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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나 Jun 04. 2024

아이돌과 팬픽에서 페미니즘까지

동인 문화 - 탈코르셋 탈종교 탈아이돌 탈오타쿠 논제

중학생이 되는 나이 정도부터 여러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아이돌을 좋아하면 쉽게 팬픽과 트위터를 접할 수 있었고, 그 둘은 케이팝을 좋아하는 내게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에서 소설을 읽기를 좋아했기에 팬픽과 트윗에 쉽게 빠져 들었고 즐거웠다. 문학 작가처럼 잘 쓰는 사람도 많았다.


난 팬픽 문화로 인해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또한 팬픽으로 내가 여자를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며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자 아이돌도 처음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포스타입에서 여돌 팬픽을 읽으며 여성 팬과 교류했다.


아이돌 팬픽뿐만 아니라 동인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자리하고 있었고 다양한 팬덤/동인 문화는 트위터에서 유명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해시태그를 통해 계정에서 쓰인 트윗을 둘러보고 맞팔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 애니메이션, 한국 드라마, 자캐 커뮤니티, BL 웹소설, GL 미디어, 영화, 게임 등 서브컬처 팬덤은 종류를 인지하고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관련 계정을 둘러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나는 주로 트위터에서 팬픽 문화에 시간을 쓰기를 좋아했다. 나는 아이돌 캐릭터 해석의 상세함을 읽으면서 아이돌을 더 좋아할 수 있었고, 팬픽 문화로 여성 팬의 삶을 볼 수 있는 성질이 문학성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진짜 아이돌보다 팬이 표현하는 아이돌 이미지를 더 좋아한 적도, 창작을 잘하는 아이돌 팬을 동경하고 좋아한 적도 많았다. 케이팝 문화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일도 많았지만 여성 팬들과 케이팝 문화를 즐기거나 관계 맺는 것이 기뻤고 의미 있기도 했다.


아이돌 알페스 문화에서 최애가 동성 멤버를 사랑하는 이야기는 평행우주에 놓인 가정과 비슷했다. 최애가 아이돌이 아닌 직업을 갖기도 하고 동성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동성과 연애하고 관계를 맺는 세계를 상상하고 쓰는 일이었다. 내가 아이돌을 좋아했던 마음은 복잡했고 그들에게 설레기도 했지만 성별에 구분 없이 연애하고 싶은 감정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열애설은 용납할 수 없었다. 내가 팬픽으로 보고 좋아한 수많은 세계가 망가지는 게 싫었고 배신감을 느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를 더 생각해 보니 아이돌은 팬 덕분에 인기와 재력을 통튼 빛나는 삶을 얻었는데 연애 하나 한다고 팬덤을 분열시키는 것이 싫었다. 시간이 지나서는 열애설을 생각할 때는 연애를 하더라도 그걸 들키는 게 싫었고 내가 알 수 없게 연애를 하길 바랐다. 팬이 아닌 사람들이 연애를 가십으로 소비하거나 팬과 팬의 사랑이 유난으로 전락당하는 것도 연예인 자체가 연애 하나로 평가되는 것도 하나 같이 견디기 싫었고 많은 팬들이 시간과 돈을 희생해서 그 자리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했다.


팬들의 사랑하고 희생하고 연예인을 좋아하기 위해 나쁜 것을 견디는 방식은 다양하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음악 방송 사전 녹화를 몇 시간 동안 서서 기다리고 응원하고, 서울까지 가는 교통비를 제해도 10만 원이 넘는 콘서트 티켓을 샀는데 카메라로 영상을 찍었다고 경호원에게 끌려나가서 티켓을 찢기거나 과도하게 제압을 당하며 비인격적인 모독을 당하고, 전문적인 기술을 익혀서 연예인 영상을 녹화하거나 편집하고,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사진과 영상을 찍고, 100장이 넘는 앨범을 사는 등의 사례는 나열은 끝이 없었다.


팬덤을 분석한 사람이 팬들을 무급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명명하는 글을 스쳐봤는데 그 단어가 팬덤은 여자들의 헌신으로 작동한다는 말을 관통하는 듯했다. 사실 대부분은 무급 노동도 아니고 돈을 쓰면서 케이팝에 관해 노동을 한다. 물론 인간은 노동과 재테크만을 해야 하는 삶만을 살지 않기에 취미로 놀이 노동을 하기 위해 돈을 쓸 수 있다. 그렇지만 평균성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케이팝 문화는 여성 헌신의 과열로 이뤄진 듯했다.


돈과 시간, 일상과 삶의 헌신과 서비스 제공자에게 비인격적인 취급과 받는 여성 팬덤을 보면서 여성 혐오와 자본주의를 재고하기 시작했고, 코르셋 문화가 극심해진 원인으로 케이팝 산업을 주목하게 됐다. 전반적인 산업을 보니 아이돌 연습생들에게는 중학교를 다닐 나이에 데뷔하는 평균과 영양실조, 투자금 빚 갚기, 성형 문제가 흔했다.


나는 몇 년 전에 트위터로 페미니즘 논제를 접하며 탈코르셋을 했고, 4탈을 뜻하는 탈코르셋 탈종교 탈아이돌 탈오타쿠 논제를 보면서 그 논제가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탈아이돌, 탈오타쿠와 관계되는 동인 문화는 여성 혐오와 성애 중심성과 밀접해 있다는 걸 경험했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정/꾸밈/돌봄 노동과 가부장제 안에서의 착취를 강요받고 코르셋으로 억압받고, 임금을 더 적게 받기 쉬웠고, 팬덤에서 많은 돈과 시간을 희생하기도 쉬웠다.


그러나 나는 그것뿐만 아니라 팬덤/오타쿠 문화에서 나타나는 여성 간 관계는 의미성을 가지고, 성애 중심 역사가 팬덤으로 전유되어 온 맥락이 있고, 동인 문화에서 공동체의 친밀감을 공유하고, 새로운 경험을 참여하고, 창작을 증진하던 활동의 의의도 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문화에서 어떤 과몰입이나 관계 중독 등이 대두되는지와 탈덕의 다양한 이유와 함께 나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적절한 팬심도 생각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위해 긍정성과 부정성을 다루는 글을 논문을 인용해 다른 글들에서도 다루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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