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100일을 맞아, 대여한 한복이 도착하고, 백일상 차릴 준비를 하고 있던 둘째 99일차.
둘째 홍이는 그 전날부터 기침을 간헐적으로 하다가 밤이 되자 기침이 심해지고, 새벽에 열이 38도까지 올라갔다. 생후 30일 경, 그리고 그 후에도 한번 감기로 코가 막혀서 숨소리가 그렁그렁한 적이 있었는데, 기침을 이렇게 한적은 처음이었다. 열이 38도까지 올라가는데, 해열제를 얼마나 먹여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옷을 벗기고 물수건으로 열을 내렸다. 첫째를 등원시키고, 둘째를 데리고 소아과를 찾았다.
약을 처방받아서 먹이면 되겠거니 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로 생후 3개월 아기가 열이 나면 어떤 원인인지 피검사를 해봐야 한다며, 어린이병원에 입원해야할 수도 있다고 알려주고 근처 어린이병원에 연계해 주었다.
입원이라니????
첫째가 15개월때 그 어린이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지만, 3개월 밖에 안된 이 아기를 데리고 입원을 해야할까? 둘째는 수신증도 있고, 혹시 큰일이 날수도 있으니 의사 선생님의 권유대로 어린이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기로 하고, 혹시 몰라서 입원에 필요한 준비물을 조금 챙겨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에 도착하자 마자, 진료를 빨리 받을 수 있었는데, 3개월 미만 아기가 열이나면 입원해서 검사를 해보는게 원칙이라며, 입원하자고 했고, 기침은 모세기관지염이라고 알려주었다. 열의 원인을 찾기위해 호흡기바이러스 검사로 코를 두번이나 찌르고, 피검사와, 소변검사, X-ray도 진행했다. 첫째가 15개월때는 X-ray 찍을때 무서워해서 정말 오래걸리고 힘들었는데, 아직 99일인 둘째는 이제 뭔지 모르니, 그냥 천진난만하게 누워서 X-ray를 순식간에 찍었다. 생에 첫 코 찌르기를 당하고 뿌엥~하며 우는 아기를 달래고, 수액줄을 꽂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 작은 손에 핏줄을 못찾을 것 같아서 발에 꽂아달라고 했는데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수액을 맞으며 병실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속이 안좋았는지 분유를 다 토하고 , 1인실이 없어서 2인실로 들어갔다. 같은 방을 쓰게 된 아기는 18개월이 된 아기였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들어간 그때, 아기 엄마가 아기한테 감기가 옮아서 아픈바람에, 엄마와 할머니가 교대를 하게 된 것이다. 이 아이는 정말.... 몇시간을 엄마를 찾고 또 찾고 울다가 겨우 밤 늦게 잠들고, 또 아침에 깨자마자 엄마를 찾고... 아픈 아이가 엄마를 찾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나 또한 100일밖에 안된 아기가 아파서 약먹고 잠을 자야하는데, 옆 아기가 우는 소리에 자꾸 깨서 잠을 못자니 마음이 곱게 쓰이지 않았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에 VIP실에 병실이 나와서 바로 옆방인 (?) VIP실로 옮기게 되었다. 바로 옆방이지만 다행히 우는 소리를 바로 옆에서 안들어도 되니 얼마나 다행이던지.. 방을 옮기자 그나마 우리 홍이는 잠을 잘 자면서 점차 회복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혼자 방을 쓰니 이제 편하게 맘마존도 만들어서 전기포트, 분유, 젖병 말리기까지 세팅을 해 놓고 아이에게 네블라이져도 해주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담당 의사선생님이 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알려주려고 들리셨다. 검사 결과, 수막구균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크면서 바이러스 영향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얼마전에 수막구균 예방접종을 13만원이나 주고 맞았는데 이게 무슨일인가? 수막구균이라면 엄청 위험한것이 아닐까. 의사선생님이 가시고,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가 많은지...우리 아기에게 무슨일이 생기는것일지 너무나 무섭고 걱정이 되어 눈물이 났다. 남편에게 연락을 해 놓고, 둘이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그날 저녁, 담당 의사 선생님이 다시 들리셨을때, 수막구균이 아니라 다른 이름의 바이러스이고, 아마도 예방접종 전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바이러스 이름은 난생 처음듣는 영어 이름이니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우선 수막구균은 아니라 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항생제로 바이러스를 죽여야 한다고 해서, 그 작은 몸에 수액으로 계속 항생제를 넣어야 했다. 이 순딩이 아기는 발에 수액줄을 달고 있으면서도 터미타임도 하고, 책도 읽고, 병원 복도도 산책하고,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엄마와의 밀착 24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 둘째의 100일을 병원에서 입원을 해서 보내게 되었다.
다행히 3박 4일이 지나고, 홍이는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걱정을 했던 바이러스는 성장을 하면서 크게 장애를 발생시키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못난 엄마는 작은 아기를 데리고 차가운 봄 바람을 맞으며 첫째와 놀이터에 다닌 것이 너무나 미안한데, 또 첫째의 놀이터행은 멈출수가 없기에, 유모차에 바람막이를 하고, 첫째는 유모차에 보조의자를 달아서 놀이터 출동이 시작되었다. 놀이터에 유모차를 세워놓고 첫째를 쫓아다니고 있으면, 첫째 친구의 엄마도 와서 유모차를 밀어주고, 지나가던 오빠, 누나들도 아기를 구경하며 유모차를 밀어준다. 이렇게 놀이터 공동육아를 하며 우리 둘째는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우리 아프지 말자, 다시는 입원하지 말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