역을 경험하고 이주를 생각한 경우들을 볼 수 있다.


③ 다거점 주거

다거점 주거는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원이나 이주를 하기 전에 지역을 미리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 특히 도시에서의 일을 유지하되 살고 싶은 곳으로 이주하고 싶은 이들이 주거 공간을 다양하게 갖는 것을 말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이주를 생각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인 텐데, 코로나19 이후 정주가 아닌 여러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옮겨 다니는 다거점 주거 생활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주거를 ‘구독’ 형태로 이용할 수도 있다. 다거점 주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다른 지점들은 무엇일 까. 도시에서 하는 일과 그 일을 기반으로 인생의 전환기나 후반기에 새 로운 도전을 하는 일종의‘5도 2촌’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턴즈>가 남겨준 것

콘텐츠를 통해서 연결하는 매개체인 <턴즈>는, 나에게는 같은 관심사 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잡지의 내용을 살피면서 나에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하나하나 챙겨갈 수 있었다. ‘우연 은 우리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준다’라고 하지 않았나? 사례 중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내용도 있었고, 내가 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주제들도 있었다.


우연이 만들어 준 새로운 문은 직접 일본 홋카이도 히가시카와 시민/ 인생학교를 한국 분들과 함께 찾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앞에서 소개 한 여러 가지 키워드들이 지금은 점처럼 흩어져 있지만 나중에는 하나의 선에 놓여서 서사를 완성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잡지雜誌가 여러 가지 가 ‘섞여(雜)’‘기록(誌)’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 잡지가 독특한 색깔을 가 지면 그 꽃의 향기를 맡고 모이는 벌과 나비가 있는 것처럼. 

                              

자유스콜레는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만들기'라는 모토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인생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이다. www.jayuskole.net

진토닉은 로컬의 라이프 스타일과 비즈니스 정책을 살피기 위해서 턴즈라는 잡지를 시작으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https://zinetonic.softr.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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