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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Mar 29. 2023

아이 둘을 혼자 볼 때 필요한 것

체력, 인내심, 초콜릿, 그리고 육퇴 후 와인 한잔

지난주, 둘째가 100일을 맞았다.

출산 전부터 너무나 걱정하던 아이 둘 육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네 살인 첫째의 어린이집 등원시간은 9시 반쯤, 하원은 5시이다. 등원 전과 하원 후, 나는 아이 둘을 동시에 돌보는 것은 처음에는 생각보다 더 쉽지 않았다.


첫 한 달은 산후도우미님이 6시까지 집에 계셨고, 6시에 친정엄마가 와서 둘째가 잘 때까지 돌봐주시고 재워주고 가셨다. 그 덕에 나는 첫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산후도우미님이 떠나신 후, 둘째는 2월의 찬 바람을 맞으며 첫째 등하원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첫째가 5시 하원 후, 한 시간을 버텨서 6시가 되면 친정엄마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구원투수인 친정엄마가 다리부상을 당하시면서 3월부터는 오롯이 내가 5시 이후부터 두 아이를 돌보게 되었다. 내가 내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왜 이리 쉽지 않은 것인지...


지난 두세 달 동안, 둘째는 보통 7시 반에서 8시 사이에 잠이 들어서, 그 이후부터는 나와 첫째가 시간을 보내다가 첫째를 재워왔다. 첫째는 재접근기가 시작된 작년부터 잠이 들기 전에 이방, 저 방, 거실을 맴돌며 잠이 들 곳을 찾아 헤매었다. 한참 본인방에서 잘 잤었는데, 그 습관이 다시 생겨 동생이 자고 있는 안방 침대부터 시작해서, 거실 소파, 자기 방을 맴돌며 여기 누웠다가 저기 누웠다가를 반복했다. 이방 저 방 옮겨 다니며, 동생을 아기 침대에서 빼라고 하고 본인이 눕기도 한다. 밤 10시가 넘고, 나도 지치게 되면, 나에게서 냉정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자야지, 어디서 잘 꺼야" 소리를 치는 것은 아니지만, 애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 그러면 첫째는 내가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 울기 시작한다. 첫째가 빨리 자야, 내가 집을 치우고, 둘째가 깨기 전에 밤수를 할 수 있는데, 시간에 쫓긴다고 생각하니 첫째가 안 자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 내인내심이 줄어들었었다. 두세 달 시간이 흐르고, 둘째의 수유텀이 좀 길어지면서 이제 첫째를 빨리 재우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나니, 이제 더 이상 첫째가 안 자고 옮겨 다닐 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첫째는 이제 10시 반이 넘어 11시 반에 자기도 한다. 이럴 땐 둘째가 중간에 깨지 않고 잘 자주는 게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 


혼자 아이 둘을 보는 게 거의 한 달이 되고, 거의 패턴이 잡혔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는 특히 힘든 날이었다. 


문제의 시작은 둘째의 등센서였다. 안아서 재워서 눕히면 그대로 쭉 자는 아기였는데, 지난주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많이 안아줘서 그런지 등센서가 생겨서 눕히면 바로 울면서 깨는 것이었다. 퇴원 후부터 등센서 증상이 보여서 낮에도 집안일을 못하고 눕혔다 안았다가를 반복하느라 지쳐가고 있었다. 어제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해서, 밤잠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3시간, 4시간을 안았다가 눕혔다가를 반복했다. 


그 시간 동안 첫째는 너무 고맙게도 혼자서 잘 놀아주었다. 밤 10시가 다되어 가는데 둘째는 아직 등센서 작동 중이고 첫째는 곧 자야 할 시간인데 엄마와 시간을 하나도 보내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둘째가 울어도 더 이상 안아주지 않고, 눕혀서 재우기로 마음먹었다. 조금만 울리면 잠이 들겠지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좀 잠잠해져서 살짝 들여다보면, 첫째가 따라 들어와서 큰 소리를 내서 또 깨우고를 반복하다 보니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둘째는 혼자 방 안에서 울다가 잠이 들어야 했다. 둘째의 우는 소리를 들으며 첫째와 놀고 있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밤 11시가 넘어가니 나도 체력이 떨어져서 눈이 내려오는데, 첫째는 이제야 독차지한 엄마와 놀고 싶어서 피곤한 눈을 비비며 놀고 싶어 했다. 기다리던 엄마와 놀기는 했는데 피곤하다 보니 결국 짜증을 내고 울면서 잠이 들었다. 아이들이 다 잠이 들고, 밤 12시가 넘어 퇴근한 남편 앞에서 첫째도 불쌍하고 둘째도 불쌍해서 울어버리고 말았다. 


아이 둘과 함께 울었던 날이 딱 한번 있었다. 


남편이 출장 중이던 어느 날. 첫째도 둘째도 나도 감기에 걸렸던 밤. 둘째 밤수 중에 첫째가 깨서 안아달라고 울기 시작했다. 오빠가 우니 동생도 따라 울고, 우는 아이 둘을 한꺼번에 안고 있어야 했던 그날 밤. 첫째가 울고 또 울다가 결국 토를 했다. 둘째에게 토가 묻을까 봐 손으로 토를 받아내고, 첫째 옷을 갈아입히고, 치우면서 나도 같이 울었다. 내가 우는 소리에 첫째가 놀라서 더 크게 울었다. 첫째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기 위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를 중얼거리며 토를 치우고 첫째와 둘째를 다시 재웠다. 


엄마는 하나인데 아이는 둘. 


육아를 하다 보니 체력이 곧 인내심이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아이들이 울어도, 체력이 받쳐주면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데, 체력이 떨어지는 밤이 되면 나의 인내심도 점점 바닥이 난다. 우는 것이 당연하고 징징대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인데, 아이들보다 30살도 더 먹은 내가 마음을 넓게 가져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것이 초콜릿과 육퇴 후 와인이다. 


힘을 내자, 힘을 내자.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웃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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