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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Jan 11. 2023

둘째가 태어났어요

출산 4주 차, 그동안 있었던 일

둘째가 태어났다.

그날은 정말 정말 추운 날이었다. 최고기온이 영하였던 추운 겨울, 예쁜 공주님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하루하루는 길었는데 뒤돌아보면 벌써 한 달?이라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둘째는 첫째와 많이 닮았다. 엄마와 아빠를 닮은것 보다 첫째와 많이 닮았다. 많이 닮았는데 이목구비가 더 뚜렷한 느낌이다. 첫째 때는 아기가 울면 왜 우는지 몰라서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랐는데, 둘째는 우는 모습까지 귀엽다. 


두 번째 제왕절개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둘째 수술이 더 아프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미리 겁을 먹고 있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수술 당일까지 엘리베이터 공사 때문에 걸어서 계단을 올라다니느라 억지로 운동을 해서 체력이 늘어서일까? 수술 당일 오후부터 엉덩이를 들고 다리를 움직이는 게 수월했고, 다음날 남편의 도움 없이 걷는 것도 가능했다. 


둘째가 태어날 때, 가장 많이 신경이 쓰였던 것은 나의 부재동안 첫째를 어떻게 케어할 것인가. 그리고 동생의 등장을 첫째가 어떻게 해야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 점은 둘째 부모라면 모두가 고민일 것이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부터 동생이 태어나는 것에 대비하는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나는 나대로 육아서적을, 첫째는 잠자기 전에 '동생이 태어났어요'같은 책들을 읽었다. 처음에는 큰 관심을 안 보였는데, 나중에는 동생이 태어나는 내용이 아닌, 책에 나오는 트럭에 관심을 가져서 그 책을 매일 읽게 되었다. 


책 이외에, 첫째에게 신생아 때 사진과 달력을 보여주며, '엄마가 이날 병원에 가서 동생을 낳을 것이고, 10 밤 자고 엄마가 돌아올 것이다'.라고 일주일 전부터 매일 말해주었다. 


둘째 케어에 있어서 나의 경우 운이 좋은 편이었다. 양가의 도움을 다 받을 수 있었고, 남편이 시기적절하게 출산휴가를 쓸 수 있었다. 제왕절개 날짜를 정해놓고, 양가 일정을 조율해서 스케줄을 짰다. 최대한 첫째의 평소 루틴을 지키면서,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양가 부모님이 최대한 힘드시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수술 당일, 내가 첫째 흥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당일 하원은 근처에 사시는 친정부모님이 맡으셨다. 남편은 내 병간호를 위해 나와 함께 병원에 있었기에, 친정부모님이 흥이를 하원시켜서 우리 집에 와서 흥이가 졸릴 때까지 놀았다. 계획은 친정부모님 댁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잠이 들게 하는 것이었는데, 흥이는 잠이 들지 않았고, 친정부모님 댁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반, 거기서 신나게 놀고, 결국 울려서 억지로 재운 시간이 밤 12시였다. 수술하고 병실에 누워있었지만, 나의 신경은 온통 첫째에게 가있었다. 엄마 없이 자는 첫날이었고, 밤늦은 시간까지 고생하신 부모님께 죄송했다. '엄마 어디 있지?'라고 하고 태어난 동생 사진을 보고 난 후에는 엄마를 찾지 않았다고 했다. 27개월 밖에 안된 아기인데 겉으로는 표현 안 해도 얼마나 힘들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원래 남편은 나와 함께 병원에 2박 3일을 있을 계획이었지만, 나의 상태가 예상보다 괜찮고, 첫째 흥이가 잠을 너무 늦게 자는 게 마음에 걸려서 남편을 하루 만에 집에 보냈다. 첫째 흥이는 아빠와 신나게 놀고 다음날 어린이집에 갔다가 좋아하는 기차를 타고 시어머니댁으로 향했다. 물론 평소처럼 자다가 여러 번 깨고, 아침밥을 안 먹는다 하고, 어린이집 가야 하는데 옷 안 입는다고 하고, 평소와 비슷하게 보냈다고 한다. 그곳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가족 행사에도 참여한 후 시어머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일주일은 시어머님이 등하원을 시켜주시고,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첫째를 봐주셨다. 물론 식사도 챙겨주셨다. 한참 먹태기였던 흥이는 아빠할미가 해주시는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매일매일 잘 먹었다고 한다. 이 와중에 남편은 회사에서 워크숍이 있어서 1박을 비워야 했는데, 흥이는 할머니와 잠도 잘 잤다고 한다. 할머니와 있으면서 옷도 잘 입고, 자다가 깨지도 않았다고 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엄마 아빠만큼 편하지는 않으니, 본인 고집을 부리지 못했겠지.


