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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 Nov 01. 2017

규칙은 없지만 우리의 문화는 우리가 만든다.

자유학교에서의 아침은 매일 아침 8시에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조회(Morning assembly) 때  학생들이 알아야 할 공지사항들을 공유합니다. 물론 처음 시작은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덴마크어 노래라서 감상을 하는 정도일 때도 있지만 처음 듣는 노래라도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교장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면서 전체 학생들의 이름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한 명 한 명에게 묻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도 있어서 닉네임이 있는지도 물어보고 외국학생들에게는 어떻게 발음을 해야 하는지도 묻습니다. Ejang를 영어 이름으로 쓰려아침조회고 했는데, se-kwon (세퀀)으로 발음을 잘 하는 것 같아서 세퀀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오늘부터는 학교에 구석구석을 학생들이 청소를 맡게 됩니다. 어제 만들어진 조별로 다시 모여서 청소 구역을 배정합니다. 각 청소 구역을 어떻게 청소해야 하는지는 안내한 종이가 있고 청소도구 사용법은 전체가 모였을 때 어제 공유를 받았습니다. 청소구역을 정할 때도 자원을 해서 일 단 손을 들어서 지원한 사람 순서로 정하고 그다음은 2주에 한 번 정도로 청소 구역을 회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자 동기들도 있는데 여자화장실만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 동기랑 같이 남자 화장실&샤워실을 청소합니다. 왜 이렇게 남자 화장실 변기에 왜 이렇게 털이 많은 거야? 라며 여자 동기가 투덜거리는데  이야기했는데 남자 동기들이 아무도 답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길게 늘어진 양쪽 복도 두 개가 저와 또 한 명의 청소구역인데 한 명은 오늘 결석을 해서 저 혼자 복도 마무리했습니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고 그냥 빗자루질을 한 다음  걸레질까지 해서 20분이면 충분히 끝이납니다. 학교나 군대에서 청소한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에는 탁구를 했는데, 처음 보는 모습입니다. 한 줄로 두 편으로 나뉘어서 시작한 다음 실수로 공을 못 넘기면 그 친구는 빠지고 경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동안에 탁구대 주위를 빙빙 도는 모양새입니다. 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암튼 이렇게 해서 마지막 두 사람이 남아서 짧은 1:1 경기를 하고 다시 처음부터 다 모여서 시작을 합니다.

바로 옆 음악실에는 동기들이 각자 악기를 챙겨들더니 한 친구는 드럼을 다른 한 명은 기타를 연주합니다. 다른 한 명도 함께 하려고 기타를 앰프에 셋업하고 있는데 저에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같이 하자고 합니다. 인생을 헛살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는데 악기 하나는 연주를 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악보도 없는데 암튼 합주를 하는데 제법 보이밴드 같이 보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모여서는 선택과목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8주 동안 A그룹에서 하나 B그룹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8주 후에는 또 다른 선택 수업 그룹이 2개를 선택해서 들을 수가 있습니다. 덴마크어로 하는 수업과 영어로 하는 수업이 있는데 각 수업을 맡은 선생님들이 단상에 올라서 짧게 자기 수업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은 없습니다.

세라믹(도자기 만들기 수업), 라디오, 철학, 드라마 , 소셜미디어, 필름, 이벤트 메이킹, 심리학 수업은 덴마크어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인터내셔널 학생들은 참여가 어렵습니다. 댄스, 아웃도어 라이프, 슬로 패션, 합창 , 사진, 국제 교류, 새로운 아프리카로(Into the new africa)는 영어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인터내셔널 학생들이 참여가 가능합니다. 


선생님들의 설명이 있은 후에는 약간의 시간을 가지고 각 수업에 대해서 물어볼 시간을 갖습니다.
수업에 대해나 마켓이 열리는 셈입니다. 수업을 맡은 선생님이 앉아있고 질문이 있는 학생들이 옮겨 다니면서 자기 수업을 마음속으로 결정합니다. 인원수의 제한 때문에 1 지망 2 지망 3 지망을 받고 정말 하고 싶은 과목에는 표시를 별도로 하라고 합니다. 배정 결과는 나중에 벽에 붙어 있었는데, 저는 댄스 수업과 와 새로운 아프리카 수업을 선택했고 원하는 수업에 배정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제일 인기 있는 수업은 세라믹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조회에 교장선생님의 짧은 설명이 있었습니다. 한 친구가 밤사이에 이 학교는 자기랑 안 맞는 것 같다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메일을 그 학생의 부모님이 교장선생님에게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교장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지내는 동안 필요한 문화와 가치(Culture&Value)를 정하는 순서입니다.  학교에 정해진 규칙은 없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문화와 가치를  학생들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고 했고, 일단 첫 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으면 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안내가 있었지만 술을 먹는 문화도 학생들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조별로 나뉘어서 3개에서 4개 정도의 가치들을 설정하고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존중(respect)이라는 가치를 두고 외국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같이 있을 때는 영어로 이야기를 한다거나 술에 취했을 때도 상대방에게 영어로 이야기를 하기 영어로 대화가 필요한 경우 '망고'라고 누군가 이야기하면 모두 영어로 이야기를 하게 해야 하는 규칙 등입니다. 인터내셔널 학생들도 자국의 학생들과 있는 경우 편한 모국어로 이야기를 하기가 쉽기 때문에 이런 규칙은 모두에게 적용이 되고 이런 내용들을 정리해서  포스터를 만들고 금요일에 전체 학생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룰을 만들기 전에는 학교에 아무런 룰도 없고 덴마크에서는 룰을 만드는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룰을 만들기 전에 대화를 더 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문화나 규칙들이 나올지 금요일이 기대가 됩니다. 일단 저희 조는 존중, 열린 마음, 사랑을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내용을 듣고 받아 적는 친구들이나 포스터를 만드는 친구들이나 뒤쳐져있는 사람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손을 들어서 알아서 척척 진행합니다.


그다음 순서로는 포토 사파리를 떠났습니다. 학교 주변 지역 포인트를 6개 정도 정해주고 주제에 맞는 사진을 함께 찍어 오는 미션입니다. 각 주제와 장소에 걸맞은 사진을 찍으면서 학교 주변을 쭉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갖었습니다.  사진 찍는 사람이 사진에서 빠지지 않도록 셀카봉이 여기서 큰 역할을 해냅니다. 

저녁을 먹고는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을 갔습니다. 학교 학생들은 학교 이름표만 가지고 가면 입장이 무료입니다. 지역의 커뮤니티를 생각하기 때문에 박물관에서 학교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입장시켜준다는 설명입니다.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을 처음에 소유주가 세명의 여성과 결혼을 했는데 이름이 모두 'Louise’였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자리를 남기고 갔으니 남의 결혼사에 더 이상 들여보지 않기로 하고 미술관 이곳저곳을 살펴보는데 집중했습니다. 

돌아와서는 남자 동기와 북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 동기가 북유럽에 메디컬밸리라 불리는 지역을 알려줍니다.  간식으로 준비된 케잌을 먹은 다음에는 우노라는 게임을 했는데, 태어나서 처음 하는것이라 룰을 아주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 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같이 있어서 이 경험들을 나누었으면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 논술고사 비슷한 내 질문에 항상 진지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분명히 한다. 

**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에는 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오고 신뢰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 파티와 데이팅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저녁 테이블에서 중요한 주제였다. 
** 북유럽에 대한 환상(?) 말고 K아재가 그냥 잘 지내고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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