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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Dec 29. 2020

코로나 시대의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

이렇게 또 하루를 살아간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올해 1월 3일.

그리고 9월 출산하여 12월 말인 지금은 아기가 약 120일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코로나 사태가 심해진 것이 2월경부터였으니까, 이 코로나 시대에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잠잠해 질만 하다가 한 번씩 다시 확진자 수가 증가하더니, 이제 하루에 확진자 수가 거의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무사히 출산하여 아기가 건강하게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주변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올 한 해 무엇을 하였는지 모르겠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것에 비하면 너무나 알찬 2020년을 보낸 것 같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인 출산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식구가 생기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감수해야 했던 것 같다. 내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뉴스를 보게 되면 무서운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생후 1달 만에 확진자가 된 아기부터 시작하여, 고열로 응급실에 방문하였지만 코로나 검사 때문에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여 아이가 잘못된 산모까지... 나와 나의 아기가 그러한 일을 겪지 않았음에 또 한 번 감사드린다.


올해 내가 겪은 임신, 출산, 육아에서 코로나의 덕을 본 게 있을까?


단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재택근무이다. 출퇴근을 하려면 왕복 100km 거리를 나의 귀여운 모닝으로 운전하여 다녔는데,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트럭들이 많고 길이 좋지 않은 탓에 긴장해야 하는 길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주 1회 정도만 출근을 함에 따라 임신기간에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는 운전을 매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재택근무를 하며 스트레스를 주는 직장 상사의 얼굴을 매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임신기간에 나는 특히 피곤함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남편과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가 힘들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갈 수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나았다. 출산 후, 한참 날씨가 좋은 가을날에 육아를 하느라 매일 집 베란다에서 아기를 안고 창밖을 바라봤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단풍놀이를 못 간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억울하지 않았다.


이러한 나름의 덕을 본 것도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쉬운 점도 있다.


출산 후, 코로나로 인한 병원과 조리원 방침 때문에 남편이 조리원에 함께 있지 못하였고, 가족들도 아기가 태어났어도 아기를 보러 병원에 오지 못했다. 남편은 아기를 출산하는 당일에 아기를 안아보고, 내가 조리원에서 퇴소하는 2주가 지난날에서야 다시 아기를 안아 볼 수 있었다. 또 지금도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이 아기 얼굴 보러 방문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페이스톡을 하고, 아기 비디오를 보내며, 할머니 할아버지는 랜선 할머니, 랜선 할아버지가 되었다. 


사진관에서 예쁘게 찍는 50일, 100일 아기 성장 사진도, 코로나 때문에 사진관에 가기가 꺼려져서 집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찍었다.


100일 된 아기가 쓸 수 있는 마스크는 없으니, 비닐로 된 유모차 가림막을 꼭 해서 유모차를 태워야만 아기와 함께 외출할 수가 있다. 집에서 주차장까지 갈 때는 커다란 가제 손수건으로 아기 얼굴을 가린다. 아기는 답답해서 버둥거리며 울지만 다른 방안이 없다. 


맘 카페에서는 임신 중인 직장인 산모들이 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을 타고, 회사에서 사람들 만나는 게 두려워서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에 취약한 임산부와 아기들은 더욱더 집에 묶여있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는 안 좋고, 나는 육아휴직 중이라서 급여가 줄었는데, 새로운 식구가 생겨 지출은 늘어났으니 남편의 월급이 그대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시국이다.


이런 어두운 시기에도 아기는 태어나고,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코로나 시대.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오늘 하루도 나도, 아기도, 남편도, 우리 가족이 건강히 무사히 보냈음에 감사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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