나는 일부러 첫째 흥이와 영상통화도 하지 않고, 엄마에 대해서 말을 꺼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아무리 내색을 안 한다고 해도, 마음속으로는 엄마가 보고 싶고 힘든 마음이 있을 텐데 굳이 아이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조리원에서 1주일간 보내다가 크리스마스 날 집으로 돌아왔다. 


책에서 이야기한 대로, 크리스마스 선물 겸 오빠가 된 기념 선물로 큰 트럭을 샀다. 트럭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첫째였다. 동생은 아빠가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거의 2주 만에 만난 첫째는 말도 많이 늘고, 키도 훌쩍 큰 것 같았다. 흥이는 별일 없던 것처럼 나를 맞이했는데, 내가 폭풍오열을 하고 말았다. 너무 보고 싶었기도 하고, 너무 안쓰럽고 짠하기도 해서...  첫째는 아빠가 동생을 안고 들어왔는데,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가져온 선물을 열어보고 엄마한테 한참을 안겨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아기 침대에 누운 동생에 관심을 가지고 '동생 이뻐'라고 말해주었다. 기특하고 고마운 순간이었다. 다행히 시어머님이 신생아인 둘째 케어를 맡아주셔서 나와 남편은 예전과 같이 첫째에게 관심을 주고 놀아줄 수 있었다. 


이전에는 내가 첫째 흥이를 재우고 함께 잤고, 나의 부재기간 동안은 남편이 아이를 재우고 함께 잤다. 그리고 이제, 첫째는 엄마 아빠 같이 자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다행히 첫째를 재우는 동안 둘쨰가 울면 시어머니가 둘째 케어가 가능해서 며칠간은 괜찮았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시고 나서는 남편은 첫째를 재우다가 '엥~'하고 둘째가 우는 소리가 나면 둘째에게 가봐야 했다. 다행히 남편의 출산휴가가 시작되어 밤에 한 명은 첫째와 자고, 또 한 명은 둘째를 케어해야 했기에 새벽에 번갈아가며 아이들을 돌봤다. 첫째는 자다가 내가 없으면 나를 찾고, 아빠가 없으면 아빠를 찾았다. 둘 중에 한 명이 없으면 동생과 같이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내가 집에 돌아온 다음날, 흥이는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대성통곡을 했다. 처음에는 옷을 안 입겠다고 1시간을 울었는데, 결국 속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어린이집 안 갈 거야'라고 작게 말했다. 결국 그날 어린이집을 안 보냈다. 어린이집에 안 가고 집에서 낮잠을 자는데, 쉽게 잠들지 못하고 수족구염에 걸렸을 때처럼 나에게 안겨서 낮잠을 잤다. 그동안 엄마와 시간을 못 보낸 것에 대한 자기만의 투정인 것 같았다. 시어머니는 안아주지 말라고, 나중에 내가 몸 아파서 고생한다고 걱정하셨지만, 어쩌겠나... 이렇게 엄마를 찾는데... 그동안 어린이집 가는 시간 빼고는 늘 함께 있었던 엄마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그 다음 날부터 며칠간은, 남편이 첫째 등하원을 시키고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시간이 되면 나는 화장실에 숨어있었다. 내가 안 보이니 첫째는 평소처럼 어린이집에 잘 간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니, 엄마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내가 어린이집에 나타나니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산후풍 오면 어쩌냐며 걱정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몸보다는 첫째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게 우선이니...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낮시간 동안만 둘째가 우리의 우선순위가 되었다. 첫째가 함께 있으면 아무래도 첫째가 요구사항도 많고 활동량도 많으니 첫째에게 더 시선이 가게 된다. 둘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신생아는 분유 먹고 누워서 자는 게 전부이니 아직까지는 그나마 다행이고, 낮시간에 둘째만 케어하는 것은 첫째 케어에 비하면 너무나 쉽게 느껴진다. 


