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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Nov 24. 2022

뱃속의 딸 홍이에게

둘째 홍이를 만나기 D-20

홍이야


오늘은 널 만나기까지 20일이 남은 날이야.


엄마 배가 이제 많이 나오고, 매일매일 뱃속에서 홍이가 열심히 움직이는 게 느껴지지만, 사실 아직도 홍이가 20일이면 눈앞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아.


우리 홍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엄마는 벌써 미안한 게 참 많아.


시험관을 시작하면서부터, 엄마가 맞벌이하면서 이런저런 공부를 하겠다고 욕심까지 부려서 단 한 번도 마음 편하게 누워서 홍이의 안정을 위해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같아. 결국 엄마가 회사는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후에도 홍이의 오빠인 흥이도 아직 아기라서 엄마가 많이 챙겨줘야 해서 홍이만 생각하면서 태교를 하기가 어려웠어. 


특히 이번 여름에는 엄마, 아빠, 오빠 모두 코로나에도 걸렸는데 쉬지도 못했고, 얼마 전에는 엄마가 다리도 다쳤는데도 계속 움직여야 하고, 특히 지난주부터는 우리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공사를 해서 엄마는 12kg 넘는 오빠를 안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느라고 우리 홍이는 엄마 뱃속에서 많이 힘들 것 같아.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겪어 오면서, 우리 홍이가 엄마 뱃속에 꼭 붙어서 건강하게 버텨주기를 바라왔는데, 2주 전 산부인과 정기점검에서 처음으로 홍이의 오른쪽 콩팥이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제 정기검진에서도 콩팥 크기가 조금 더 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엄마 탓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홍이를 가지고 나서 안정을 제대로 취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혹시나 홍이가 아프게 된 것은 아닐까 많이 속상했어. 


홍이가 딸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엄마는 엄마 친구가 생긴 것처럼 좋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로 마음이 많이 쓰였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많고, 환경이 점점 오염되어 가면서 몸에 안 좋은 영향도 많이 받을 수 있고, 여성으로서 커리어와 가정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될 것이고... 


아빠는 홍이 오빠가 앞으로 경험할 남자로서의 책임감과 무거운 어깨에 대해서 걱정을 하듯이, 엄마는 우리 홍이가 여성으로서 이 사회에서 살면서 겪을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서 걱정이 된단다. 


홍이가 태어나고 나서도 엄마는 계속 미안할 것 같아..


첫째 때는 엄마의 모든 것을 첫째에게 집중할 수 있었지만, 둘째인 홍이는 오빠와 나누어야 하니까 말이야. 오빠는 이제까지 혼자서 받아왔던 모든 관심과 케어를 나누어야 하니까 그것이 힘들 것이고, 우리 홍이에게는 엄마가 첫째 때 해주었던 만큼 안아주고, 관심 가져 줄 수가 없어서 미안하게 될 거야...


하지만 홍이야...


홍이가 우리 가족에게 와주어서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단다. 그리고 우리 홍이를 정말 정말 사랑한단다. 

너를 만날 날이 너무나 기대가 된단다. 


남은 20일 동안 따듯한 엄마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서 건강하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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