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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 Oct 10. 2017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은 아쉬웠지만..

익숙한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는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들의 연속입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이제 학교로 가는 기차를 타는 일이 남았는데, 기차표를 사는 일에서부터 익숙하지 않습니다. 티켓은 영문 안내를 보고 구매를 했는데 맞게 구매를 한 것인지에 대한 불안한 마음과 어디에서 타야 할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전광판에 지역명을 보아도 모르는 이름들 뿐이라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이 분도 덴마크에 처음 방문한 사람이기는 한데 구글 맵으로 검색을 하더니 자세히 알려줍니다.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은 아쉬운 법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 가져다주는 선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차역에서 내려서 학교까지 가는 길도 초행길이라서 지도를 여러 번 찾아봤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기도 하고 무거운 짐까지 함께라서 정말 오랜 시간 걸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이 길은 산책보다 더 짧은 거리로 생각할 정도로 자주 오고 가게 되는데 처음이 가져다가 주는 새로운 경험인 것 같습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내셔널 학생들의 수업을 책임질 가바(Garba) 선생님을 가장 먼저 만났습니다. 다른 학생을 배웅하기 위해서 온 분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그분이 'Third World’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듣고는 그 단어 대신에 'Global South, Global North’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경제적인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지구의 남쪽과 북쪽으로 나눠 이야기 하는 것이 여러 가지 편견을 거두는 일이라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학교에 도착한 시간부터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습니다.


처음 나를 반겨준 동기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Kia라는 이름을 가진 분입니다. 보기에도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라서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쌍둥이 딸의 엄마라고 합니다. 사진 수업을 듣기 위해서 신청했고, 휴식을 하고 싶어서 학교에 왔다는 설명입니다. 어머니 같은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두 번째로 만난 친구는 일본에서 온 토모키라는 친구입니다. 배드민턴을 10년 동안 했고 덴마크의 배드민턴 선수를 동경해서 덴마크에 가면 많은 사람이 배드민턴을 즐긴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갭이어를 1년 정도 하고 있어서 나중에 무엇을 할지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방 번호와 이름이 있는 종이를 얼굴 밑에 들고는 프로필 사진을 찍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학생들이 가장 빈번하게 지나다니는 레드 타일 벽에 모든 학생의 이름과 방 번호가 있는 프로필 사진이 한 곳에 모여있습니다. 조회에 늦는 경우 방 번호를 보고 찾아가서 깨우는데도 나중에 유용하게 사용이 됩니다.

사진을 찍고 짐을 풀기 위해서 방을 찾아갔더니 먼저 도착해서 살짝 잠을 자고 있었던 룸메이트와 만났습니다. 학교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해야 하는 룸메이트이기에 학교생활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의 중의 하나입니다. 인도에서 온 룸메이트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지금은 인도 발리우드에서 조감독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옆 방 친구와도 잠깐 인사를 나눴습니다. 김나지움 졸업후에 대학에 들어가는 것에 실패서 '아 나 이제 뭐하지? 하고 생각하다가 그냥 자유학교에 훅 왔다고 합니다. 도시 계획 수업을 듣는데 자신도 잘 모르고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큰 강당에 모든 학생이 모이는 순서입니다.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서로 마주 보면 둥그렇게 앉았고, 노래로 시작을 합니다. 성경책 처럼 생긴 노래 책이 따로 있는데 첫 노래는 덴마크어 노래라서 가사의 뜻도 모르겠고 따라 부르기도 힘듭니다. 나중에 조심스럽게 물어본 내용이지만 덴마크 친구에게 왜 다 모여서 세션을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부르냐고 했더니 'Just Be together’이라고 합니다. 목소리가 한데 모이는 것을 생각해보면 딱 들어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의 역사와 소개는 아주 간단하게 교장선생님이 진행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왜 자신이 이 학교의 교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짧지만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공유를 합니다. 교장선생님의 두 번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공유했습니다. 대부분은 덴마크 학생들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나라별로 소개를 합니다. 자기소개는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학교에 선생님들 소개는 ‘Fun facts about teacher’라는 제목 아래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선생님 한 분은 멈추지 않는 방귀 때문에 병원에 간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의 끝에 믿거나 말거나라고 합니다. 

간단히 동기들끼리 인사할 시간을 주고 그다음은 저녁 식사 안내를 받았습니다. 날씨가 아직은 좋아서 접시 하나에 음식을 담고 물컵에 물을 챙긴 다음에 바깥에 있는 테이블로 향합니다. 여자 동기 두 명이 자리 앞에 앉았습니다. 앉은 지 얼마 시간도 안 지나서 나이를 묻고, 이성 친구가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이 친구들은 대부분은 19살에서 25살 사이입니다. 제 나이를 듣고는 보기보다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로 나름의 예의을 갖추어줍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다시 모여서도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비틀스에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노래를 부르고 난 다음 이제는 아코디언 연주자를 가운데 두고 간단히 춤을 배웠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음악을 전공한 음악 선생님이라서 음악과 관련된 일은 교장 선생님이 직접 챙기는 것 같습니다. 강강술래를 하는 것처럼 다들 손에 손을 잡고 선생님이 알려주는 춤을 어색하지만 서로 웃으면서 따라서 배웠습니다. 덴마크 전통춤도 짧게 소개를 받았습니다. 춤을 추면서 파트너를 바꿔야 하는데 처음에는 어색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는 음악에 맞춰서 파트너를 바꿀 정도까지가 되었습니다. 포크댄스를 생각하면 아마 크게 다른 모습은 아닐 것 같습니다. 댄스 소개가 끝나고 미리 준비된 음료수를 마시고 첫날 일정은 끝이라고 합니다. 술에 대한 규칙과 문화는 차츰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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