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늦봄 Jun 02. 2023

아이 둘 엄마가 되어 맞이한 생일

아이 둘 엄마가 된 것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첫째가 나에게 안길 때, '아, 내가 엄마지'라고 실감이 난다. 

그런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꼬물거리는 둘째와 그 옆에서 "이거 내 거야!"라고 하는 첫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 애 둘 엄마가 맞지'라고 현실로 돌아온다. 


나의 생일날이 첫째가 1000일이 되는 날이었다. 물론 케이크는 첫째가 골랐다. 본인이 좋아하는 초코케이크. 2년 전, 아이와 처음으로 같이 생일을 맞이했을 때도 감개무량했는데, 이제 이 아이가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 축하 합니다~"라고 노래를 불러준다. 어찌나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매년, 부모님 댁 담장에 핀 장미꽃 밑에서 생일날에 사진을 찍는 나만의 연례행사가 있다. 올해는 생일 전 날, 둘째와 부모님 댁에 잠시 들릴 일이 있어서 사진을 잊지 않고 찍을 수 있었다. 찍은 사진을 보니 곧 마흔이 되는 세월이 내 얼굴에서도 묻어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5개월 둘째가 너무 이쁘게 나왔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내가 사진에 잘 안 나와도 애기가 잘 나오면 만족하듯이, 나의 욕구와 필요보다는 아이의 욕구와 필요가 1순위가 되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것. 


요즈음, 육아를 하면서 지치고 힘든 마음이 많이 들었었다. 다행히, 생일 전 날, 상담을 받고 와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고, 그래서 생일날을 우울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고 평범하지만 평온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지난 생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해외에서 일하면서 맞이했던 생일, 회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생일축하 파티를 했던 일들. 올해 생일에는 예쁜 옷 차려입고 밖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내게 가장 최고의 선물을 엄마와 남편이 선물해 주었다. 바로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것. 친정엄마가 잠시 아이들을 같이 봐주시고, 남편이 일찍 퇴근해 주어서 나는 가장 필요한 생일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올해 생일도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육아우울증? 번아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