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우울증? 번아웃?
애 둘을 키우며 마음이 힘들때..
지금의 내 상태를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까..
요 근래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돌아버릴것 같다...
가장 폭발할 것 같은 순간은 32개월인 첫째가 징징거리며 엄마를 찾으며 나를 타고 오를때마다 그렇다.
한달 쯤 전, 인대가 놀라서 1주일간 반깁스를 한 이후 '안아줘'가 다시 시작되었고, 요즘 배변활동이 편치 않은지 매일 아침저녁으로 배가 아프다며 징징거리며 안아달라고 한다.
징징거리며 하루종일 계속 엄마를 찾는데, 잠시 집안일을 하는 순간을 못참고 또 징징거리며 엄마를 찾을때 정말 견디지 못하고 "또 왜!"하고 큰소리를 내버렸다. 그리고 또 후회한다. 이러면 안되는데...
작년 12월, 동생이 태어나고, 첫째가 퇴행행동을 보이고 엄마에게 더 집착하는 것을 이해하고 또 이해해주고, 모든것을 첫째 위주로 맞춰왔었다. 하지만 동생도 기본적으로 분유도 먹어야 하고, 기저귀도 갈아야하고, 응가하면 닦아야하고, 잠도 재워야 하는데, 그 한순간도 참지 못하고 징징거리며 엄마를 찾으며 매달린다. 기껏 정리해놓은 집안을 다 어질러 놓으니, 먹은 그릇이라도 치워야 하는데, 잠시도 틈을 안주고 엄마를 찾는다.
첫째도 아직 32개월 밖에 안된 아기인것을 아는데, 이론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데, 내 마음속에 불과 같은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 마음과 내 머릿속에 부조화가 이루니 또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모든 엄마가 겪는 그런 과정인것일 뿐일까?
내 안의 화를 폭력적으로 표출해내고 싶은 생각이 불쑥 불쑥 든다. 아이를 때리거나 하는것이 아닌 스스로에게 말이다.
어젯밤에는 정말 오랜만에 깨지 않고 푹 잤다. 내 상태가 많이 안좋아서 남편이 둘째를 데리고 잔 덕분이다. 지난 몇달간 하루에 4-5시간 자면서 최소 2-3번씩 깨는 생활을 해왔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고, 둘째가 낮잠을 잘때 자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둘째는 낮잠을 정말 짧게씩 자고, 나름 오전에는 처리해야 할 바깥 일을 처리하고, 그 후에 밀린 집안일과 식사준비를 하다보면 첫째의 하원시간이다.
해야하는데 하지 못한 일들을 생각하면 또 마음이 답답해져온다. 청소기를 밀었는데 또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도 신경쓰이고, 정리하지 못한 서랍장도 신경쓰이고, 밀린 두 아이의 일기도 신경쓰인다. 남편에게 둘째 100일이 되면 다시 경제활동 하겠다고 했는데, 그럴 상황도 안되는 것도 마음이 안좋다 .
퇴사한지 이제 거의 1년이 다되어 가고, 전업주부로서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 나의 job이라고 생각하고 지난 시간을 보내왔는데, 그 임무에 실패한것만 같아 나의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
내 상태가 이러하니 두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첫째가 내게 메달리고 난리일때, 내 찡그린 얼굴을 둘째가 보게되고, 첫째가 내게 뭐라고 뭐라고 해도 전혀 들리지 않을때가 많다. 둘째에게 책도 못읽어주고, 발달에 필요한 놀이도 못해주고, 하루종일 눕혀놓고 방치하는 것만 같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나고, 아이 밥을 준비하는것도 어떻게 해야할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되어 우왕좌왕 한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것 같다.
매일 밤, 11시-12시에 육퇴를 하고 마시던 와인을 언제부터인가 낮에도 마시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알콜중독증까지 온 것일까.
지금 내 환경이 바뀔 수가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울증 약을 먹으면 화가 좀 가라앉는다고 해서 병원에 상담을 예약해 놓았다가 취소를 했다. 그래도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최후의 방법으로 약을 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두 아이와 함께하는 매일 매일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임을 아는데,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이 참 아이러니이다.
주말인 오늘, 남편이 첫째를 데리고 아침부터 워터파크에 갔다. 남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를 도와주려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오늘도 이렇게 버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