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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Dec 12. 2022

첫째 임신과 둘째 임신의 차이

D-2, 둘째를 기다리며

둘째 출산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첫째 때 선택제왕으로 출산을 한 까닭에 둘째도 제왕으로 낳게 되어 한 달도 전부터 산부인과에서 수술 날짜를 예약해서 잡은 그날이다. 어떤 이들은 철학관에서 날짜를 받기도 한다지만, 아무래도 첫째가 있다 보니, 내가 병원과 조리원에 있을 동안 첫째 흥이를 봐줄 수 있는 양가 어머님들의 일정과 남편의 회사 일정을 고려해서 수술 날짜를 정하게 되었다. 


이제 내 인생의 마지막 임신이라는 생각에, 뱃속에서 꾸물거리는 이 느낌도 이제 느낄 수 없다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몸이 너무 무겁다 보니 어서 출산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실, 아직도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흥이가 이제 27개월이 되어 말도 점점 늘고 너무 이쁜 재롱도 부리고 어느 정도 우리 가정에 평화가 생긴 것 같은데, 다시 신생아가 한 명 생기면서 이 평화가 곧 깨지고 첫째 육아와 둘째 육아 사이의 어려움이 곧 닥친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다. 


첫째 흥이가 태어났을 때는 9월 초. 막달을 정말 더운 한여름에 보냈다. 임신으로 기초체온도 올라갔는데 날씨까지 더워서 그랬는지, 유난히 첫째 임신 때는 힘들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임신 초기에 쌍둥이가 단태아가 되어 그 충격으로 몸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던 그때. 아기 심장소리를 들려주는 '하이베베'라는 기계를 사서 엄청 자주 남편에게 심장소리를 확인해달라고 했었다. 처음 심장소리를 들었을 땐 눈물까지 났고, 심장소리가 안들 리거나 조금만 배가 이상한 것 같아도 병원에 달려갔던 그때. 그때는 몸을 사리느라 외출도 많이 하지 않고 집에만 칩거해서 그런지 다리 부종도 심했고 쥐도 많이 났다. 밤이면 불면증에도 시달렸다. 산부인과에 갈 때는 주말에 항상 남편과 함께 다니면서, 태교 일기도 자주 썼었고 출산 후에는 프린트를 해서 바인딩까지 해 놓았다. 


둘째 임신은 그것과 사뭇 다르다. 이번에는 겨울이다. 홍이가 태어나는 이번 주 수요일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볼록하게 나온 배 덕분에 겉옷 지퍼가 안 잠기지만 그래도 집 근처만 왔다 갔다 하기에 큰 문제는 없다. 하이베베는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하필이면 지난달 시작한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공사가 출산일까지도 끝나지 않아서, 하루에 두 번 12킬로가 되는 우리 흥이를 안고 매일 10층 계단을 오르락내리락거리다 보니, 다리도 튼튼, 팔도 튼튼해져서 그런지 다리 부종이나 쥐가 나는 일은 아직 한 번도 생기지 않았다. 불면증도 없다. 매일 밤, 흥이를 재우고 나서 쓰러지듯이 잠이 든다. 흥이가 아침까지 단 한 번도 안 깨고 자는 날도 있는데 그럴 때면 나는 정말 딥슬립을 한다. 중간에 자다가 기침을 하거나 잠꼬대로 낑낑거리거나 우유를 달라거나 하는 날도 많이 있는데, 그럴 때면 무거운 몸을 일으키가 너무나 힘들지만, 자다가도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럴 땐 한번 깨고 나서 다시 잠이 못 드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산부인과에는 정기검진이 아닌 이상 가기 힘들다. 정기검진이 너무 자주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딱 한번, 남편과 흥이와 함께 정기검진에 갔다가, 의사 선생님이 엄마 배에 이상한 기계를 대니 흥이가 엄마 아픈 줄 알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다. 그 후로 검진은 평일에 혼자 다닌다. 성별이 나오는 날만 남편과 한번 더 갔었는데, 그때 성별이 확실히 나오지 않았었다. 예약을 해도 대기 시간도 있고 하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평일에 혼자 다녀오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주말에는 흥이와 놀아줘야 하니 남편과 시간 내서 병원까지 오기는 힘이 든다. 태교일기는 거의 못쓰고 있어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홍이에게 벌써 미안한 마음이다. 


첫째 이름을 정할 때도, 양가 가족들에게 이름을 응모해 달라고 이벤트를 했었다. 결국은 철학관에서 준 이름 중 우리가 고르게 되었지만, 그래도 왠지 가족들의 input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열심히 검색하고 생각한 후, 남편에게 3가지를 제안하고 양가에 그 3가지를 통보했다. 이번에도 출산 후 철학관에 가겠지만 양가의 input을 물어도 결국 나와 남편의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하게 될 것을 안다. 


앞으로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미안한 날들이 많아질 것 같다. 


첫째는 그래도 집중적인 사랑을 임신 후부터 27개월까지 받았지만, 임신하고 나서부터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집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없는 둘째가 벌써부터 짠하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첫째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책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 첫째도 둘째도 상처 주지 않는 그런 부모가 되어야 할 텐데... 잘할 수 있을까?


출산은 코앞인데 첫째 때는 수술에 대한 공포로 인한 걱정이었다면, 지금은 두 아이의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대한 걱정이 크다. 걱정이 많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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