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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 Oct 31. 2017

우리들만의 저녁 그리고 스피드 데이팅

시차 때문인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학교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농장과 학교가 벽 하나 없이 붙어 있어서 어디까지가 학교고 어디부터가 농장인지 구별하기가 힘듭니다. 작은 새들이 지겨귀고, 하늘은 맑고 높고, 잔디는 이슬이 앉아 있어서 얼마 걷지도 않았지만 신발이 젖었습니다.아침 산책을 하면서 들리는 새소리, 신성한 공기, 눈앞에 푸른 나무들... 내가 지금 이렇게 호사를 누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빚이 생겼습니다. 

아침은 조별로 모여서 Morning Assembly로 시작을 했습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들이 아닌 여러 과목을 듣는 학생들이 섞여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면서 앞으로의 일정과 자기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선택한 과목, 나이, 이름, 지원 이유를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조안에서 일을 분담하는 것인데, 학생별로 30 DKK 가 주어집니다. 개인에게 주는 것은 아니고 우리 조 전체에게 배정이 되는데 그 돈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요리를 장도 보고 직접 요리까지 하는 데 사용을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룹 안에서 쇼핑조, 요리조, 테이블 장식조, 엔터테인먼트조, 자금 관리조로 각 각 1~2명씩 나눕니다.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손을 들고 말하고, 한 친구가 종이에 적는게 좋겠다고 하면서 열심히 이름을 받아 적습니다.

메뉴는 제 룸메이트 인도 친구가 인도 요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친구인 토미와 내가 요리와 쇼핑을 같이 하는 조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토도키는 미소국을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김치볶음밥이라도 레시피를 보고 만들어야 하나 하고 짧게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 있게 먹거리 하나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에 창피했습니다. 


자신의 역할들을 나누고 다음은 학교 시설 투어가 이어졌습니다. 인상적인 점은 학교 시설을 관리하는 분들이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있으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식당을 책임지고  있는 두 분은 외국인이지만 부모님처럼 참 포근한 느낌이었고 오늘 각 조별로 요리를 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부탁하라고 합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식사 재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요리 재료의 일정 부분은 오가닉한 재료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혹시 먹고 싶은 요리가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달라고 합니다. 빵도 직접 그곳에서 굽기 때문에 식당 안에는 빵굽는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당번처럼 일을 도와야 하고 설거지도 매주마다 설거지 조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이 마칠 때까지 1주일 동안 딱 1번이라고 합니다. 

식당 소개가 끝나고 학교 주변을 둘러봤는데 학교 주변에 있는 집들은 선생님들이 사는 집이라고 합니다. 선생님들이 학교 근처에 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선생님 중에 한 분은 학교에서 숙직을 한다고 합니다. 학교의 온라인을 담당하는 사무실에 들렀을 때는 학교의 소셜미디어도 돌아가면서 학생들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우리 조에서 자원자를 찾았는데 누가 번개 같이 손을 들면서 자신이 하겠다고 합니다. 서로 간에 눈치를 보는 시간도 없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다시 학교 건물을 나와서 이제는 학교 주변에 있는 숲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한번 참 조용하고 아름다운 주변 환경 속에 있다는 점을 일본에서 온 모모라는 친구와 공감을 했습니다. 이 친구는 부모님이 소설 속에 주인공 이름을 가져와서 모모라고 이름을 지어줬는데 정작 본인은 읽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모도 갭이어로 시간을 가지면서 학교에 왔다는 설명입니다.

점심시간에는 약간 야구랑 비슷한 경기를 했는데, 여자 남자 구분 없이 다들 함께 참여했습니다. 

야구랑 비슷한 경기 중간 중간에 잘못한 동기들에게 박수를 쳐주기도 했는데 여자라서 창피하게 주저하거나 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또 축구를 하는 팀들이 있습니다. 천연잔디에서 축구를 하는 셈입니다. 룸메이트 친구가 인도 독립기념일이라며 디저트 같은 것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일본인 친구들이 있어서 광복절 이야기는 굳이 식탁에서 꺼내지 않았습니다. 

저녁식사 후에 큰 강단에 다시 모였습니다. 모두 함께 노래하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이번 노래는 덴마크어 노래이지만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오는 정말 듣기 좋은 노래였습니다. 나중에 꼭 다시 찾아볼 생각으로 악보를 사진으로 찍어두었습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는 청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장소와 용도에 맞게 어떤 세제를 사용해야 하고 어떤 걸레는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이어집니다. 화장실 청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질 때는 책상 위로 실제 변기가 올라왔습니다. 내일부터는 각 조별로 나뉜 구역을 청소하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청소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다음에는 테이블에 촛불을 둔 상태에서 스피드 데이팅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길게 두 줄로 앉아서 주어진 질문에 한 5분 정도 서로 답을 하는 형식입니다.. 미래의 결혼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에 집에 애완동물을 키운다면 어떤 동물일까?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등 아마 서로를 조금 더 잘 알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생각이 됩니다. 5분이 지나면 한쪽 줄에 사람이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옮겨가서 다른 질문 주제를 듣고 대화를 이어가게 됩니다.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 식전 식후에 담배를 성별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꺼내 문다. (음주는 만 16세 이상, 18세 이상은 레스토랑과 바에서 16.5% 이상은 18세 이상, 흡연 18세 이상) 
** 민주주의는 정치제도가 아니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삶의 방법이다. 

** 교장선생님이 직접 합창단을 이끈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3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며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 104명의 학생 중에 102명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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