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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Dec 05. 2020

정부지원 산후도우미, 감동의 10일

초보 부모에게는 한줄기 빛

임신을 하고 나서,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여러 가지 임신/출산 지원 사업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그중에서 내가 이용한 것은 임신 전 건강검진, 임신 후 철분제 등 지원, 임산부 우울증 검사, 유축기 대여, 그리고 산후도우미 (산모 & 신생아 건강관리사) 사업이다. 가장 유용했던 사업을 꼽자면 당연히 산후도우미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임신 초, 중기 때만 해도, 우리는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소득 수준 때문에 산후도우미 이용 시 정부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나와 남편이 버는 월급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닌데도, 이럴 때면 항상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부유하지 않은데 왜 세금은 열심히 내고 혜택은 거의 받지 못하는 것인가? 산후조리원을 예약했기 때문에, 굳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산후도우미는 이용하지 않아도 나와 남편이 충분히 초보 엄마 아빠로서 아기를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정말 다행히도, 임신 후기쯤으로 넘어갈 때쯤 우리 부부도 산후도우미 이용 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저러한 서류를 열심히 챙겨서 보건소에서 산후도우미 사업을 신청하였고, 어떤 산후도우미 업체를 이용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맘 카페에서 여러 사람들이 자기가 어떻게 업체를 선정하고, 산후도우미를 이용했는지에 대한 후기를 읽고, 나만의 기준을 세워 4개 정도의 업체에 연락해 보았다. 당시 광복절 이후 코로나가 다시 엄청나게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산후도우미를 이용할지 말지 많이 고민했지만, 산후도우미분들이 본인 직업에 자긍심을 가지고 매우 조심하면서 생활하신다는 이야기를 업체에서 듣고 산후도우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산후도우미 업체는 너무나 많아서 어떤 업체에 연락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보건소에서 알려준 산후도우미 업체 정보가 있는 웹사이트에서 정기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이용한 사람이 많은 업체를 기준으로 4군데를 뽑아서 전화를 돌렸다. 그 결과 사소한 차이 빼고는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집에 오게 되시는 산후도우미님이신데, 누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제비뽑기와 다름없었다. 맘 카페 산후도우미 후기에서 도우미님이 너무 안 맞아서 교체를 하는 경우가 꽤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 맞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기를 돌보는 방식부터 요리해주시는 음식 등등, 처음 보는 누군가와 하루에 8시간을 좁은 집에서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합이 안 맞으면 서로가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때마침 당근 마켓에서 아기 물건을 중고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상대편이 부모님 댁 근처에 살고 있어서 엄마께 물건을 받아달라고 요청을 했었다. 나는 몰랐지만 마침 그 집 어머님을 엄마가 알고 있었고, 아기 물건을 중고거래하면서 그 집에서 이용했던 산후도우미님을 추천받게 되었다. 그 산후도우미님께 연락하여 어느 업체와 일하시는지 물어보고, 그 업체에 연락해서 산후도우미님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원하던 산후도우미님은 1) 잔소리하거나 말이 많지 않은 사람, 2) 내가 육아를 배울 수 있는 사람, 3) 자차로 출퇴근하거나 도보로 출퇴근하는 사람 (코로나 때문에), 4) 아이케어를 가장 중요시하고, 그다음 집안일, 요리 순으로 중요도를 둘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내가 추천받은 도우미님이 말이 적으시고, 이제까지 한 번도 교체된 적이 없으신 분이라는 이야기를 업체에서 듣게 되었고, 그분을 지정해서,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한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모시게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신생아 시기에 산후도우미님이 안 계셨다면, 나와 남편은 정말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부모님 댁이 같은 도시에 있지만, 아프신 할머니를 돌보고 계셔서 나의 산후조리까지 돌봐주실 수 없는 상황이었고, 우리는 너무나 초보 부모였기 때문이다.


2박3일만에 목욕하는 우리 아기


조리원에서 퇴원하고, 산후도우미님이 오실 때까지 2박 3일 동안, 나와 남편은 패닉에 빠졌고, 아기 목욕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기에게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도우미님께 아기 목욕시키는 방법, 아기 안는 방법, 트림시키는 방법, 젖병 열탕하는 법 등, 그동안 읽었던 책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실전 육아를 배울 수 있었다.


우리는 도우미님을 10일 동안 이용했는데, 중간에 추석 연휴가 끼고, 남편의 연차 등이 있어서, 처음 오시는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거의 3주의 기간을 함께 했다.


도우미님이 오시는 기간 동안,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면 나는 도우미님이 오실 때까지 1시간 동안 우는 아기를 안고 어쩔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무리 화장실이 급해도  가지 못하고, 배가 고파도 밥도 먹지 못하고 말이다. 아기가 배앓이를 하고, 모유와 분유를 너무나 잘 게워냈기 때문에 침대에 눕히지 못하고 계속 안고 있어야 했고 너무나 자주 울었다. 또 도우미님이 퇴근하시고 남편이 집에 오기 전까지,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녹초가 되어서 노래를 부르며 베란다를 계속 서성거렸다.


또 도우미님이 계셨기에 첫 예방접종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병원에 갈 때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몰라서 나는 내 옷만 갈아입고 있었을 만큼 초보 엄마였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그 작고 가냘픈 아기에게 주사를 놓을 때 차마 내가 아기를 잡고 있을 수가 없어서 도우미님께 아기를  대신 잡아달라고 했다.


도우미님이 출근하시는 마지막 날, 마침 남편이 휴가였기에 우리는 출산 후 처음으로 둘이서 외식을 하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었다.


도우미님이 안 계셨다면 가장 힘들었던 신생아 시기에 그 모든 것을 어떻게 했을지 막막하다.


도우미님이 떠나시고, 남편이 2주간 출산휴가를 받았고, 그 후 혼자서 낮시간 육아를 오롯이 담당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이제는 아기가 낮잠도 잘 자고, 혼자서도 잘 놀아서, 틈틈이 밥도 먹고, 집안일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흘러 아기가 자란 것이 크지만, 산후도우미님은 조리원에서 돌아와 패닉에 빠져있던 나와 남편에게는 한줄기 구원의 빛이었다.


우리에게 둘째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고 그 비용으로 산후도우미를 더 길게 이용하자고 남편과 이야기한다. 그때, 우리에게 오셨던 그 도우미님이 다시 오실 수 있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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