정말 다행인 것은 첫째가 동생을 많이 이뻐한다. 동생 침대에 누워 '응애응애' 소리도 내고, 동생 분유 먹을 때 자기도 우유 먹여달라고 하고, 동생 기저귀 가는 것처럼 누워서 기저귀 갈겠다고 하는 퇴행행동도 보이지만, 동생 엉덩이를 자기가 닦아 준다고 물티슈를 가지고 오고, 동생이 졸려하면 배를 토닥토닥해준다. '동생 귀여워' 라며 얼굴을 부비기도 한다.


남편의 출산휴가가 끝나고, 산후관리사 도우미님이 오신 월요일. 첫째는 5시에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하고, 산후관리사 도우미님은 6시에 퇴근이시니, 저녁 6시부터는 아이 둘 육아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친정엄마가 6시에 나타나 한 명을 맡아주었다. 첫날은 남편도 칼퇴를 해서 어찌어찌 잘 넘어갔다. 


어제는 좀 힘든 날이었다. 둘째가 오후 5시 반부터 잠들어서 '저녁에는 첫째와 잘 보내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첫째가 하원 후 많이 피곤하고 배가 고팠는지 짜증과 투정이 많았다. 밥을 먹여달라고 해서 밥을 떴는데, 밥 모양이 부서졌다고 펑펑 우는 통에 둘째가 잠에서 깨버렸다. 나는 첫째를 케어하고 있으니 친정엄마가 겨우 둘째를 재워놓으면, 첫째가 또 뭐가 마음에 안 든다며 또 울었다. 그럼 또 둘째가 깨서 울었다. 첫째가 배가 어느 정도 차고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이 상황은 반복되었다... 친정엄마가 도와주셔서 다행이지, 만약 나 혼자 우는 아이 둘을 케어해야 했다면 나도 같이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이 둘을 케어하다 보니.. 첫째에게도 미안하고 둘째에게도 미안하다. 첫째에게도 원하는 관심과 사랑을 다 주지 못하고 둘째는 더욱이 첫째에게 밀려 혼자 방치되어 있는 시간이 많다. 울어도 당장 달래줄 수 없으니 쪽쪽이가 벌써 최고의 친구가 되었다. 나와 남편도 지치고 피곤하다. 집에 온 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는 둘째를 가지자고 한 내 욕심 때문에 남편도, 첫째도, 둘째도, 다 힘들어진 것만 같아서 너무나 괴롭고 마음이 힘들었다. 지금도 모두에게 미안하고 힘든 마음은 여전하다. 어제는 조리원에서 받지 않았던 산후 출장마사지를 받았는데, 내 몸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며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좀 내려 놓으라고 하는 마사지사님의 말에 눈물이 펑펑 흘렀다.


우리 집은 오늘도 실험 중이다. 출근해야 하는 남편이 푹 잘 수 있도록 며칠간은 내가 아이 둘을 데리고 잤는데, 신생아가 자꾸 깨고 낑낑거리니 첫째까지 잘 못 자서 피곤해하고 아침에 둘 다 너무 일찍 깨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어제부터 다시 남편이 첫째를, 내가 둘째를 데리고 자는 실험을 하고 있다. 어젯밤에는 첫째가 두 번을 깨서 엄마를 찾았다. 우리 가족이 처음 맞이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 중이다. 우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 시간도 그리워질것이기에.. 오늘도 감사하며 살아가도록 힘을 내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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