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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Jan 25. 2023

첫째와 둘째의 한달간의 동거

조리원에서 집에 온지 한달 째

시간이 빠른 듯 느린 듯, 지난달 크리스마스에 둘째와 함께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지 이제 딱 한 달이 되었다. 한 달이라니!!


제일 많이 걱정했던 것은 첫째 흥이가 둘째가 자신의 삶에 나타난 것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어떻게 잘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지에 대한 것. 두 번째로 걱정했던 것은, 나 혼자 첫째와 둘째를 둘 다 케어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면, 어떻게든 시간은 가고, 우리는 적응해가고 있다.


첫째 흥이는 동생의 등장으로 때로는 의젓하다가 때로는 아기가 된다. 


28개월인 흥이는 동생이 이쁘다며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이뻐, 귀여워"라고 한다. 동생이 울 때 배를 토닥토닥하고 만져주면서 오빠미를 뿜뿜 뽐낸다. 본인도 아기인데 너무 기특하다. 동생이 모빌을 잘 볼 수 있게 모빌의 노래를 틀어주기도 한다. 동생이 분유를 먹어야 할 땐, 자기가 젖병을 들고 가겠다고 나서고, 동생이 엉덩이를 닦아야 할 때, 화장실에 가서 세면대 물을 틀어주기도 한다. 동생이 울면, "애기 울어"하면서 ""응애응애"하며 동생 흉내를 낸다. 


하지만 동시에 동생이 생김으로 인한 퇴행 행동도 보인다. 동생이 분유를 먹을 때, "나도 우유 먹여줘"라고 하면서 빨대컵을 가지고 와서 내 품에 안겨 빨대컵을 잡아달라고 한다. 또, "응가 닦아"라고 하면서 누워서 기저귀를 가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동생이 자는 아기침대에서 동생을 빼달라고 하고 본인이 잘 것이라고 하면서 아기 침대에서 잠에 들기도 했다. 특히, 내가 동생을 안고 분유를 먹이거나, 안아서 재우려고 하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동생 옆에 눕기도 하고, 내 목에 매달리기도 한다. 동생을 안지 말고 "혼자 안아줘"라고 자기만 안으라고 말한다. 내가 밤에 둘째를 케어하기 위해, 안방에서 둘째와 함께 자고, 첫째가 남편과 함께 자는 날이면, 밤새 4번 이상 깨서 엄마를 찾는다. 내가 첫째를 재울 때는 예전과는 다르게, "안아주세요" "등 만져줘"같은 요구를 한다. 꼭 안아서 등을 토닥토닥하며 "자장자장 우리 아기"라고 노래를 불러줘야 잠을 잔다. 온 가족의 관심과 사랑, 특히 엄마인 나와 거의 하루종일 붙어있다가 동생이 나타나서 그 관심과 사랑을 나눠야 하니, 그 작은 몸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할까. 마음이 아프다. 


내가 첫째와 둘째를 동시에 케어해야 하는 상황은 아직 그리 자주 발생하지 않았다. 산후도우미님이 퇴근하고,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 그 비는 2-3시간은 매일 저녁 친정엄마가 와서 함께해 주신다. 첫째는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나면 계속 나를 찾기 때문에 둘째는 거의 친정엄마가 담당해 주신다. 남편이 2박 3일 동안 출장을 가야 했는데, 친정엄마가 밤에 같이 자면서 아이들 케어를 도와주셨다. 이래서 친정 근처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나 보다. 어제 오전에는 남편이 새벽에 둘째 케어를 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내가 첫째와 둘째를 약 한 시간 동안 동시에 케어했다. 첫째와 놀아주면서 졸린 둘째 잠을 재워야 했는데, 둘째는 잠투정도 있을뿐더러, 힘들게 잠이 들만 하면, 첫째가 놀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옆에 와서 부비적 거리 거나해서 자꾸 깼다. 나중에는 힘든지 둘째 눈에 눈물이 고였다... 두 명을 동시에 케어하는 것은 가능은 하지만 나, 첫째, 둘째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내가 평일 밤에는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자는데 잠자는 시간이라 밤시간은 서로 수월하게 넘어가고 있다. 서로가 낑낑거려도, 어느 정도 귀를 닫고 자는 능력을 기르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둘째가 태어나면, 1+1=2가 적용되어 두 배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2X2=4로 4배 힘들어진다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말이 트이면서 요구사항이 엄청 많아지고, 떼가 늘어난 첫째가 질투까지 하면서 육아노동의 90%는 첫째 케어이고 나머지 10%가 둘째 케어가 되었다. 둘째는 첫째에 밀려 첫째가 신생아였을때만큼의 사랑과 관심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첫째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 동안 만큼은 둘째와 눈을 많이 맞추면서 엄마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둘째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내 글을 본다면, 첫째만 잘 키우는 것도 아주 아주 추천한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큰 결심 없이는 택하기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난 둘째 없이 첫째만 있었다면, 첫째에 대한 사랑이 넘쳐서 과도한 사랑을 퍼부었을 것 같다. 둘째가 생김으로서 나의 자식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둘로 나누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닐까 싶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나 혼자 아이 둘을 케어하는 것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아이 둘을 케어하면서 밥을 해서 먹이고, 집안일까지 하는 것은 더욱더 많은 레벨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달 한 달 더 시간이 갈수록 내 능력치도 점점 올라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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